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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트 이전 염두할 것들

2013년의 WWDC를 기억한다면 올해 WWDC는 그 풍성함면에서 약간 실망일 수도 있겠다. iOS 7과 OS X 10.9 Marvericks를 필두로 맥북에어, 맥프로, 에어포트 익스트림, iWork, iRadio 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라인업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아래 링크에서 작년에 올린 포스트를 참조하시라) 이후 실제 iOS 7는 9월에, 매버릭스는 10월에 각각 출시되었고 맥프로는 12월에 간신히 배송을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각각 9월과 10월에 출시된다.  이런 패턴을 고려해 본다면 WWDC 2014에서 iOS 8, OS X 요세미티의 출시가 이번 가을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아이폰 6와 아이패드, iWatch의 발표가 없었던 것도 수긍할만 하다.  다만 계속 루머로 떠돌고 있는 레티나 맥북에어, 혹은 ARM CPU를 가진 맥북과 저가형 iMac 등 신제품 맥이 없었던 것은 서운하긴 하다.
수 년전 부터 내가 의아하게 생각해 오던 것은 Mac OS와 iOS와의 통합(내지는 상호운용성 강화)이 왜 그리 더딘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아직 데스크탑 OS를 장악하지 못한 구글에 결정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플로서는 그 부분이 절실했다. 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아이폰이 훨씬 편하고, 아이폰을 가진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맥이 필요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의문은 2012년 10월 발발(?)한 스캇 포스탈(Scott Forstall) 축출사태로 설명이 되었다. 당시 iOS를 책임지고 있던 포스탈이 조직내에서 거의 고립되어 다른 주요 임원들과 불화가 쌓여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애플내의 협업과 의견조정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기 떄문이다.  애플은 포스탈 축출 후 즉각적으로 두 개의 OS를 통합하여 조나단 아이브에게 총괄 책임과 디자인을 맡기고 크레이그 페데리기(Craig Federighi)에 엔지니어링 부분을 맡김으로써 이 부분을 해결했다. 이들 조합은 단 6개월을 준비하여 WWDC 2013에 iOS 7과 매버릭스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아 6개월만에 상호운용성과 통합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았다.    2014 WWDC는 그런면에서 이들의 지휘체계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첫번째 무대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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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과 개방 : 두 가지 키워드

먼저 OS X 요세미티를 살펴보자. 애플은 몇 년전부터 OS에 대한 ‘상품화’ 강박증에서 탈출했다. 전통적으로 OS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주요 상품이었다. 그러나보니 새로운 버전은 이전에 비해 분명한 기능개선, 신기능이 탑재되어있어야 할 것을 강요받았고 그에 따라 제품 출시 주기도 수 년씩 되었다.  그러나 2009년 Snow Leopard의 가격을 30$아래로 책정하면서 이 법칙이 깨지기 시작해 Lion을 거치고 Mountain Lion에 이르면서 가격은 더 내려갔고 급기하 작년 매버릭스에 이르러서는 무료로 풀렸으며 업데이트 주기도 1년으로 굳어진 형태이며 업데이트 내용도 소소하게 바뀌었다. 소비자 측면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머리속에는 ‘새로운 버전의 OS는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변화한 모습일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자리잡고 있다. 이제 그에 대한 눈높이를 한 차원 낮추길 바란다. 이번에 나온 요세미티는 1년만에 업데이트되는 OS임을 감안한다면 아주 괜찮아 보인다. (매버릭스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생각했다)
그리고 요세미티엔 내가 2009년 Snow Leopard 발표를 앞두고 바랬던 기능이 이제서야 들어갔다. 바로 iOS기기들과의 상호 연동성에 대한 것이다. 애플은 이를 ‘Continuity’라 표현했는데 난 이걸 의역하여 iOS 기기와의 협업이라 해석했다. 애플은 이 상호운용성에 대한 기능을 대략 5가지로 요약했다
  • Phone : 맥에서 아이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다. (헐~)
  • SMS : 단문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이젠 아이폰이 아닌 친구들과도 가능하다.
  • Handoff : 맥에서 보던 다큐멘트를 그대로 아이패드, 폰에서 볼 수 있다. 반대도 가능하다. (사파리에서는 이전부터 이것이 가능했다)
  • Instant Hotspot : 이젠 아이폰을 조작하지 않아도 간단하게 핫스팟 구동이 가능해졌다
  • Airdrop : 이건 정말 좋다 !! 난 지금도 가끔 맥앞에서 에어드랍으로 폰에 화일을 전송하는 실수를 한다 (어? 이게 안됐었나? 라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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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전화를 받는다니 !

