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스크롤의 압박이 심합니다. 그리고 타블렛에 호기심을 느낄만한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배경얘기가 좀 지루하게 들어갑니다)

어제 발표 당시엔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었습니다만 방금전 엔가젯의 보도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발표된 가격은 아니지만 유럽 여러나라에서 아래와 같은 예약구매 화면이(영국)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16GB버전이 679.99파운드라면 달러로는 1050$ 정도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890$, 1020$ 정도라고 하네요. 이건 아이패드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예상치 못한 가격입니다. iPad 64GB Wifi+3G 버전이 세금을 제하고 829달러 정도이니 말이죠.

저는 (어처구니 없는지 모르겠지만) 400$~500$ 근처에서 가격이 형성될줄 알았습니다. 저같으면 그 정도 되야 비로소 관심을 갖을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어제 출시소식과 가격에 대한 얘기였구요.
잠시 어제 갤럭시 탭 출시자료와 동영상 등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한 후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목성을 6년동안 탐사하고 어제 막 지구에 돌아와서 갤럭시 탭을 처음 봤다면 저는 삼성에 기립박수를 쳐줬을 겁니다. 그러나 어제 제 기분이 그렇지 못했던 것은 갤럭시 탭 이전에 보아왔던 많은 기기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음의 유머 게시판에서 중국자동차 회사가 만든 마티즈와 거의 똑같은 사진을 혀를 차면서 보던 그때의 기분과 거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은 그와 약간 다릅니다. 예전 윈도우 모바일이 스마트폰의 전부였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저는 삼성의 스마트폰을 사용중이었는데 애플의 방식이 너무 생소하고 불편해 보였습니다. 모든 앱들을 바탕에 몇 페이지에 걸쳐 늘어놓은 것이 이해되지 않았죠. 게다가 윈도우폰같이 첫화면에서 시간과 날씨와 메시지들과 각종 정보들을 제 구미에 맞게 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아이팟 터치를 통해 iOS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었죠. 그리고 결국 그 방향이 저에게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삼성은 이제 글로벌 넘버원을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예전같이 소니나 다른 유력기업을 추격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이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드러내야할 때입니다만 요즘 출시되는 기기들은 솔직히 민망할 정도로 대놓고 베끼는 수준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어제 결정적으로 커피를 마시다 뿜어버린것은 갤럭시탭의 메일앱(삼성이 갤럭시탭 화면에 맞게 내놓은)이었습니다. 와우~ 아이패드의 가로-세로 모드를 그대로 차용해 왔고 그 메뉴바의 아이디어까지 가져왔더군요. 엔가젯의 리뷰어도 결국 그 대목에서는 한마디 하더군요.
' a dual pane view in landscape (of a style that seems unapologetically borrowed from the iPad)'
자 이제부터는 제 개인적인 느낌을 접고 다시 냉정해 지겠습니다. 과연 이걸 사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판단해 보도록 하죠. 소비자들은 원래 냉정합니다. 그 제품이 뭘 카피했건 상관없이 자신의 목적을 그 제품이 적절한 가격에 이루어 준다면 사는 사람들이 소비자입니다. (기본적으로 말이죠)
안드로이드와 크롬OS

예를들어 이렇습니다. 전화기 OS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전화도 걸고 저장된 전화번호를 찾고 게임도 할 수 있는..즉 전화기 자체의 복잡한 기능을 제어하고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채택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구글TV도 마찬가지 개념이죠.
또 하나의 형태는 타블렛, PC, 노트북입니다. 이들 기기엔 마치 안드로이드가 필요할 것 같지만 구글은 생각이 달랐죠. 웬만한 일들은 모두 브라우저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믿었던 겁니다. 그리고 크롬이전에 그를 위한 작업들을 방대하게 해왔죠. 구글이 생각하는 미래의 PC는 매우 간단합니다. 인터넷에 연결되면 되고 컴퓨터엔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되는거죠. 물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도 말입니다. 구글의 생각대로 만든다면 노트북 컴퓨터가 스마트폰의 1/4값밖에 되지 않을겁니다. OS역시 안드로이드보다 더 간단할 테구요.
안드로이드나 크롬OS나 모두 클라우드, 즉 내 PC나 스마트폰에 데이타를 두지 않고 구글이 관리하는 서버에 데이타를 두는 것을 염두해 만들어졌습니다. 차이점은 앱(App)이 어디에 있냐는 겁니다. 안드로이드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기기에서 돌리는 형태고 크롬OS에서는 사용자가 접속하면 서버에서 앱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죠. 안드로이드 기기내에서는 물론 데이타를 보관하지만 그 복사본이 클라우드내에도 있어서 혹시라도 스마트폰을 분실하더라도 데이타를 같이 날려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 이게 원래 구글의 기본 자세였습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가전에는 안드로이드를, 컴퓨터는 크롬OS를 말이죠. 그러니 구글의 전략대로라면 갤럭시 탭은 크롬OS를 장착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되면 이건 그냥 'WEB Pad'형태의 단순한 물건이 되겠고 2~3백달러면 만들어 낼 겁니다.
그런데 삼성을 비롯해 스마트가젯 제조사들은 크롬OS는 제쳐두고 오로지 안드로이드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애플의 독주에 위협을 느낀 IT업계의 여러회사들이 구글을 중심으로 결성한 Open Hanset Alliance는 처음에는 절박감 때문이었는지 매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것 처럼 보였습니다. 삼성도 물론 이에 속해있는 대표적인 제조업체죠.

