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젠테이션이나 파워포인트를 잘해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대개 하는 첫번째 행동은 일단 서점으로가서 책을 사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기능은 모두 마스터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 역시도 가끔 파워포인트나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들을 사보곤 한다.
뭐든지 분류하려고 하는 습성을 가진 나이기에 프리젠테이션 서적을 몇가지로 분류해보라고 시킨다면 아마 세가지 정도로 나눌 것이다.
첫번째는 '따라하기'책이다. 특정예재를 두고 책대로 따라하면서 예재를 스스로 완성해 가는 그런 방식이다. 보통 수십가지의 예재들이 제시되며 처음으로 파워포인트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나 두번세번 반복해서 읽어볼만한 정도는 아니며 기능의 습득에 목적을 둔다.
두번째는 '기능참고서'이다. 목차는 파워포인트의 기능별로 나열되어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모르는 기능을 찾을때 더 유용해서 영한사전같이 쓰일 수 있다.
새번째는 '프리젠테이션 스킬과 매너'에 대한 책인데 말그대로 프리젠테이션시의 팁과 화술, 내용의 구성 그리고 환경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위와같은 세가지 외에도 파워포인트 디자인서식이나 클립아트들을 모아놓은 그런 책들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위의 세가지 부류가 대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프리젠테이션 젠은 위의 세부류의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파의 무공을 들고나왔다.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의 블로그인 Presentation Zen은 책이 출판되기 전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책 역시 외국에서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국내에 출간되지 마자 조용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Presentation Zen Blog
뭔가 다른종류가 필요하다
사실 파워포인트 등과 같은 프리젠테이션 도구의 사용자들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바는 '어떻게 도구를 다루느냐'하는 관문을 넘어서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예전같이 파워포인트를 다룰줄 안다는 자체로 학교나 회사에서 전문가 취급을 받는 시절은 지났다. 이미 학생시절부터 파워포인트를 다루기 시작했으며 부장급의 간부사원들도 스스로 파워포인트로 문서 작성을 웬만큼 해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워포인트의 기능을 익히는 관문은 대부분이 이미 통과했다.
문제는 그 다음 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책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 무언가'를 글로 명확히 제시하기는 참으로 곤란하다. 분명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엇'을 누군가 제시하면 그것이 '그 무엇'과 일치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맞아 내가 원하는게 바로 이런 내용이었어"하고 외치며 말이다.
그것은 결국 뭔가 눈에 보이지 않고 실체도 없는 '내공의 구결'에 가까운데 가르 레이놀즈는 이런 어려운 작업을 잘도 형상화 시켰다. (글이나 말로 형상화 시킨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작업이다)
예전에 우리가 즐겨봤던 만화인 슬램덩크에 나오는 주인공 강백호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레이업 슛을 연습하는데 도무지 잘 되지가 않는다. 공은 계속 백보드에 강하게 튕겨서 튀어나올 뿐이다. 이리저리 자세를 계속 교정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때 누군가가 공을 '던지지말고 놓고오는 기분으로 하라'고 말해준다.
강백호는 모든 자세 등을 잊고 단지 '놓고오는' 그 느낌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레이업 슛을 성공하면서 뭔가를 깨닫게 된다.

Presentation Zen
Presentation Zen
자... 그럼 이책의 내용이 어떠할지에 대해 느낌이 왔는가 ?
가르 레이놀즈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도 레이업 슛을 할때의 팔의 올바른 각도와 스텝등 에 대한 내용이 아닌 '공을 놓고온다'라고 하는 내공구결이다. 그것은 어떻게보면 너무 간단하고 시시해 보이지만 슬라이드를 작성할 수록 언제나 절실하게 다가오는 원칙들이다.
그가 예제로 제시하는 슬라이드들도 모두 그러한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있는 것들이다.

저 슬라이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암시하고 있다. 피상적으로 대충 이 책을 읽어넘기는 사람들이라면 내재된 원칙보다 아름다운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연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행간에 내재된 저자의 의도와 경험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원칙과 체계를 잡아나가고자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더없이 훌륭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을 제시한 예제들도 마찬가지로 직관적이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가령..아래와 같이 더 이상 내용자체를 축소하기 힘든 복잡한 슬라이드를..

이 예제는 책이 아니라 Blog에서 인용되었다

현실로 돌아와서
프리젠테이션 젠의 사상에 감명받았다고 해서 당장 아래와 같은 슬라이드를 양산해 낼 수는 없다. 그건 이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고 예전에 파워포인트 블루스의 첫회 연재에서 충분히 그 이유를 얘기했었다. 짧막하게 되풀이하자면 우리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거의 워드프로세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억나시는가? 파워포인트 블루스 연재물의 에제중 하나이다
그건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 현실에는 제약사항이 따른다. 프린트 하는것을 고려해야 하고, 별도의 프리젠테이션 무대없이 보고서로 배포되어야 하며 필요한 내용을 꼭꼭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한 기본적인 제약범위를 1차적으로 만족시키고 나서 그 원칙들을 적용하면 된다.
내가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통해서 항상 주장하는 바도 레이놀즈가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결국 정보를 나열해서 무미건조하게 보여주지 말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명료하게 청중들에게 전달하자는 것 아니던가
물론 바로 위의 슬라이드는 저자인 레이놀즈와 책에서 소개하는 전문가들이 싫어할만한 모습을 갖추고있지만 말이다
네번째 종류의 책들
어쨋든 프리젠테이션 젠을 읽은 분이라면 이 책이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새로운 시각과 내공을 다루는 책들이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
비록 파워포인트나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문서를 작성하기를 바란다면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방법'을 다룬 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파워포인트 서적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공간이 바로 이것이며 중급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지식노동자라면 접근해 볼만한 카테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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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중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는 전체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대단히 유용한 책이다.
프리젠테이션의 내용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와 같은 책들이 파워포인트를 가지고 일하는 우리들이 봐야할 네번째 서적 카테고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demitr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