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5583
1. 어제 후드티안에 애플 인이어이어폰이 들어있다는걸 깜빡하고 세탁을 해버렸다. 아침에 건조기 입구에서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삭하게 마른 옷이 아니라 이어폰이었다. 따뜻한 물에 씻겨지고 더운 바람에 건조되어서인지 마치 사발면에서 면만 꺼내놓은것 같이 꼬불꼬불하게 뭉쳐져있었다.

2. 조나단 아이브가 설계했다는 새로운 애플 이어버드가 아이폰5에 딸려왔지만 걱정대로 내 귀에 맞지 않았다. 할수없이 난 2010년경에 산 인이어를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내 손바닥위에 꼬불꼬불 놓여있는 그게 어쩌면 4년만에 유명을 달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씁쓸해졌다

3. 난 이어폰에 대한 투자엔 좀 인색했다. 항상 가성비를 따지는 스타일이라 수십만원 짜리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2-3만원짜리는 뭔가 약간 아쉬웠고 말이다. 이어폰은 10만원대 전후 정도가 가성비의 정점이라 늘 생각해왔다. 수년전 괌에 놀러가는 길에 비교적 저렴하게 구한 B&O의 A8을 사보기도 했지만 그 녀석 역시 음색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계속 애플 인이어에 머물게 되었다. 난 30만원짜리 이어폰을 사느니 쓸만한 북셀프 스피커를 산다는 주의다.

4. 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꼬불꼬불한 선을 모두 펴고 아이폰에 잭을 연결하고 내 귀에 이어폰을 꽃았다. 그리고 어제 듣던 별4개 이상의 재생목록 플레이버튼을 눌렀는데…. 마치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잘 나온다. 헐~ 남은 문제는 줄을 똑바로 펴는건데…다림질을 하면 안되겠지 ?

5. 만약 이 녀석이 사망한다면 어찌해야 하나 …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녀석과도 정이 듬뿍 들었으니 예전에 지갑을 바꿀때 처럼 조문을 지어 올리고 녀석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본 다음 (http://www.demitrio.com/?p=3059) 바로 에이샵 같은데로가서 다시 인이어를 사려고 대충 마음을 정했었다. 링크 걸어놓은 5년전에 쓴 조갑문도 감상해보시라..

5. 앞으로는 가끔 이어폰이 더러워지면 그냥 세탁기에 넣고 돌릴까보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