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멜과 몽고메리

스피드경영의 대조적인 지휘체계 표본

Part I. 롬멜 : 생각의 속도를 현실화 하다

에르빈 롬멜이 2차대전 기간 초반에 거둔 성과는 단연코 빛이 났다.  

그가 독일군 7사단장으로 프랑스침공 당시 보여준 놀라운 속도는 퇴각하는 프랑스군 보다도 빨랐다.  롬멜의 회고록에 의하면 그 진격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총을 들고 후퇴하는 프랑스군 패잔병대열을 불러세워서 포로로 삼거나 무장해제를 시킬 시간이 없어서 항복도 받지 않고 그들을 완전히 무시한채 프랑스의 후방까지 깊숙히 진격했다 한다.

그는 이후에 베를린에서 히틀러의 극비지시를 받고 북아프리카로 들어간다.  북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날 그는 곧바로 다시 정찰기에 올라 영국군 진영을 정찰했는데 그 정찰비행에서 돌아온 직후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부하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린다. 

그의 부대는 그때 아직 완편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돌격이라고 해봤자 한줌뿐인 전력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롬멜은 수백년 전의 전쟁이야기에서나 나올법 한 지시를 내린다.   차량이라고 생긴 모든것을 징발해서 나무로 탱크모양을 뒤집어 씌워 적당히 색칠을 한 후 야자수가지와 같은 빗자루효과를 낼 만한것들을 차량뒤에 매달아서 먼지가 나게끔 했다.

그리고나서 부대를 횡으로 길게 세우고 영국군진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아마도 영국군이 제대로 반격을 했더라면 롬멜의 부대가 오히려 전멸당할 판이었지만 롬멜의 판단대로 영국군은 지평선너머로 엄청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독일 기갑부대에 놀라 일단 후퇴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시작해 롬멜은 결국 토부룩과 이집트 접경까지 장장 2천킬로가 넘도록 영국군을 몰아붙였다.  

롬멜이 비록 사진과 같이 철십자장과 독수리마크를 달고 있는 나찌의 장군이었지만 오히려 적국이었던 영국군이나 미군측에서 높게 평가받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그의 판단력과 신속한 행동 때문이었다.    

Part II. 몽고메리 : 나는 항상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넌다

영국군이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에게 계속 밀리고 있을 때 사실상 영국 육군의 전역은 북아프리카로 집중되어 있었다.  지중해와 대서양의 재해권은 아직 영국이 잡고있었지만 영국본토와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던 괴링과의 공중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유럽본토에서 독일에 밀려난지도 이미 오래된 시기여서 영국군은 북아프리카에 올인할 수 있었다.

결국 여러명의 사령관이 교체된 끝에 몽고메리가 (사진 위) 북아프리카 사령관이 되었다.  그의 전술은 단순했다.  롬멜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갖출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전역이 러시아까지 확장되어 아프리카에 신경쓸 틈이 없었던 히틀러는 롬멜이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보충해 줄 수 없었고 롬멜은 싸우면 싸울수록 병사들의 수가 차츰 줄어들고 지쳐갔으며 가용할 수 있는 차량과 전차도 그랬다.

영국군은 계속 보강되고 있었기에 롬멜은 압도적인 전력차이로 벌어지기 전에 영국군을 패퇴시키려고 끈임없이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그 끝은 엘 알라메인이었고 거기서 롬멜의 전력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반면 몽고메리는 이제 반격에 나설만큼의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몽고메리는 단 한번의 반격이자 결정적인 공격으로 지금까지의 수세를 공세로 전환했다.   이에 롬멜은 빠른 판단으로 총퇴각을 결정하고 역사적인 철수작전을 벌이게 된다.

이후 몽고메리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지만 지휘관으로서 그의 역량은 그 이후에 판가름 났다.  그가 기획했던 야심찬 작전이었던 마켓가든 작전은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 내며 독일군에게 희망을 주고말았다.  사실상 북아프리카 전투가 그에게 있어서는 최초이자 최후의 승리였던 셈이다.

Part III. 오늘날 경영자 : 스피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른다

결국 오늘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롬멜과 몽고메리의 예를 들었던 것이었다.  나는 조직과 집단의 속도는 지휘관의 판단의 속도와 비례한다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왔다. 

따라서 스스로의 확고한 판단력을 가지지 못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을 빠르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 세계에서의 ‘속도’는 이제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마이클 델은 속도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지휘관이다.   그는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의 실패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실패 역시 빠르게 봉합했기 때문이다.   마치 롬멜의 퇴각을 보는듯이 말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스피드 면에서 델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지난날의 실패를 교훈삼아 빠르게 변신하였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한때는 가장 빠른 생각을 가진 지휘관이었으나 이제 비대해진 조직과 지휘체계로 인해 몽고메리 스타일로 바뀌고 말았다.

지휘관의 판단이 빠르면 그 나머지가 무능해도 일단 빠르게는 돌아갈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말이다.  따라서 기업의 CEO가 빠르지 않은 조직의 역량을 가지고 아래 사람을 나무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일전에 어느 대기업의 프로젝트 Kick-Off 행사에 참가했다가 그 회사 CEO가 ‘스피드’에 대해 전 조직원들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연설을 듣고 문득 위와 같이 롬멜과 몽고메리가 떠올랐었다.    임직원과 간부들이 느린것을 질타하기 보다  CEO 스스로의 판단이 빨라지면 조직 전체는 따라온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 ?

작고한 현대그룹 정주영 역시 결과야 어쨋든 ‘속도’문제에 있어서는 정말 신화적인 인물이 아니었던가 ?  그 속도의 원천 역시 정주영 회장이 내린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 때문이 아니었던가.

오늘의 결론 : 조직의 속도는 결국 지휘관이 가지는 생각의 속도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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