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whentherainscamew

쿠폰이야기

#1
93년 미국이란 나라를 처음가보고 ‘여기가 쿠폰의 나라구나’란걸 실감. 우린 여행하면서 매일 시외곽 휴게소나 투어리스트 센터에서 쿠폰북을 구해서 공중전화에서 방이 있나 전화를 걸고 댕겼다 그 뒤로는 쿠폰부터 찾았다. 쿠폰없는 호텔은 거의 없으며 밥집도 마찬가지라 생각.

#2
98년 미국 HSN으로 출장갔을때 고객에게 발송하는 DM을 하나 복도에서 주웠는데 마침 그 회사 마케팅팀에서 쿠폰 오퍼레이션 하는 담당자를 만나게 되어 거의 한시간이나 그 아줌마 붙잡고 쿠폰 운영에 대해 질문을 쏟아부었다. 같이 간 출장팀은 소 닭보듯 했다.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난 그에 대해 정신없이 정리했다

#3
한국으로 돌아와 쿠폰개념과 운영에 대한 레포트를 따로 썼다. 이 모든게 고객 세분화와 타게팅에 관한 거였다. 전산팀이 마케팅팀을 설득하게 된 것인데…마케팅팀장이 출장은 같이 갔었기 때문에 일단 쿠폰 개념은 수용되었다. 이로써 인터넷쇼핑몰을 포함하여 비대면 상거래에 있어 최초로 쿠폰시스템이란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4
99년쯤 쿠폰타게팅과 그 밖의 목적으로 데이타마트와 비즈니스오브젝트가 도입되었으나 방향은 내 생각과 완전 달랐다. 쿠폰을 전담하는 마케터가 있어야 한다고 회사에 목청을 높였으나 묵살되고 대신 마케터나 MD가 자기 취향대로 무분별하게 쿠폰을 발행. 가장 최악의 쿠폰형태라 할 수 있는 불특정다수 대상 대량살포형 쿠폰으로 변질되었다

#5
회계계정에서 쿠폰은 원가나 판매가를 손대지 않고 마케팅비용으로 떨어야 한다는 내주장은 당연히 마케팅팀에 의해 무시당했고 쿠폰의 부담은 업체로 넘어가게 되었다. 솔직히 난 그 때 엄청 좌절했다. 국내 최초로 쿠폰을 시스템적으로 설계하긴 했으나 오퍼레이션은 거의 주먹구구식이었으니 말이다.

#6
그 시기를 즈음하여 이전 몇 개의 내 쿠폰관련 조사와 보고서를 묶어 쿠폰에 대한 매뉴얼이나 책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2000년 회사를 나오고 벤처에 투신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7
좋은 쿠폰의 요건은 이렇다. 쿠폰 사용기간이 짧다. 대단히 많은 종류의 쿠폰이 끝없이 소량생산되어 고객들에게 찾아간다. 쿠폰을 적용할 수 있는 상품이나 상품군의 범위가 좁다. 정후가 태어나면서 나의 직구가 시작되었는데 그를 통해 쿠폰을 많이 받게 된다. 난 지금도 십 수년전을 떠올리며 그 쿠폰을 보고 마케터의 수준을 가늠해보곤 한다.

 

 상품코드 이야기

쿠폰으로 필받은거 상품코드 이야기까지 해보자. 유통회사건 통신회사건 뭔가를 파는 회사는 상품코드가 존재한다. 난 이걸 15년은 고민한거 같다.#1.
난 건방지게 DB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다른회사에 컨설팅하러 가면 상품DB를 먼저 까본다. 내가 직접 까는게 불편하면 ERD라도 달라고 한다. 그걸 까보면 그 회사의 수준과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 판매와 실적집계, 전략수립 등이 모두 이와 관계있다

#2. 가장 수준낮은 DB
상품의 스타일, 컬러, 사이즈별로 별도의 코드로 독립된 상품코드.(판매코드는 독립될 수 있으나 마스터코드는 같아야 한다. 그래서 마스터와 판매, 프로모션, 판매채널 등의 코드가 별도로 DB구조에 존재하는지도 살핀다) 예를들어 여성 원피스의 경우… 5가지사이즈, 5가지 컬러, 5가지 스타일이 존재하면 상품코드가 75개가 되는 구조. 이거 최악 중 하나다

#3. 저질DB
상품분류체계상 ‘기타상품’ 같은 분류코드 하나에 수백개의 상품이 물려있는 구조. 아니면 진짜로 같은 상품코드는 상이한 상품이 쉐어하고 있는 구조. 이런 구조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회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럴땐 취향분석이고 실적집계고 아무것도 안된다

#4. 난제1. 결합상품 처리
세트나 키트상품으로 여러개를 묶어 프로모션을 자유롭게 실시하고 싶을때 각각이 할인율에 의한 총액이 다르므로 별도의 상품코드로 따서 유지하곤 한다. 아마 통신사 결합상품 등은 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으리라. 이 경우 판매와 마스터 코드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실적집계엔 따로 반영이 되어야 한다.

