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하러 화랑에… 임채욱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해설합니다.
사진작품을 한지에 프린트했는데 정말 수묵화 같더군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붓을 듬뿍 적셔서 한지에 그윽하게 배어나오게 하는 느낌을 사진으로 찍다뇨… 아라아트센터에서 이달말까지 무료로 전시회가 열린답니다
1.
오늘 임채욱 전시회는 계획을 잡고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 그 넓은 전시장에 거의 나 혼자…거의 다 감상했을 무렵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알고보니 딱 그 시간부터 작가가 진행하는 해설이 있는 관람시간.. 아~ 그런거였군. 난 다시 그 해설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모두 따라다닌건 아니고 한 개층만 같이 다녔다.
2.
사진작가, 화가 같은 예술가 이런 저런 분야의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들이 가진 진짜 차별성은 ‘눈’이란 생각이 든다. 화가의 손재주 같은게 아니고 말이다. 그들은 나와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면서 전혀 다른걸 잡아낸다. 그것도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이다. 그냥 놔두면 그 작품 하나에서 한 시간도 더 얘기할 수 있을거다. 난 1분을 견디지 못하고 지나치는 작품에서 말이지.
3.
임채욱의 오늘 전시회의 이전의 마인드 스펙트럼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산을 주제로 한 사진이었다. 그래서 타이틀도 In the Mountain. 사진설명을 듣다가 역시 그 다른 ‘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제가 산을 보고 찍은게 아니라 산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걸 찍은 겁니다” 와아~ 그의 사진속에 겹겹이 등장하는 산봉우리 하나하나는 사람이었다. 가까이 서있는 산, 멀리서있는 산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헐~ 나는 계속 들여다봐도 그 생각은 못했는데…
4.
이건 작년 미술수업때 (자연스럽게 그리기) 직접 뼈저리게 느꼈다. 맨날 보고 지나쳤던 수납장을 슬로비디오로 보는 연습을 하면서 말이다. 예전 같으면 1초도 안되서 훑어보고 지나쳤던 수납장을 시선을 느리게 하여 맨 위부터 아래까지 지렁이가 기어가듯 천천히 보다보니 문짝의 문양, 걸쇠의 형태, 리벳의 갯수, 다리의 모양, 색깔, 무늬에 대한 모든 것이 샅샅이 내 머리속에 입력되면서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5.
그때 든 생각이 이런거였다. 자기가 좋아서 혼자 백날 그리다보면 아마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스스로도 시선의 변화를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제대로된 스승에게 그 방향에 대한 언질만 받아도 혼자 10년동안 성취할 것을 1년에 이루겠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게 바로 기술이나 테크닉같은 외공이 아니라 내공의 세계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