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One카드, 인위적 생태계의 불안함

By | 2010-09-20

우리 아파트 단지내에는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개천이 있다. 이게 자연적으로 원래 있던 것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해놓은 편이다.  그 실개천이 정말 자연적으로 조성된 거였더라면 마음도 더 편안했을 텐데 아파트에 입주하고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그 개천을 볼때마다 과연 저게 잘 돌아갈까…하는 마음만 들었다. 원래는 입주자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테지만 난 언제나 그 개천을 바라보면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몇 번오고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고 할 때마다 개천은 사람이 일일히 손을 데야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모르긴 해도 아파트 관리비의 일정 부분은 저 개천과 그 안에 심어져있는 풀과 수초, 주변의 나무들을 위해 지불되고 있을 터였다. 생태계란 것이 설사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라해도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생태계’라 부를 수 있는 것인데 계속 손을 대야 하는 것이라면 그 생태계는 언제나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요즘 IT업계에서도 ‘생태계’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애플이 만들어 놓은 iOS생태계는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스스로 굴러가고 있는 중이다. 환경을 만들어 놓자 물고기들이 물을 찾아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누구처럼 일부러 물에 물고기까지 풀어 넣으면서 꾸미지 않아도 될만큼 개발자와 고객들이 스스로 그 안에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공적인 생태계란 그런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모여들게끔 하는 그런 안목말이다.

9월초 CJ그룹의 통합멤버십 프로그램인 CJ ONE이 모습을 드러냈다. 솔직히 내가 다니던 그룹의 일이었기 때문에 대충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소식을 간간히 들었을 뿐 자세한 사항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 그 모습이 고객들에게도 드러났다. 나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일원이 아닌 고객으로서 그 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리고 모바일 멤버십카드를 발급받았다. 그 기념으로 현재 내가 이용중인 m.net의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도 받아서 기분이 금새 좋아졌다.

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람? 나는 당연히 내가 CJ계열사 여기저기에 쌓아놓은 포인트들이 한군데로 합쳐지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 그럼 그저 카드만 한장으로 합쳐진다는 뜻일까 ?  지금부터 발생하는 포인트만 통합된다는 것일까 ? 물건을 살 때 기존 포인트와 통합포인트를 합쳐서 살 수는 있는 것인가 ? 나는 앞으로도 각 CJ계열사에 흩어져있는 내 포인트들을 각각 알고 있어야 하나 ?

아 이런… 이미 나란 고객은 너무 생각이 복잡해져 버렸다. 이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사전에 알아야 할것이 너무 많다. 나는 한낱 포인트를 잘 써보고자 하는데 복잡한 생각을 하는 물고기는 아니다. 모여들 물고기를 최우선으로 배려해서 최대한 심플한 운영체계를 가져갔어야 할 그룹의 통합 포인트 카드가 처음부터 좀 위험해 보인다. 첫부분에 내가 말한 우리집 앞의 인공개천같이 말이다.

CJ ONE  생태계의 의문점들

1. CJ ONE 가입으로 제휴사들의 Single Sign-On이 되는 것인가 ? : 음…그건 아닌것 같다

2. 그럼 기존의 멤버십 카드는 모두 버리고 이거 한장만 가지고 다니면 되나 ? : 상황에 따라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3. 난 복잡하니 그냥 예전 멤버십 카드를 그냥 놔둘란다 : 음…그것도 그렇게되지 않는것 같다

4.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휴사별 포인트를 모두 통합해서 사용할 수 없나 : 없다. 그건 확실하다

5. 그럼 앞으로 멤버십 포인트는 모두 통합카드에 적립되는 것인가 ? : 그런것 같다

6. 난 CGV VIP 멤버십인데 CJ ONE에서도 VIP인가 ? : 글세…그런 멤버십 레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7. 좋다 해당 제휴사의 기존 멤버십 포인트와 통합포인트를 합쳐서 사용하란 건가 ? : 아…그것도 상황에 따라 되기도 안되기도 한다

8. CJ ONE만 있으면 일일히 제휴사 사이트에 가지않고도 포인트 조회는 되겠지 설마 ? : 아니 안된다 -.-;;  앞으로도 따로 들어가라

이외에도 다수…

제발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자…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사용하고플때 그냥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도 이건 좀…

Facebook Comments

3 thoughts on “CJ One카드, 인위적 생태계의 불안함

  1. 재능세공사

    예전 홈쇼핑 다닐때 LG통합멤버십 포인트 구축한다고 난리부르스 출 때가 생각나는구나.. 어쩌면 대기업들은 그렇게 못난짓을 똑같이 되풀이하는지.. 분명한건 이런 일들의 시작이 진짜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추가로 줘서 로열티를 확보할까라는 생각보다는 자기들의 이익을 어떻게 조금 더 늘릴 수 없을까 하는 욕심에 있기 때문이겠지..ㅜㅜ

    Reply
    1. demitrio Post author

      뭐 자초지종은 말한 그대로에요 ㅎㅎㅎ

      Reply
      1. 효준,효재아빠

        음..내막을 다 까발길 수야 없구..
        어쨌던 이거 한다고 우여곡절 많았고, 완료해 놓구서도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고..

        에휴…머리 아푸다..ㅋㅋ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