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vs 아스날 : 소문난 잔치

By | 2009-08-30

09/10 EPL시즌 4라운드 맨유 Vs 아스날, 올드드래포드
맨유 2:1 승

맨유는 아예 작정을 하고 나왔더군요. 아스날의 패스길목을 완전히 차단해 버리기로 말이죠. 거의 1:1대인마크 수준으로 아스날 선수들이 제대로 패스를 할수 없도록 돌아서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패스를 제대로 받을수 없도록 진드기 같이 들러붙었습니다.
양팀의 선발라인업은 모두 이상했습니다.
아스날은 페르시를 톱에 세우고 양쪽에 아르샤빈과 디아비를, 미들진에 송과 데닐손, 에보우에를 두고 클리쉬,사냐를 양쪽 윙백으로, 갈라스와 베르마알렌을 중앙에 두고 시작했습니다.
요즘 득점 루트가 다각화 되고 있다곤 해도 페르시 원톱으로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좀 의아했죠. 이에 대응하는 맨유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루니를 정점에 두고 긱스를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에, 나니와 발렌시아를 양쪽 윙으로, 플레쳐와 캐릭을 미들진에 두고 오셔, 에브라를 윙백, 비디치와 브라운을 중앙수비로 기용했거든요. 골키퍼는 여전히 벤 포스터였습니다.

전반전 아스날은 맨유의 압박에 패싱게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시즌 내내 보여줄 패스미스를 전반전에 모두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깔끔한 패싱게임은 던져두고 맨유가 이끄는 대로 진흙탕속으로 끌려들어가 버렸죠. 파브레가스가 있었더라면 좀 더 나았을 텐데 도무지 미들진에서 이 상황을 파해해내지 못했습니다. 데닐손은 거의 스텔스 모드였죠. 이게 첫번째 패착이 아닐까 싶네요.
맨유는 전반전에 두골 정도는 넣었어야 했을겁니다. 의도대로 아스날을 진흘구덩이에 박아 버렸고 볼점유율도 60%까지 끌어올려놓았으니 더할 나위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수비진영을 휘저어야할 나니와 발렌시아는 조용하기만 했고 오히려 에브라가 오버래핑을 통해 찬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긱스와 다른 미드필더간의 박자도 안맞았구요. 캐릭과 플레쳐는 전진패스보다는 아스날의 숨통을 조이기 더 바빴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팀의 전반전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통설처럼 패스미스와 몸싸움, 파울과 옐로카드가 난무하는 졸전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아르샤빈은 이날 정말 힘들어보였습니다. 안풀리는 경기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친구였는데 후반전엔 괴로워하기 까지 하더군요. 지난경기의 킬패스와 돌파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아스날의 돌파구는 아르샤빈밖에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전반전 말미에 역시 아르샤빈이 혼자 한껀 해냈습니다. 돌파대신 선택한 중거리슛이 빨래줄같이 포스터의 오른손을 스쳐서 골망을 흔들어버렸거든요.

이렇게 아스날을 꽁꽁 묶어두고도 선취골을 내주었으니 퍼거슨 영감님의 기분이 어땠겠습니까. 평소같으면 70분이 되어서야 선수교체를 하는 양반이 60분이 넘어서자 바로 발렌시아를 박지성으로 교체해 줍니다. 사실 후반전 들어서 교체 카드를 먼저 사용했어야 했던 것은 아스날이었죠.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하는 데닐손을 비롯한 미들진에 손을 먼저 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루니의 개인 돌파를 막지 못하고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내주고 에부에, 데닐손, 지쳐서 허덕거리는 아르샤빈을 대신해 에두아르두와 벤트너, 램지를 들여보냅니다. 그러나 디아비의 멋진 자살골로 인해 아스날은 역전을 당하죠.

이날 맨유가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개운치 않은 승리였구요. 아스날은 아스날대로 시즌 초 걱정했던 바대로 어린선수들이 경기가 안풀릴때 당황하고 스스로 풀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한마디로 양팀 모두 졸전을 벌였구요. 맨유는 정말 죽다 살아난 경기였습니다. 아르샤빈에게 골을 먹고 경기가 그대로 끝났더라면 맨유 역시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2패째를 당할뻔 했고 시즌내내 계속 아스날과 첼시를 쫓기에 바빴을 겁니다.

맨유입장에선 나니와 발렌시아 카드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득점루트 다변화문제도 마찬가지구요. 아스날도 이날 완전히 치부가 드러나버렸는데 퍼거슨 감독이 다른 팀들에게 아스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제대로 시범을 보여준 터라 앞으로 고생이 심하겠습니다. 빨리 로시스키가 돌아오는 길 밖에는요…

박지성은 63분경 투입되었지만 별다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욕심을 내고 싶어도 그럴 찬스조차 변변치 않았구요. 베르바토프도 지난 시즌에 이어 딱히 눈에 띄는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의 이적을 대비한 전술을 아직 개발해 내지 못한것 같다는 얘기밖에는요..

이 두팀이 이렇게 우왕좌왕 하고 있을때 첼시나 토트넘을 만나게되면 재미나겠습니다. 이 두팀도 그렇게 좋다고 볼수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승리를 거두고는 있으니까요.  토트넘은 막판에 항상 동점골을 허용하거나 역전을 당하곤 하던 팀컬러를 바꾸어 이젠 반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변신하는 중입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도 레넌이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죠.
그러나 앞선 두경기와는 달리 3-4라운드에서는 토트넘의 한계라 할 수 있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던것 같습니다. 킨과 데포의 루트가 묶이게 되면 정말 경기가 재미없어 지거든요.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걸 크라우치와 파블류첸코로 일단 극복했습니다.
점점 더 재미있어 지는군요. 맨시티도 빅4를 허물 후보중 하나이니 이들의 맞대결은 정말 재미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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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맨유 vs 아스날 : 소문난 잔치

  1. 효준,효재아빠

    보는데 참 재미 없더라..맨유 올해 힘들겄어..후반 마지막 10여 초를 남겨 둔 상황에서 루니가 공을 뺐긴 후 골이 나길래 허거덩 했었는데…업사이드로 노골 선언이 되었길 망정이지..어쟀거나 이런 빅클럽들은 10여 초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끝까지 방심하면 안되겄더만..그런게 능력이고 차이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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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난 올시즌부터 정식으로 토트넘과 아스날을 응원하기로 했단다
      항상 두개팀씩묶어서 응원하곤 했거든
      예전엔 아스날을 싫어했지만 이제 싫어하던 선수들이 모두
      나갔으니 응원해도 상관없을듯해서
      벵거같이확실한 주관을 가진 감독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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