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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역량 세가지 중 ‘생각의 폭’에 대해

논리-스토리-작성-발표의 4단계로 이어지는 문서작성의 Lifecycle에서 논리-스토리가 전체 과정의 80%의 비중을 차지하며 (시간이나 중요도 모두) 이 둘을 합쳐 ‘문서의 기획’이라 칭한다. 이 기획과정의 대부분은 문서 작성도구가 아닌 생각정리 도구가 함께 하게 되며(내 경우엔 손으로 쓰는 노트와 에버노트가 전부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결국 판단을 내리는, 이른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기획자에게는 결정적인 역량 세 가지가 순차적으로 존재한다고 한 바 있다. (기획자의 세가지 생각정리 역량 참조)

기획자가 가져야 할 세 가지 생각정리 역량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함축’이다. 이는 전체 논리와 이야기를 매끈하게 한 덩어리로 뽑아내는 일인데 대부분의 기획자가 좋은 원석을 가지고서도 보석을 만드는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반면 가장 파괴력이 큰 역량은 두번째인 ‘생각의 깊이’인데 여기에서 나온 카피와 문구같은 메시지는 실제 내용에 더 임팩트를 부여해 주기에 중요하다.  사람들이 결국 기억하는 것은 두번째에서 뽑아낸 메시지이다. 그에 비해 첫번째인 ‘생각의 폭’은 실체가 가장 모호한 역량이다. 주제를 받았을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인데 여기엔 뚜렷한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실체가 모호한 것이 첫번째 역량이다)

그러나 ‘생각이 폭’ 역량이 부족하면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일이 시작되었는데도 한 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한다거나 그저 해오던 대로 구태의연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거기서 나올 결과 역시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나는 첫번째 역량에 ‘시야’와 ‘생각의 폭’이란 키워드를 붙였지만 사실 그 결과는 창의성에 대한 것이다. 매번 해오던 일을 새로운 각도로 틀어서 새롭게 해석해 본다거나 공식에 맞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그려보는 것이다.  방법론에 사로잡혀있는 고지식한 기획자에게는 사실 기대할 수 없는 능력이기도 하다. 난 항상 강의를 하면서 바바라민토의 책이나 2×2 매트릭스같은 기법을 긍정적으로 소개하지만 그건 생각정리의 수많은 힌트 중 하나로 생각해야지 거기에 얽매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한 무공들은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변초로 흘러나와야 가장 바람직한 결과물이 된다. 예를 들어 난 문서 앞쪽에 의례적인 SWOT 분석 장표가 있는 것을 거의 경멸하는 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는 아홉개의 블럭도 마찬가지로 한번 그렇게도 생각해 보라는 사고의 틀 중 하나로 여겨야지 거기에 얽매여서 사업모델을 그에 맞게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 틀을 이용했으면 어느 순간 그 거푸집을 뜯어내고 나만의 색깔과 모양새로 새로 다듬어야 하는 것이 기획자가 가질 창의성이다.

 

어느 사회적 기업의 접근방법

오늘 할 이야기는 기획자의 생각정리 역량 첫번째인 ‘생각의 폭’에 대한 사례에 대한 것이다.  나는 지난 몇 주간 어느 사회적기업을 코칭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첫 미팅에선 그의 얘기를 거의 듣기만 했다.  이야기를 듣기 전 내가가진 선입견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혹시 무늬만 사회적 기업이 아닌지, 경험이 적을 듯한 젊은 나이의 대표가 경쟁이 치열한 제품의 품질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사업의 지속의지가 확고한지에 대해 말이다.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 세 가지는 제거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를 추려내 보니 다음과 같았다.

  • 자신만의 놀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 사회적기업에 기대어 사업하고 싶지 않다
  • 경쟁력있는 제품을 가지고 있다
  •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여 판로확보와 홍보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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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개인보다는 법인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설득력 있는 제안서였지만 난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들이 가진 놀라운 스토리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나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점을 판매에 이용하여 ‘도와달라’는 뉘앙스로 접근하는 것이 싫었던 이 회사 대표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내 생각에도 가장 좋은 것은 제품 자체도 좋은 데다가 사회적 기업이기까지 한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나는 방향을 바꾸어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 널리 홍보되고 입소문과 명성에 힘입어 B-to-B 시장으로 우회 접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이번 작업의 접근방법을 위와 같이 그려냈다.

 

A. 사업모델

Y축 사업적인 측면을 제품과 사회적 기업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스토리와 철학으로 나누어 2×2 매트릭스,  ➊~➍ 사분면으로 구성했다. 난 대표의 바램대로 사회적기업을 제품과 분리시켜 독자적으로도 설득력있는 제품으로 주논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리/이야기는 아마 부가적으로 취급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대표가 가진 제품과 사회적기업이 되게 된 놀라운 이야기를 그들의 제품철학, 사회적 기업의 철학과 분리 시킨 것은 이야기 자체가 대단히 설득력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연대순으로 ➋,➌사분면을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서술형으로 먼저 주욱 정리해 보라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스토리였으므로 그에 대한 정리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 이 사업모델은 큰 감동을 주는 드라마였다. 마치 탐스슈즈처럼 말이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스토리는 결국 확고한 메시지로 이어져야 하는데(탐스슈즈의 One for One 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➊ 제품에 대한 철학, ➍ 사회적 기업에 대한 철학이다.

