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전반전을 지배하다

By | 2007-01-14

올시즌 맨유는 정말 되는 집안의 전형입니다. 

퍼거슨은 박지성의 컴백이후 고집스레 계속 지성을 출전시키고 있는데 오늘 드디어 골맛과 어시스트까지 엮어 내자 막바로 후반전엔 부상에서 돌아온 루이사하를 투입했습니다.

올시즌 퍼거슨의 장기판에서 뛰어 다니는 말들은 하나같이 잘해주고 있는데요.  너무 잘나가다 보니 오히려 불안하기 까지 합니다.

저도 어제는 박지성이 후반에나 투입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다시 선발출전이더군요.   전반 킥오프때는 왼쪽에 서있었습니다.   그 대신 긱스가 벤치에서 쉬고 있었죠.   작년 시즌만 해도 오셔, 플레쳐, 리차드슨 등이 박지성과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보였는데 어제보니 박지성이 그들 세명에 비해 한두가지의 확실한 장점을 더 소유한 것 같이 보였습니다.

지난주 FA컵에서의 맞대결에서 맨유는 하마터면 아스톤빌라와 비길뻔 하다 천신만고 끝에 저격수 솔샤르의 골로 신승을 거두어서 어제도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봤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쉴새없이 아스톤빌라를 몰아붙였습니다.     박지성과 호나우두는 전반 5분 정도가 지나서 서로 자리를 바꾸어섰고 왼쪽으로 위치를 옮긴 호나우두쪽의 돌파가 여의치 않게 되자 네빌-지성라인인 오른쪽에 서서히 공격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쪽은 2년전까지 아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보우마가 서있었는데 이날따라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사실 보우마는 PSV시절에도 셰브첸코에게 1:1대결에서 뚫리며 결정적인 골을 허용하는 등 견실하고 몸싸움에 능하기는 하나 스피드와 순발력면에서 약점을 보이는 수비수였는데 전반전에서 지성-네빌-캐릭 공격편대에 관광을 당하고 나서는 후반전에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호나우두-루니 등 상대편을 휘저을수 있는 선수들이 부진하면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라르손 등이 고립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잘되는 집안 답게 공격루트를 오른쪽으로 돌렸고 거기에 서있던 박지성이 전반전에만 3골이 터진 상황에 모두 직접 가담하며 아스톤빌라를 공황상태에 빠뜨렸습니다.

어젠 박지성도 잘했지만 좌우 풀백인 네빌과 에브라의 공격가담이 진짜 위력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라르손의 지능적인 움직임과 캐릭-스콜스의 중원장악력 또한 좋아서 전반전에 박지성의 선제골이 터지고 나서는 공격일변도로 공황에 빠진 빌라를 공략했습니다.

전반전만을 보자면 맨유가 호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고 일방적이고 싱거워 보여서 박지성의 플레이도 ‘그런 팀을 상대로 그정도가 당연한거지’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박지성이 나간 후반전만을 놓고본다면 맨유가 1:0으로 오히려 진 게임이었다는 것을 감안할때 이 게임의 MOM은 박지성이 되어야 당연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루니는 이날 무거운 몸놀림과 한박자 느린 슈팅, 부정확한 패스 등으로 인해 스스로 조바심을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행히 팀이 손쉽게 승리해서 부진에 따른 멍에를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 시즌이었다면 상황이 달랐겠죠.  작년에는 루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강한 나머지 루니가 없으면 맨유가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을 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올시즌에는 호나우두가 크레이지 모드에 진입한 덕분에 상대팀들이 정말 곤욕을 치르고 있고 또한 다른 공격수들에게도 찬스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달라진 또다른 점은 비디치가 이제는 중앙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왼쪽의 에브라 역시 그렇고요. (에인세와의 주전경쟁에서 승리했죠)  따라서 작년보다 훨씬 견고한 포백이 손쉬운 경기를 이끌 수 있는 원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벤치에 있는 실베스트르, 웨스 브라운, 가브리엘 에인세 등의 백업 요원들의 기량도 막강하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경기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올시즌 맨유가 당한 2패중 하나가 시즌초반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날에 완패한 경기였는데요.  드디어 다음주에 그것을 설욕할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긱스까지 출장하지 않았고 지난시즌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확인하는 비수를 꽃은 박지성도 65분만 뛰고 불러들여서 주전들의 스테미너는 보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스널은 최근 지속적인 개편을 진행해오고 있고 또한 그 결과를 최근에 보고 있는데요.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되던 리버풀을 농락할 (막말로 개관광) 정도로 최근의 아스널은 무섭기 그지없는 팀입니다.  융베리-피레-비에이라-레예스-앙리로 이어지는 라인을 앙리만 빼고 흘렙-파브레가스-로시츠키-반 페르시-앙리로 옷을 갈아입혔는데 그 세기가 예전 무패 우승당시의 무게에 손색이 없는것 같습니다.

가장 잘나가는 팀과 최근들어 가장 상승세인 팀의 맞대결이로군요.  올시즌들어 가장 빅매치입니다.

박지성이 아스널의 등에 또한번 비수를 꽃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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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지성, 전반전을 지배하다

  1. 꿈바라기

    와우! 정말 정곡의 말들로만 해주셨네용~가끔 들어오는 데 매번 좋은 리뷰 보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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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감사합니다 꿈바라기님 ^^ 요즘 매번 경기는 보고는 있는데 여력이 없어서 글이 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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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지스

    전 아스널 (로시츠키)팬이라서..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박지성선수가 있는 맨유가 이기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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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로시츠키라면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아스널은 앙리와 같은 거만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 때문에 처음부터 싫어했는데 로시츠키는 호감이 가는 선수죠. 이번 월드컵때 완전 매료되었습니다. 그가 아스널에 간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깝긴 했지만 아스널 팀컬러에는 딱일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현재 적응도 잘하고있죠. 아스널의 레전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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