#5. 난제2. 재등장 상품
몇 년만에 재등장한 상품인 경우 예전의 마스터 코드를 다시 찾아 들어가야 그 상품의 수명주기가 관리된다. 귀찮다고 새로 상품코드를 따버리면 허사~

#6. Best Practice – Dell
델은 놀랄노자였다. 모든 부품을 사용자가 선택하여 하나의 PC로 구성하는 시스템 체계는 정말 나를 경악시켰다. 이게 어찌 시스템적으로 가능한지 난 1-2년을 델의 주문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내부 매커니즘을 그리고 또 그렸다. HP와 같은 경쟁사는 몇 년동안 이걸 구현해 내지 못했다. 당연하다 내부 코드체계와 물류, 모든 움직임에 변화를 가해야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7. 가장 이상적인 체계
상이한 두개의 상품을 묶는 것, 부가옵션을 선택하는 것, 사이즈나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과 관계없이 해당 상품은 동일한 마스터코드를 가져야 한다. 일시적으로 세트를 조합하면서 생기는 코드는 판매코드로 구분해야 한다.

#8. 이걸 한번 눈여겨 보라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게 되는지 한번 해보라. DSLR본체를 선택하고 거기에 렌즈와 악세서리 등을 추가하고 싶은 만큼 추가하면 그에 따라 할인율이 좀 더 높아지거나 그 자리에서 당신 취향에 맞게 모든걸 조합할 수 있는지 해보라. 아마 MD가 임의의 조합으로 몇 가지를 사전에 조합해 등록해 놨을거다. 지마켓 등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가능한 것 처럼 보이나 이는 엄밀히 세트할인 개념과는 다른 추가 아이템 구매 형태이다.

#9. 아니 이게 왜 중요하냐고 ?
예전에 이게 잘 안되었을땐 우리가 뭘 팔아치우는지 조차 잘 몰랐다 ㅎㅎㅎㅎ 게다가 고객도 열나 불편하지. 소니 A란 카메라를 사러 들어왔는데 A카메라 종류가 한바닥이 나오니깐 ㅎㅎㅎㅎ

오늘은 내가 말이 많으네… 예전에야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이제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라서 비밀도 아니니까 뭐… 어쨋든 그 시절 그 때는 정말 주제 하나에 대해 전략부터 운영까지 세부적인 설계를 하는걸 즐겼었나보다.

가장 씁쓸했던 추억은 이거였다. 홈쇼핑은(인터넷도 마찬가지) 주문에 대한 Status가 대략 7가지 정도로 변한다. 또한 매출이 좋은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라면 상품의 노출위치에 따라 매출이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첫화면에 대문짝 만하게 노출되는 상품은 당연히 다른 상품보다 좋은 매출기회를 가진다. 이에 착안하여 설계한게 가중매출의 개념이었다. 즉, 좋은 자리에 있으면 다른 상품보다 유리하므로 매출액에 1보다 작은 가중치를 곱한다. 100만원짜리 상품이 1개 팔리고 가중치가 0.5라면 가중매출은 50만원인것이. 반면 구석자리에 있는 25만원짜리 상품이 1개 팔렸으면 2정도의 가중치를 받아 50만원이 된다. 즉, 둘의 가중매출은 같다. 어느 회사에서는 그걸 공헌이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프로세스는 그야말로 엄청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어쩃든 이걸 NS시절 완성하여 버전2까지 프로세스와 매커니즘을 만들고 경영회의 시간에 모든 팀장들에게 릴리스했다. 아마 원본은 MS Word형태로 (글쎄 내 기억으로는 30장쯤?)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헌이익의 개념을 엄청들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뭐 간단하게 묻혔다.

우스운게… 몇 년후 현대홈쇼핑에서 전화가 왔다. ㅎㅎㅎ 그쪽에 넘어간 후배가 자기 팀장한테 그걸 잠깐 보여줬는데 엄청 흥미로워 하더란다. 한번 오셔서 그에 대해 브리핑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과 그 프로세스를 자기네들이 도입해도 될지를 물어왔다. 그러시라고 했다…

그 뒤로 어찌되었는지 나도 관심이 없어 모르겠다. 그런데 예전 홈쇼핑 동기랑 술한잔 하면서 그 친구가 회사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응~ 가중매출은 얼마야~ ” 푸핫~ 이제서야 그 개념이 도입된거냐? 아니면 다른걸 같은 용어로 말하는거냐… 어쨋든 그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이제와선 별 중요한 얘기도 아니므로…

 

2014.2.6일 하루에 모두 페이스북에 대고 쓴 글..어쩌자고 갑자기 옛날 공장얘기를 휘갈겨 써놨는지 원 … 그래도 반응 좋았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