이전엔 상호운용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진짜 상호운용성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들이 대거 삽입된 것 같다. 수년째 나 혼자 계속 주장해오는 바지만 (애플도 오래 고민하고 있는 문제겠지만) 애플은 풍부한 iOS 앱과 개발자들을 어떻게 Mac으로 끌어다 댈 것이냐가 숙제이다. 수년전 난 이에 대한 한 가지 대안으로 OS를 실질적으로 하나로 통합하고 이에 따라 앱 역시 통합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에 이르러 애플의 행보를 예상해 본다면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iOS-Mac을 넘나드는 앱들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부분이 윈도우즈-안드로이드 조합을 어떻게 제압하느냐가 이 장기적인 전쟁의 관심사중 하나이다.
위의 다섯가지 기능은 말할 필요도 없이 Mac OS뿐만 아니라 iOS에서도 동일하게 고려되어야 가능한 부분인데 이는 작년에 새롭게 구성된 조직체계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생각된다.  다른식으로 돌려말하자면 애플은 이미 4년전쯤 이루었어야 할 기능을 내부 세력다툼으로 인해 기회를 놓친것이다. 어쨋든 요세미티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 말고도 많은 신기능과 UI이 개선이 있었지만 이번 발표를 함축하는 단어는 Continuity (의역해서 협업)일 것이다. 난 이 부분을 정말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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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8에서 애플은 ‘고립된 앱’ 개념을 비로소 해재했다

오늘 새롭게 발표된 iOS 8에서 애플은 오랜 금기를 깼다. iOS는 첫 버전부터 보안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앱간의 상호연동성과 확장성이 제한받는 구조로 앱은 철저하게 고립된 모델을 견지하고 있었는데 애플이 이걸 풀어버린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iOS는 이전에 비해 대단히 유연한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난 아이패드로 웹사이트에서 에버노트로 스크랩이 되지 않는 것을 대단히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는데 이제 다음버전에서는 사파리에서 에버노트 익스텐션을 이용한 스크랩을 Mac 이나 PC처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또한 여러개의 앱으로 구성되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iOS상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변화가 스티브 잡스가 여전히 살아있었다면 가능했을까 ? 그의 고집으로 미루어볼때 난 허용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iOS 8은 자유도에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아마 이를 십분 활용한 앱들이 등장하고 기존앱들은 업데이트 되리라 예상된다.
이렇게 난 오늘 WWDC의 키노트를 협업과 개방의 키워드로 해석하였고 이는 Mac OS와 iOS 모두에 상승작용을 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은 모두 수년전 이루어졌어야 했던 것들이어서 애플은 생태계와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바쁜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에게 주는 의미

WWDC 2014 키노트는 단순한 신제품 소개라기 보다는 애플의 전략적인 행보를 보여준 것이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좀 더 바빠져야 할 것 같다. 구글은 데스크탑을 여전히 고민해야 한다. 구글의 전략은 사용자의 컴퓨팅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모바일은 구글의 전략상 절반정도만 커버될 뿐이다. 구글이 플랫폼과 서비스 전체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발 아래에 두고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대략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첫번째는 ‘테스크탑’이라는 개념을 아예 말살해 버리는 길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바일과 데스크탑의 구분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인데 데스크탑 OS자체를 없애버리고자 하는 크롬OS의 전략대로라면 가장 구글다운 행보가 될 것이다.  그렇지않다면 윈도우즈와 Mac OS를 제압할 수 있는 데스크탑 환경을 사용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만약 애플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대부분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즈의 조합으로 컴퓨팅 환경이 구성될 텐데 구글이 이 구도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내놓던가 아니면 윈도우즈를 대체할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애플이 WWDC 2014를 기점으로 노리는 것은 아이폰 사용자라면 맥을 사게하고 맥 사용자라면 아이폰을 사용하게 하는 선순환 구도인데 이는 아이폰+PC, 맥+안드로이드에 머물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조합이기 때문에 구글 역시 가만히 있으면 장기적으로 애플에 점유율을 잠식당할 위험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들은 CEO교체 후 일단 오피스웨어에 대한 공성전을 준비하는 것 처럼 보인다. 다행히 애플이나 구글이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아 위기감이 적어 보이는 것이 다행이지만 자신들의 강점인 OS전쟁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게 그들을 좀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 삼성은 사실 이 전쟁에서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하루전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컴퓨팅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고 여전히 플랫폼 전쟁의 진행양상에 대해 그때그때 대응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를 해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미국의 상장기업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의사결정체계의 일사불란함이 이런 모든 불리한 점을 커버했었는데 (그래서 마이클 델은 상장을 폐지했지만) 이젠 그 마저도 이건희 회장이 실질적으로는 제왕적인 통제력을 거의 상실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도 도전을 받게 되었다.  삼성은 앞으로 수 년간 펼쳐질 경쟁에서  몇 번쯤 ‘결단’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테면 애플이나 구글 급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수합병이나 신규사업 착수 등) 이걸 이재용이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이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금방이라도 대규모 접전을 벌일 것 같은 플랫폼 전쟁은 교착상태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는 각자 바쁘게 자신들이 맞이할 전쟁을 준비하는 듯 보인다. 애플은 이제서야 전열 정비를 완료한 듯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빠르게 새로운 지휘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누가 승리하게 되든 이런 전쟁의 한복판에 서있는 나로서는 정말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