우리가 청중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할 것은 ➊과 ➍의 메시지, 즉 논리이며 이를 위해 동원될 증거는 ➋와 ➌의 이야기이다.

 

C. 청중군집

청중군집은 그림과 같이 4가지로 특정지워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생각해봐야할 것들로 우리가 앞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누구에게 전달할지 미리 우리가 정해놓는 작업이다. 예를들어 내가 생각할때 가장 중요한 ‘일반대중’이 그 군집중 첫번째이며 우리 제품을 공급받을 ‘고객’과 우리회사에 투자해줄 ‘투자자’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셋을 대분류로 우리는 한 단계 더 깊이 청중의 카테고리를 나눌 수 있다. 일반대중 중에서 제품에 대해 이해가 거의 없는 사람들, 어느정도 아는 사람들과 전문가 집단 등 세 가지로 추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청중을 세분화 하는 것은 우리가 마련한 ➊➋➌➍를 서로 다르게 적절히 블랜딩하여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세바시를 통해 대중 강연을 한다면 난 ➋➌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➊➍를 약하게 섞어서 내놓을 것이다.
만약 강연의 성격이 사회적기업이 주라면 ➌과 ➍를 중심으로 ➋➊을 블랜딩할 수 있다. B-to-B 거래에서 따로 설명의 기회가 없는 제안서라면 ➊을 중심으로 블랜딩될 것 같다.

 

B. Presentation

프레젠테이션은 A.사업모델을 C.청중군집과 연결시켜주는 매체이다.  그 매체는 간단한 브로셔가 될 수도 있고 제품 포장지가 될 수도 있으며 홈페이지,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슬라이드, 워드프로세서가 될 수 있다. 만약 청중과 직접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자리이고 장소가 허락된다면 제품을 직접 시연해 볼 수도 있다. 만약 시연이 가능한 제품이라면 반드시 시연에 대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도 ➊➋➌➍가 등장하는 프레젠테이션과 연결시켜 생각해 놓는 것이 좋다.
제품을 직접 시연하는 것이나  ➋➌과 같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당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인 ➊,➍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연을 통해 당신이 그 방면의 전문가임을 보여줘야 한다. 청중은 전문가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고 그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가 그의 제품 철학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단한 노력을 기울였나를 느끼며 또한 거기서 제품에 진정성을 부여하게 된다.

위의 그림과 같은 접근방법은 내가 가진 방법론에 대입하여 나온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상황에 맞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그려내 본 것이다. 저 다이어그램은 작업이 진척되면서 계속 변화하게 될 것이다. (아마 세부적인 그림들이 추가될 것이다)  접근방법이 대략 정해지면서 앞으로 하게될 일은 더욱 명확해졌다.

가령 세부작업은 ➋에서 시작되었는데 전체 스토리를 이벤트별로 정확한 타임라인 형태로 배치하고 그에 맞는 자료사진과 정보들을 모으는 작업을 에버노트를 통해 진행하였으며 뭉뚝한 전체 스토리를 사업의 ‘터닝포인트’별로 6-7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로 분리하여 내용을 더 보강하여 1차적으로 완성을 거친 후 같은 작업을 ‘➌ 사회적 기업 스토리’에 확장시켜 하고 있다.

저 간단하게 표현된 다이어그램은 기획의 초반부에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부여한다. 명석한 기획자일수록 초반에 폭넓게 수집된 일련의 정보를 빠르게 종합하여 방향을 정한다. 만약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었으면 금방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사실 기획의 극초반부에 벌어지는 이 ‘작은 계획’이 나머지의 퀄리티를 모두 결정할 수 있다.

 

에필로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기획자의 생각정리 역량 첫번째인 ‘생각의 폭’은 커다란 작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그것을 텍스트로 표현해도 되겠지만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면 훨씬 직관적이고 스스로도 알아보기 쉽다.  이것이 기획과정에서 ‘비주얼씽킹’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혼자 작업할 때도 그림이 필요하지만 여러명이 협업을 할때 그림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이 그림은 절대 잘 그린 그림일 필요가 없다. 이 그림의 핵심은 1차원적으로 이어지는 텍스트를 2차원 공간으로 배치하면서 도형이나 화살표 등을 가미하며 직관성을 더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래서 ‘비주얼’보다 ‘씽킹’이 먼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의도가 명확한 그림이어야 하며 모든 도형, 선, 그림, 위치가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위의 그림을 예로 들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겠다.

  • Q : 왜 제품과 사회적기업을 나누었는가?
  • A : 사회적기업은 부가적으로만 다루고 품질로 승부하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의 부분에 대해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의도(씽킹)을 가지고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의도)없이 그려졌다는 것을 방증하며 그것은 비주얼씽킹이 아니라 단지 비주얼만 가진 그림일 뿐이다.

위에서 제시된 사회적 기업의 작업방향을 담은 그림은 단지 기획과정에서만 내부적으로 쓰이며 프레젠테이션엔 등장하지 않고 용도를 다하게되면 아마 버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그려지는 그림이 기획과정에서만 쓰이고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은 그 자체로 결과물의 가설이 되었다가 점차 완성된 모습으로 결과물에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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