분당의 아데나 가든, 세번의 느낌

어느 잡지엔가 분당의 아데나 가든이 나왔길래 와이프와 함께 호기심으로 한번 가봤습니다.  

실제 가보니 아데나가든은 중식당(호접몽), 베이커리(베노아),바(체디클럽)의 3개매장을 통합해서 부르는 말이었고 이들 3개 매장이 국경없이(?) 한장소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중식당인 호접몽엘 갔었는데요.  3개 매장중 주력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매우 럭셔리한 분위기여서 혹시라도 밥한끼 먹고 완전히 거지가 되어 나오는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더랬죠.

하지만 가격은 납득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어차피 쇠고기만 잘 구워 먹어줘도 둘이 10만원도 나오는판인데요 뭐. 그에 비한다면 1인당 3-4만원 수준 정도로 웬만큼 먹고 나올 수 있으니까요.   (사진설명 : 아데나가든의 정원에 마련된 좌석들)

▶ 아데나 가든 3개 식음료 객장들의 브랜드들

1차시기 : 과다청구와 나오지 않은 음식

처음 호접몽에 갔을때 블랙빈 소스의 쇠고기 요리와 딤섬, 완탕스프, 새우요리 등을 먹었는데 모두 괜찮았습니다.   거기에 식사를 따로 하지 않고 흰밥을 시켜서 밥과 함께 먹었더니 더 맛있더군요. (정말 중국스타일로 말이죠)  각각의 요리는 일반 중국음식점의 요리들보다 양이 적었지만 가격도 15,000원 ~20,000원 사이여서 요리 두개와 밥, 딤섬 한두가지, 스프 정도를 곁들이면 딱 6-7만원 수준이 됩니다.

뭐 음식은 만족스러웠죠. 인테리어 등도 수준급이어서 아내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에피타이저 격으로 시킨 완탕이 끝까지 나오지 않은 데다가 (그래서 그냥 일어섰지만요) 청구서에서 빠지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은 요리까지 청구되어서 계산대에서 앉아있던 자리를 오가며 안먹었다는 것을 설명해야만 했죠.

오픈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아직 서빙하시는 분들의 손발이 맞지 않기도 했구요.  (그래서 물을 달라고 손을 들고 봐주기만 바라다가 결국 일어서서 서빙하는 분에게까지 가서 얘기했지만요)

어쨋든 옥의 티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 호접몽의 입구쪽에서 바라본 홀의 전경.  의자와 탁자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티가 난다.

2차시기 :  뒤바뀐 청구서

두번째는 아내와 아내의 동료들이 갔었습니다.  음식은 괜찮은 편이고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1인당 3만원대 수준이면 되니까 아내가 선동을 해서 직장동료들을 데리고 갔던 모양입니다.  4명이 가서 머리속으로 계산을 하면서 주문을 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계산대에 가니 24만원을 부르더랍니다.

아내의 동료들은 멋도 모르고 1인당 6만원씩을 걷어서 아내한테 내밀었는데 아내가 영수증을 자세히 보니 자기들이 먹은 것들이 아니더랍니다.   그래서 또 계산대에서 확인하고 뭐하고 하는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애초 예상대로 12만 얼마를 내고 나왔답니다.

▶ 가든이 바라보이는 창가의 자리들.  탁자와 탁자간의 간격도 넓어 쾌적한 편이었다

3차시기 : 찌그러진 차

이번에도 역시 아내가 분당에 사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어디에서 먹을까 하다가  딱히 아는데가 없어 다시 호접몽에 갔더랍니다.   아데나가든 입구에서 벨릿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당연히 차키를 맡기고 들어갔었죠.   

이날은 과다청구도, 뒤바뀌지도 않고 정상적이었답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아내는 차의 여러군데가 예리한 공구같은 것에 심하게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가슴이 아팠죠.  돈주고 새차를 뽑은게 단 몇개월 전이었던 데다가 새차를 처음 사본 거였거든요.

상처는 뒤범퍼와 트렁크 등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호접몽에 일단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해봤습니다. (사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했죠)  그런데 의외로 순순하게 지배인이 청구서를 보내오면 50%를 부담하겠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죠.  뒷범퍼를 두드려서 펴고 범퍼전체 도색을 다시해야 했습니다.  트렁크는 약간 안보이는 위치라서 색을 덫입힌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뭐가 좋은 서비스일까..

제가 생각하기엔 아데나가든 측은 할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저희 부부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식당측의 태도가 불손했다면 이미 1차시기에서 폭발했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고 노력한다는 이미지가 역력했으므로 저희도 정상을 참작한 거죠.

그러나 이후로는 아데나 가든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잘해보려는 의도도 좋았고 음식도 좋았지만 역시 식당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서비스 조직력이 생명인걸 깨달았습니다.   손님들은 그걸 대부분 느끼지 못하죠.  다만 문제가 생겼을때 서비스 수준을 알아챕니다.

워낙에 서비스라는 것이 공기같은 존재이므로 평소에 불편없이 숨쉬는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최상의 서비스는 굳이 고객들이 ‘좋은 서비스다’라는 것을 알아채는 수준이 아닌 공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원활하지 않을때 불편한 ‘자유롭게 그냥 숨쉴수 있게 해주는’ 그런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비스라는거…별거 아닌것 같지만 정말 세심하게 노력해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겁니다.

일전에 청담동의 명품매장에서 오래동안 일한 여성 매니저분의 얘기를 읽었는데요.   어떤 손님이 들어와서 옷을 혼자 마구 고르더랍니다.   꽤 오래동안요.   그런데 그 매니저분은 그 손님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 그냥 수수방관 하다가 그 손님이 그냥 나가자 뒤에서 인사만 공손히 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물었답니다.  ‘왜 옆에 붙어서서 저 손님에게 옷도 골라주고 하지 않았냐’구요.  그 매니저가 답하길 그 손님은 우리집 단골인데 혼자 옷을 고르는걸 즐기시는 분이고 저런식으로 가끔 들러서 구경을 하다가 어느날 마음에 드는걸 발견했을 때 그걸 계산대로 스스로 가져온다.  내가 아는척을 하면 불편해서 마음대로 우리 매장에 드나들지 못하게 될까봐 단골인데도 닭보듯이 했고 주제넘게 내가 옷을 추천해 주지도 않는다.  바로 그게 저 손님이 원하는 것이다.

물론 옆에서 시중을 들어주며 옷을 여러벌 골라놓고 입어보라 권하고 칭찬해주길 좋아하는 손님이 오면 난 그렇게 한다…

대단하죠… 서비스의 내공이 한단계 올라선겁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욕쟁이 할머니에게 욕을 들어가면서 음식을 먹거나, 원하지 않게 다른 손님과 합석해서 먹자마자 바로 일어서 줘야 하는 맛집들이 아직 많죠.    맛 하나로 다른 모든걸 희생할 수 있는 고객들도 아직 많지만 상황은 하나씩 바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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