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와 릴이 챔스리그에서 만난건 처음이 아니죠.  작년 시즌에서도 만났었고 맨유는 최악의 성적을

냈었습니다.  그때 제가 써둔 글이 있어서 다시 읽어 보았는데 오늘 새벽에 프랑스에서 벌어진 경기가

그 때의 완전한 재판모드였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죠   http://www.demitrio.com/sonarradar/95

퍼거슨 감독은 작년 시즌에 그렇게 릴에 당했으면서도 오늘 경기에서 별다른 대책없이 평소대로 나온것 같았습니다.   멤버는 정말 최상의 조합으로 내보냈죠.   루니-호나우두-긱스-라르손의 공격조합에 후반에는 호나우두를 빼고 사하를 집어 넣었습니다.   아마 긱스의 프리킥 골이 아니었다면 라르손이나 긱스를 대신하여 박지성이 투입되었을 겁니다. 

경험많고 노련한 긱스의 센스있는 프리킥이 아니었다면 맨유에게는 지옥과도 같았던 원정경기였을 겁니다.  원정경기를  무득점으로 마치는것 만큼 비관적인 결과는 없을 테니까요.   긱스의 골이 논란거리가 되긴 했지만 확실히 릴이 너무 방심했습니다.   루니가 공을 지면에 놓는 순간 공격하는 팀은 주심의 휘슬과 상관없이 인플레이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탓인데요.    골키퍼가 수비수들의 위치선정을 잡아주기 위해 골대의 왼쪽으로 치우쳐있지만 않았어도 긱스에게 그런 찬스를 내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속도감이나 파워넘치는 플레이등에 있어서는 최고의 리그라 할만 하지만 그들을 리옹이나 모나코, 릴과 같은 프랑스팀들과 붙여놓으면 유난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요.   역시 각 리그간의 스타일에서 오는 차이같습니다.   리옹도 마찬가지지만 릴 역시  언제나 수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볼을 가진 상대방과 채 1-2미터도 떨어지지 않게 밀착마크를 해서 범실을 유도한 다음 그 볼을 가로채서 역습에 나서곤 합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으례히 캐릭과 같은 미드필더가 볼을 따내서 퍼니난드에게 연결하면 포백수비진끼리 볼을 돌리다가 미들을 거쳐 전방으로 한두번에 주욱 나가는 일반적인 그림을 자주 보아왔었는데 오늘 릴의 선수들은 미치광이 처럼 끝까지 맨유의 수비진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볼을 가로채기 당해 위험한 순간도 많이 만들어줬죠.   이때문에 나중에는 포백수비진이 앞으로 볼을 걷어내기 급급했습니다.

릴이 전체적으로 맨유의 축구 스타일을 완전히 잠재워 버린 가운데 후반 20분경부터 파상적으로 맨유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열세라고 생각되는 팀이라면 좌우의 측면 수비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오기 어려운 법인데도 불구하고 릴의 공격진이 맨유진영에서 볼을 인터셉트하고 나면 좌우의 윙백들이 보기좋게 나란히 맨유진영을 향해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려들어가던 모습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릴의 수비는 차라리 대인방어에 가까웠고 조금이라도 맨유 미드필더가 지체하면 2-3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었습니다.   그때문에 호나우두는 볼을 가지고 10미터를 돌파하기도 힘에 겨웠죠.   루니나 라르손도 계속 고립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맨유 역시 순간적인 개인돌파로 몇번의 찬스를 잡았지만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고 특히나 양쪽 사이드 돌파는 원천봉쇄 수준이었습니다.  

 

작년시즌의 두차례 맞대결에서도 그랬지만 맨유가 릴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해도 한골을 넣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작년시즌 두차례 맞대결에서는 무득점) 뭔가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자칫 홈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할 듯 합니다.  

사실 그래서 더욱 박지성이 절실했습니다.  박지성은 제가 보기엔 거의 프랑스 킬러에 가까운 선수기 때문이죠.  2-3년전 모나코와 리옹이 PSV를 맞아 얼마나 고전을 하면서 번번히 탈락했는지는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겁니다.      오늘 경기에서 간간히 나왔듯 릴이나 리옹같은 팀은 맨유의 전매특허인 측면돌파에 의한 벼락같은 크로스와 이를 짤라먹는 타겟맨보다는 중앙에서의 침투패스에 의해 한번에 허물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박지성이 사실 그런 전술에 들어맞는 선수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프랑스 리그의 팀들은 같은 방식으로 상대해야 해답이 나올것 같습니다.  프랑스리그내의 팀들끼리 하는 경기를 보면 의외로 서로 졸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비슷한 스타일로 벌떼같이 움직이다보니 거의 난투극에 가까운 격렬한 몸싸움은 기본이요 패스를 정확하게 내보낼 여유를 주지 않으니 경기가 전체적으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박지성의 주특기인 볼의 흐름을 살리는 드리블 돌파와 중앙으로 공급된 볼을 순간적으로 루니같은 공격수에게 지체없이 내주는 방법이 분명 릴을 괴롭힐 수 있을 겁니다.   이건 릴의 공격패턴과도 어쩌면 비슷합니다

릴의 공격진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짤라먹는 공격’이더군요.  코너킥도 거의 니어포스트 쪽에서 달려드는 선수들이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문전을 향해 날아오는 크로스들은 공격수들이 볼을 트래핑하지 않고 계속 방향만 바꾸어 놓으려는 시도를 지속했습니다.    중앙으로 배급되는 패스는 공격미드필더가 수비수를 등진채 받아  정면으로 달려드는 공격수들에게 지체없이 사이드로 내주고 벼락같은 슈팅을 유도하곤 했습니다.    릴의 이와 같은 스타일의 공격패턴 역시 맨유가 대비해야 합니다.

게다가 릴은 작년에 맨유를 꼴찌로 끌어내린 장본인이기도 해서 맨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맨유에겐 부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프리미어 리그의 다른팀들은 어떻게 맨유를 공략해야 효과적일지를 충분히 배웠을 거라 짐작됩니다.   아스날이 오늘 PSV에게 져버렸기 때문에 벵거감독이 맨유의 경기를 보고 파안대소할 수 있었던 찬스를 놓쳤군요.   PSV…매시즌 대단합니다.  시즌당 한건씩 해주는군요.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