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에피소드

입원의 추억

By | 2022-03-09

20대 초반때 얘기. 원래 걷는거 힘들어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걷는게 고되서 집에와서 그런 얘길 했다가 엄마한테 붙들려 병원에 끌려갔더니 의사가 그런다.  “자..어머니는 입원준비하러 집에 다녀오세요. 아드님은 아무래도 내일 첫수술 받아야 할 것 같으니 여기 남겨두고 가세요” “네? 왜요?” “탈장입니다. 찰데까지 찼어요.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한 시간 후 난 옷을 갈아입고 정형외과 병동 6인실에 들어갔다. 정형외과… Read More »

헐리우드 키드

By | 2022-02-21

홍익대학교 교문앞에서 경사진 길을 직진해 내려오면 사거리직전 골목길 초입에 리치몬드 제과점이 있었고 사거리 건너편엔 청기와주유소가 있었다.  계속 직진하면 거리가 한산해 지면서 야트막한 2,3층짜리 빌딩들이 나오고 길은 상암동까지 뻗어 있었는데 좌우로 성미산과 경성고등학교로 가는 사거리가 나오기전, 서교시장으로 가는 사거리 사이쯤 오른편 구석에 극장건물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곳에 청원극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미 이 극장은 몇 년전 ‘서마탱… Read More »

뜻밖의 손님

By | 2022-02-06

성당의 아줌마 커뮤니티는 원래 결속력이 강했다. 하지만 성산성당 바자회를 성공적으로 치룬이후 그 결속력은 한층 강화되어 성당일이 아니더라도 아줌마들은 거의 매일 교류를 가졌고 음식을 하더라도 더 많이 해서 서로 나누어 먹는다는 핑계로 서로의 집을 찾았다.  아줌마들은 서로의 이름도 몰랐다. 그저 성당에서 부르는 본명이 그 이름을 대체했다. 골롬바씨, 데레사씨 하면서 말이다.  세실리아씨는 붙임성이 워낙 좋기로 유명했는데 다른… Read More »

성당 냉면

By | 2022-01-09

망원1,2동, 합정동, 성산동, 서교동의 천주교 신자들은 그 시기에 모두 절두산성당에 다녔다. 난 국민학교에 다니던 6년 내내 이 성당에 다녔다. 절두산 성당은 주택가에서 멀찌기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부터(현재의 한마음어린이 공원 바로앞 하드코어키친 자리가 우리집이었다) 성당까지 도보로 적어도 30분은 걸어가야 했다.  망원 2동에 사는 녀석들은 걷기엔 좀 멀어 합정동 로터리까지 버스를 타고 나와 성당앞 굴다리까지 이어지는 곧은… Read More »

팩차기 (혹은 컵차기)

By | 2022-01-07

복학생들을 중심으로 90년대초반 팩차기가 대유행했다. 복도를 지나는 길에 애들 네 명이 진지한 모습으로 팩차기 하는걸 보고 혀를차며 지나갔다. 어느날 복도를 지나는데 동기 두 명이 모자란 인원으로 어렵사리 팩차기를 하고 있었고 때마침 지나가는 나를 녀석들이 불러세워 쪽수를 맞추고자 했다. 나는 손사레를 쳤지만 결국 다른 애들이 올때까지만 맞춰주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조금 익숙해지니 팩차기 마성에 그만 흠뻑 빠지고… Read More »

군대냉면

By | 2022-01-05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초반 군대엔 냉면이 있었다. 더운 여름날  토요일 점심정도에  나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에 한 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메뉴가 냉면일 때면 입맛이 없어 점심을 건너뛰는 병사들도 사병식당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들은 늦지않게 가야 그나마 덜 불은 냉면을 먹을 수 있다는걸 잘 알고있다.  점심시간에 위병소와 삼거리를 지키는 근무자들은 냉면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Read More »

타자기

By | 2021-11-14

난 열심히 타자치고 있는데 인사계가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일어나더니 그런다.  자긴 타자소리가 자장가 같이 들리는데 내 타자치는 소리가 제일 리드미컬해서 듣기 좋다나?  아닌게 아니라 타자기는 컴퓨터 키보드보다 훨씬 소리가 큰데도 남이 치는 소리는 듣기 좋을 때가 있다.  난 부대에서 지급된 커다란 올리베티 타자기를 썼는데 이건 많이 치면 손가락이 아파 가끔 저려올 때가 있다. 특히 받침을… Read More »

북한산 폭우

By | 2021-11-09

내가 있던 부대는 구파발에서 조금 들어가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오는게 사단 사령부고 노고산에서 송추쪽을 따라 북한산 국립공원 찻길로 수 킬로미터를 들어가면서 3개 연대가 차례로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길이 좋아졌지만 그땐 폭우가 쏟아지면 없던 냇물이 찻길을 가로질러 생겼다.  예비군 동원훈련 준비로 사령부에서 가장 먼 218연대의 훈련장을 점검하러 나와 군수계원이 부대를 나섰다. 부대앞 삼거리에서 156번 버스를 타면… Read More »

물리치료사

By | 2021-11-08

훗날 신촌 창천국민학교앞 건물 2층에 자리잡게되는 Doors의 전신은 지금의 신촌역 바로 앞에서 Rock이란 간판으로 문을 열었다. 어쨋든 난 그 가게를 승재를 거쳐 세민씨에게 소개받고 즉시 죽돌이가 되었다. 그게 아마 1990년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한 상태였으니 잘 기억한다. 가게가 처음 시작할땐 2~3천장의 LP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다른 가게와 마찬가지로 손님들은 카운터에 놓인 손바닥보다 작은… Read More »

대부

By | 2021-11-02

망원동에서 살며 대학시절을 보내던 어느날 이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묘한 표정으로 얘기를 시작하셨다.  “용석아 너 앞집 O진이네 O식이 알지?” “그럼요 알죠. 근데 왜요?” “응, 글쎄 그 집에서 너더러 O식이 영세성사 대부를 서달라고 그러더라” 거실 마루바닥에 누워있다가 난 용수철처럼 튀어일어났다. “으~응? 나더러 대부를 서달라고? 아니 왜 나야?”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쨋든 널 동네에서 좋게… Read More »

만삭의 영자

By | 2021-10-22

옥정초등학교의 오후 일곱시 초중급반 수영클래스가 시작된 어느날 수영선생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오늘 새롭게 클래스에 합류한 분을 소개했다. 월초가 아니어서 신입회원이 들어올 날짜가 아니어서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새로 들어온 분은 놀랍게도 만삭의 임산부였다. 산달이 임박했는지 상당히 배가 컸는데 옆레인의 아줌마들이 배모양을 보고 각자 아들이라는 둥 쌍둥이 같다는 둥 수근거렸다. 보통 내가 보아온 만삭의 임산부들은 그때가 되면 힘에… Read More »

모니카 벨루치

By | 2021-10-20

자유영을 몇 개월의 고생끝에 돌파하고나자 그때부턴 모든게 장미빛인것 같았다. 실제로 배영은 자유영과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을 금새 파악해 돌파했다. 다음 영법인 평영이 제일 쉬워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평영에 돌입하자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몇 번이면 좋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매번 할 때마다 편차가 생겼고 한달이 지나도록 전혀 진전이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