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 다람쥐의 묵사발

By | 2007-03-12

양평에서 퇴촌, 팔당댐을 거치는 도로는 얼마나 많이 지나다녔는지 길 모퉁이 마다 어떤 표지판이 걸려있는지 모조리 외워버릴 지경이었다.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사리-팔당댐을 잇는 직통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차로 가려면 팔당대교를 건너고 다시 팔당댐 위를 지나서 돌아가야만 했다.

어쨋든 나는 그 도로를 참 많이도 다녔는데 심심하면 아내와의 주말 드라이브 코스를 그쪽으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팔당대교에서 퇴촌방면으로 약 7km떨어진 지점에 문제의 간판이 서있었는데 그 간판은 어느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마을 다람쥐’라고 씌여진 간판이었는데 거의 1년도 넘게 그냥 지나쳐버린것 같다.  그 간판이 내 주의를 끌게된건 항상 그앞에 차들이 많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차가 하도 많아서 나는 그 집에 들어갈 엄두도 못낸채 항상 ‘언젠가는 가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 ‘언젠가’가 마침내 다가왔다.  아마 3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2년전 여름에 찍은것이다)

마침 그날따라 차가 없길래 아내와 함께 마침내 그집에 들어갔다.  도토리라는 문구만 어렴풋이 본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들어가서 두리번 거리다가 토토리냉면 2그릇을 시켰다. 

그 후로 지금까지 10번 이상 그집에 드나든 것 같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도 했고 후배네 식구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거의 모든 메뉴들을 거의 다 먹어보았고 지금까지 데려간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집 참 맛있다~!

도토리음식점에 어울리지 않게 위의 사진과 같이 이집은 전원주택처럼 꾸며져있다.   하도 장사가 잘되다 보니 신관에 까페까지 새로 지어서 넓혔음에도 불구, 정말 작심하고 가지 않으면 1-2시간은 우습게 기다려야 할 지경이다.   주차장이 없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아 이 근처 국도가 모두 주차장이다.

항상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데 난 45번도 받아본 기억이 있다.

저 위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본관인데 본관 테라스에서 정면을 쳐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어처구니 없이 좋은 광경이 펼쳐진다.

이런점 때문에 사람들이 한두시간을 보낼 수 있나보다.   어쨋든 오늘 음식점을 말하려고 작정했으니 이제 음식에 대해 말해볼 차례다.

이집은 도토리 집인만큼 메뉴는 도토리 일색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가 볼때 이집의 대표메뉴는 묵사발이 아닐까 한다.   도토리냉면, 도토리전병, 묵밥, 온면, 도토리 빈대떡, 수육, 새싹 비빔밥등이 있지만 그래도 계절을 무시하고 압권은 묵사발이다.

(왼쪽사진 참조 : 항상 먼저 먹느라 사진을 까먹어서 사진은 트래비닷컴에서 발췌함)

메뉴를 보면 따뜻한 음식과 찬음식으로 나뉘는데 묵사발과 도토리냉면이 찬음식이고 다른것들은 모두 따뜻한 음식에 속한다.   

묵사발(7천원정도)을 시키면 왼쪽사진과 같은 온갖야채가 담긴 묵사발과 공기밥이 나오는데 묵도 탄력있고 맛이 있지만 묵사발-냉면-온면-묵밥에 걸쳐 이집의 음식을 빛내고 있는 스타는 국물이 되겠다.

국물은 추측컨데 멸치-다시마가 주축이 되어 매우 구수하고 그윽한 맛이 나는데다가 약간 신김치가 송송 썰어져서 그 상큼함과 매콤한 맛을 더하고, 깨소금-마른김-무우-당근-오이-기타 야채가 보태져서 그 위로 길쭉하게 썰어진 도토리묵이 얹혀지니….

담백하고 흡족하다고 밖엔 못하겠다.  반찬은 김치 달랑 하나지만 김치 또한 미쳐 처리하지 못한 공기밥을 비우는데 충분할 정도로 맛이있다. (어머니는 김치만 3그릇을 비우시더라)

묵사발이 이집의 백미이지만 다른 메뉴들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명이가서 먹되 도토리집이라고 묵무침같은거 시키지 말고 공용화기와 개인화기를 중첩되지 않게 주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두명이 간다면 묵사발-도토리냉면(또는 더운 오면이나 묵밥)을 시키고 공용화기로 도토리전병같은걸 주문하기 권한다. (묵사발-냉면도 공유하시라)  이렇게 해봤자 두명이 3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4-5명이 간다면 가장 좋은데 그럴경우 가운데 공용화기로 도토리전병-빈대떡을 시키고 개인화기로 묵사발 2그릇과 냉면-온면(또는 묵밥)을 시켜 드시길 권한다. 

국수류를 좋아하시는가?  그럼 이집이 따봉이다

혹시 기름기없고 담백한 맛을 즐기시는가 ?  그럼 더할나위없다

평소에 국수를 하찮게 생각하고 밥과 고기를 숭상하시는가?  가보면 변화가 있을지어다

기름기많은 중국음식이나 그 아류작들을 좋아하시는가 ?   오랜만에 담백한것도 드셔라

식사류는 6-7천원이고 공용화기들은 만원대 초반에 포진되어 있어 투자대비 효율이 좋다는게 이집의 또다른 장점이 되겠다.   날이 슬슬 따뜻해지려고 하는 이때가 가장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주에 한번 가보심이 어떤지?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맛집들을 몇개 소개하려고 하는데 이집을 첫번째로 소개한걸 보면 그래도 뭔가가 있구나 하는걸 느끼실거다.   이글보고 다녀오신 분들 계시면 댓글도 남겨주시라.

※ Tip : 많이 기다리지 않으려면 남들이 가지 않을 시간에 가시라.  이집은 서울외곽임에도 불구, 평일저녁에도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오전 11시에 아점을 드시러 가던가 대담하게 오후 3시쯤을 공략하라.  그나마도 토-일요일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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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강마을 다람쥐의 묵사발

  1. 효준,효재아빠

    어머니 모시고 지난 토요일 점심에 갔다왔는데..
    점심시간이 다되어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도 날씨가 꾸리꾸리한 덕에 손님이 조금 덜했던 것 같음.

    어쨌거나 참 맛난 음식점 같애.
    내 아무리 느끼한 치즈 덩어리를 좋아하지만..이런 맛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이 글은 낼 출근해서 내 블로그에 퍼가야지..ㅋㅋ(일부 copy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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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혀기

    어떻게 가야되는건지 좀 자세히 설명 좀 달아주세용~~ 꼭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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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일단 팔당댐에 가는것이 중요. (미사리를 관통해서 계속직진하면 나오지) 그리고나서 팔당댐에서 광주쪽으로 7km정도 가다보면 왼쪽에 있는데 그 근처가 좀 썰렁하기 때문에 금새 알아볼거야…그 근처만 가면 차가 우글우글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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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기찬

    나도 너만큼은 아니지만 한 다섯번 정도는 간거 같다. 그런데 여전히 맛있다는 탐미와는
    달리 나는 처음 두번 정도까지는 맛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급속도로 만족감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고 있음.. 그래도 아직 맛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역시 적극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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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그야말로 별미를 즐기는 음식점은 어쩌다 한번 가는게 효용성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것 같음. 그래도 자주 갔구료 ^^ 형수님이 그걸 좋아한다면 약간 더 멀리에 있는 죽여주는 동치미 국수집에도 한번 가보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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