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ar & Radar

10년의 직장생활을 넘긴 2005년경부터 난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다 그 해를 넘기게 되었고 강박관념까지 일상과 함께 나를 쫓아왔다. 그땐 무엇을 시도해야 할 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인터넷엔 블로그의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가는 시점이었다. 그 때 블로그를 소개하는 책인 블로그ON을 읽게 된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난 블로그를 통해 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를 잡화점처럼 몽땅 꺼내놓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책에서 나온대로 이글루스에 가입했다가 인수합병으로 인한 엑소더스 분위기를 감지하고 집에 서버를 설치해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스를 운영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난 맥미니에 블로그를 설치하고 첫 번째 글을 올렸다.  2006년 5월이었다. 그 해 말 나는 올블로그(Allblog : 메타블로그 서비스로 블로그의 포털이라 생각하면 쉽다)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블로그에 선정되었다.  ‘한국형 CDDB는 포기해야 하나?‘를 비롯한 음악에 대한 포스팅이 이뤄낸 성과였다.  그리고 뒤이어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게시물이 ‘파워포인트는 워드프로세서다‘ 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어 안연구소의 월간 뉴스레터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이를 모아 2009년 <파워포인트 블루스>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블로그가 나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후 집에서 서버로 사용한 아이맥들

 

내 블로그의 명칭 Sonar & Radar는 수중음파탐지기와 우리가 잘 아는 그 레이더를 말하는데 각각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와 오버그라운드(Overground)를 뜻한다.  언더그라운드는 나의 개인적 호기심에 대한 분야이고 오버그라운드는 돈벌이나 직업적 분야이다.  어쨋든 이 둘은 무언가를 탐지하는 역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난 직업적인 영역과 개인적 호기심 모두에서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블로그 열풍은 네이버와 다음이 발을 들여놓으면서 순수한 지식의 탐구에서 돈벌이로 변질되어갔다. 올블로그와 같은 메타블로그는 상업성을 앞세운 네이버의 상대가 될 수 없었고 블로거들은 독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글을 써주거나 공동구매를 하는 형태로 흑화되어 블로그 생태계 전반이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퇴화했다. 이전까진 뉴스보다 블로그 포스팅과 리뷰를 신뢰했지만 신뢰가 깊었기에 분노 또한 컸다. 블로거들은 연말에 포털이 선정하는 베스트블로거에 선정되려고 서로 헐뜯고 싸웠다. 


이 시기에 순수함을 유지하던 블로거들까지 대거 이 세계를 떠났다. 나 역시 한동안 블로그를 방치했다. 볼로그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페이스북이 득세를 하면서 나 역시 주 무대를 페이스북으로 옮겼는데 처음부터 한계는 명확해보였다. 블로그가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아올릴 수 있는 개인 도서관이라면 페이스북은 흘러가는 강물에 던지는 떡밥같았다. 하루가 지나면 모든것이 지나가버렸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15년이 되었다. 그 동안 1천개 이상의 포스팅이 쌓였고 수 년전 게시물이 오늘 다시 뜨기도 한다. 난 얼마전 11년이나 블로그 서버로 써오던 맥미니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아직도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분들도 400여명이 남았다. 요즘은 페이스북에 써놓은 주요 글을 하나하나 블로그로 옮기고 있는데 새로운 책의 출간을 준비하며 모든 것을 새롭게 단장하는 중이다.


2021.10.16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 : 모두가 울어버린 핸드볼3,4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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