Open Handset Alliance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화장실에 들어갈때와 나올때가 다르다더니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의 자유도를 마음껏 이용하기 시작했죠.
원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작은화면에 어울리는 해상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OS였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OS차원에서 갤럭시탭의 해상도를 지원하려면 여러가지 꼼수를 동원해야겠죠. 안드로이드는 타블렛을 염두해서 만들어진 OS가 아니니 말이죠. (아마 제조사들은 거꾸로 구글에 이런 사항을 요청하고 있을겁니다)
iOS는 아이패드 전용의 버전이 있습니다. 모든 기본 앱들이 아이패드 화면크기에 최적화 되어있고 어제 잡스의 발표에 의하면 아이패드를 지원하는 전용앱들만 25,000개가 있다고 하니까요. 어떤 앱들은 작은화면과 큰화면 모두를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앱일겁니다. 아래와 같은 메일앱은 큰화면과 가로-세로모드를 유려한 인터페이스로 지원하고 있죠.

작년에 산 삼성의 옴니아에는 멋있는 위젯과 프로그램들이 들어있었죠. 바로 옆자리의 A 팀장은 옴니아에 들어있던 지하철앱을 좋아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그 앱으로 자랑을 하곤했었죠. 그러다가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었는데 그 앱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A 팀장은 그 일로 AS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냉대를 당했죠. 한마디로 그 앱의 업데이트 계획은 없다고 그러랍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서 있은 펌업에서 반영되었습니다. 저도 최근 확인했죠)
네.. 어제 발표한 많은 내장 앱들을 삼성이 만들었습니다. 구글이 아니라요.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는 그들 나름대로 또 뭔가를 만들겠죠. 같은 OS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원래의 계획은 벌써 틀어진것 같이 보입니다. 기본 앱들이야 삼성에서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 되겠지만 스마트가젯의 가장 큰 장점인 앱스토어의 많은 앱들은 그렇지 못할겁니다.
구글이 향후 좀 더 큰화면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와 10월에 발표할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3.0)에서는 UI표준을 한층 강화할 것이란 얘기도 들려옵니다.
네...제 생각은 요즘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타블렛 제품들은 기반구조가 약한 곳에 짓는 집과 같이 보인다는 것이 제가 오늘 하고싶은 얘기입니다.
이건 아이패드와 체계적으로 대항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진영 입장에선 좋은일이 아닙니다.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 구글을 비롯한 모든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타블렛이 타블렛에 최적화된 OS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겁니다. 올해 초 아이패드 발표 몇개월전에 HP의 윈도우 7 기반 타블렛을 MS의 스티브 발머가 자신있게 소개했습니다만 아이패드가 발표된 직후 그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해버렸죠. (제 생각엔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윈도우 7도 타블렛을 위한 OS가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기존의 생각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애당초 약속한 것 처럼 그들은 크롬OS를 탑재한 타블렛을 올11월에 HTC와 함께 발매하기로 했죠. 아래 사진들이 그 렌더링들입니다.

서로 모여서 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이렇게 일방적인 경우는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구글이 대가를 요구할 차례죠.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이제와서 보니 구글과 제조사, 통신사들은 공통의 목표가 아닌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쪽에서든 먼저 자극을 주는 주체가 나타날 것이고 오랜시간이 필요치 않을겁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안드로이드 진영의 타블렛들은 불안한 기반에 서있게 될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결론을 간추려 볼까요 ?
갤럭시 탭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타블렛 구입은 불확실성이 큽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충동구매는 하지 마세요. 타블렛 시장은 유난히 다양한 OS가 조만간 나타날겁니다. 바로 위에 소개해 드린 크롬 OS를 포함해서 말이죠. 그 시기는 올연말부터일거고 애플의 아이패드는 좀 더 타블렛에 맞게 특화될걸로 여겨집니다.
그러니 특별한게 아니면 기다리거나 안정적인 생태계를 가진 아이패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흠, 좀 이따 약간 글을 손봐야겠군요. 일단 go ~!
Posted by demitr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