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에피소드

도어즈의 단골들

By | 2021-10-19

★J씨의 음반리뷰 도어즈에 거의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하는 J씨는 항상 반쯤 취해있는 말투였다. 항상 맥주 몇 잔으로 고사를 지내면서 오래동안 자리를 지키고 음악을 들었다. 언뜻보면 할일없는 실직자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안경에 약간 마른 체형, 항상 헝클어져있는 머리,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콤비쟈켓과 면바지에 랜드로버, 음악 잡지와 신문, CD가 들어있는 메신저백이 항상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와 친하진 않았지만… Read More »

밥돌이 : 더 비기닝

By | 2021-10-12

내가 대학교 3학년때 과대표도 아닌데 불구하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는데 집에서 분명 졸업여행비를 받아내서 그걸로 몽땅 술을 마셔버렸다는 것. 그래서 난 수학여행비를 낼 수 없었고 여행을 기획은 했으나 가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집에선 수학여행을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3박 4일인가를 짐을 싸서 다른 곳에 가서 지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기에… Read More »

스위치 타자들

By | 2021-10-09

망원구락부의 탄생시기는 확실치는 않다. 어쨋든 동도중 2학년 같은반 멤버인 나-종영-쌍목-재영에 고1때 멤버인 성훈을 더하고 가끔씩 보현-채희-태식-정규 등 동네친구까지 가세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즐겼다.  축구와 농구가 기본이었고 야구와 배구가 더해졌다. 고1때 같은 반인 합정구락부의 동희가 무쇠엉덩이 등 자기동네 애들을 끌고 내려와 망원대 합정의 대결이 자주 이어졌고 특히 어쩌다 한번씩 대결하는 11:11의 축구시합은 시합 자체가 재미있어 시합벙개가… Read More »

매혹의 머천다이저

By | 2021-10-08

첫 직장인 LG홈쇼핑(현 GS홈쇼핑)때 비리폭로 문제로 회사를 소란스럽게 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벤처버블때 스타트업에 가담하고 2년도 안되어 망했던 경험때문에 세 번째 직장인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에 입사했을 땐 그저 ‘조용히 있다 나가자’가 내 좌우명이 되었다. 새롭게 설립된 이 회사는 기존 홈쇼핑 두 회사로부터 많은 실무인력을 스카웃 해왔는데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회사내 전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눠보아도 이… Read More »

베르나

By | 2021-10-08

2003년 12월로 접어드는 쌀쌀한 어느 일요일이었다.  마님과 나는 결혼 3년차 맞벌이 부부로 오랜만에 마주앉아 마늘을 까고 있었다. 마늘 한 접을 모두 다듬고 믹서로 갈아 냉동마늘 블럭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한창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마늘을  양손에 쥐고 있어 그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나 전화벨이 집요하게 울리는지  화가나서 전화기쪽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Read More »

By | 2021-10-07

성산국민학교 교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가면 작은 사거리가 나오는데 똑바로 직진하면 계단을 올라 합정동 홀트아복지회 바로옆까지 주욱 이어지는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학교담장을 끼고 가면 131번이 다니는 찻길과 건너편에 영진시장이 있었다. 오른쪽길을 따라 수십미터를 가면 조그만 약국이 나오는데 약국뒤로는 살림집이 딸려있었다. 그때의 건축양식은 거의 그랬다. 문방구 뒤에도 살림집이 딸려 있어 아저씨를 불러야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아저씨가 슬리퍼를… Read More »

세 명의 지진아들

By | 2021-10-06

옥수동은 확실히 우리 부부에겐 전략적 요충지였다. 새로옮긴 우리집은 옥수역 부근의 아파트였다. 옥수동, 특히 옥수역 부근은 서울 지도를 펴놓고 보면 거의 정중앙에 해당되는데 언덕아래 한강가까이에 형성된 곳이라 마치 섬같이 고립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교통이 편리해 시내 중심부까지 전철을 타고 10분이면 나갈 수 있었고 직장인 양재역에도 16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는 삼성병원의 3교대 간호사여서 직장생활… Read More »

헌혈열외

By | 2016-10-06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논산훈련소와 달리 각 지역의 향토사단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자체훈련소에서 신병을 모집한다. 수방사예하 5개사단이 구별로 서울을 5분하고 있었는데 이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의 같은 지역에서 신병을 모집하면 거의 동문회 분위기였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중 하나정도는 걸려들거나 적어도 한다리를 건너면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우리사단도 3개중대 700여명을 매기수로 모집했기에 아는애들 천지였다. 내가 속한 소대만 해도 같은…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