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우연히 Peter Paul & Mary의 1965년도 BBC 공연실황 비디오를 유투브에서 찾아내곤 한동안 감상에 젖어 끝까지 그걸 지켜봤다.  그리고나서 ‘그들에 대한 자료를 좀 읽어봐야겠다’란 생각에 iTunes Music Store와 AllMusic, Wikipedia에서 이들의 바이오 그래피를 읽다가 내가 항상 앉아있는 책상 왼편에 언제나 손에 닿을 거리에 백과사전을 꽃아두고 있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90년대 후반 이후로 난 이사를 가거나 방배치를 바꾸어도 언제나 이들 백과사전을 같은 위치에 꽃아두고 있었는데 예전엔 이 책에 손이 정말 많이갔었다.  한권은 ‘The New Rolling Stone Encyclopedia of Rock & Roll‘이고 또 한권은 ‘Rolling Stone Album Guide‘ 이다.  음악을 들으며 이들의 백그라운드가 궁금할때마다 난 언제나 이 두 권을 뽑아들었었다. 앨범가이드는 사실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들에 대해 언제나 야박하게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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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판 롤링스톤 앨범가이드. 피터 폴 앤 메리를 너무 야박하게 평가해놨다. 별3개라니 너무하잖은가.

 오른쪽 앨범가이드는 포레스트 시절(하이텔 언더그라운드 뮤직 동호회내의 포크락 소모임 이름 : 필자주) 창호형이 들고다니는 걸 보고 사게 되었는데 아마존이 거의 걸음마시절일때 왼쪽 책과 함께 사들여 지금도 잘 보고 있다. 아니, 사실대로 하자면 지금은 잘 안보게 되었다. 온라인에 자료들이 넘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두권을 펼쳐들자 묘한 편안함이 감돌았다. 손으로 펼치는 맛, 페이지를 넘기며 찾아내는 맛, 얼굴에 가까이 대고 보는 맛… 음… 이게 아날로그의 맛이로군 …. 정말…정말…이 맛을 잊고 있었네…  난 다른 책들도 찾아서 다시 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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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ete Frame의 Rock Family Trees. 예전엔 음악을 들으면서 실제로 연습장에 멤버변동에 대해 그려가면서 듣곤했다. 주로 딥퍼플, 예스, 킹크림슨과 같은 굵직하고 멤버 변동이 잦은 그룹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루는 한창 친구와 트리를 그리고 있는데 어떤 친구가 이미 그걸 그려놓은게 있다고 했다. 나중에 가져와서 보여주겠단다. 오리지널은 아니었지만 너무커서 부분복사를 하고 그것을 일일히 손으로 이어붙여 만든 패밀리트리를 처음보았을 때 그 놀라운 작업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으로 써서 그 정도를 만들었다는 것에 질투심이 일었다. 그러나 난 그렇다고 해서 그걸 뛰어넘을 생각이 없었다. 그건 미친짓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비롯해 그걸 처음본 대다수는 그 자리에서 패밀리트리를 가진 친구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걸 제발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복사해서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때 감격스럽게 그걸 손에 넣었고 결국 아마존에서 이 책의 원본을 구하게 되면서 감격은 두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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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실제로 타블로이드 판이고 그것이 2-3단계로 접혀있는 형태라 펼치면 타블로이드판의 2-3배가 된다

3.  90년대 초반 당시 일본 마키사의 Encyclopedia of British Rock/European Rock은 우리를 또 한번 경악하게 했다. 도대체 일본은 무엇이길래 그 많은 앨범들을 그리도 잘정리해 놓았단 말인가 ? 우리들에겐 월간팝송이 다였고 성시완이나 전영혁같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 DJ 몇 명이 다였다.  언더동 이전 나의 UMC(움크라 발음. Underground Mania Club)시절엔 이 책이 거의 가이드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시완의 라디오 프로그램 (그것도 구하기 어려운)과 마키책은 거의 절대적인 자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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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구한 브리티시락편의 원본. 유로피언록은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다

마키의 최대장점은 역시 앨범리뷰. 앨범을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식별할때 쟈켓그림과 발매연도 같은 기본정보는 정말 중요했다.  우스운것은 우리들은 거의 일본어는 일자무식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어일문학과 출신을 써클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임무중 하나였다.  대학시절 나를 비롯해 애들의 가방은 모두들 컸다. 일단 이 책을 비롯해 몇 권의 음악 참고서가 들어가야했고 노트가 필요했으며 워크맨을 들고 다녀야했다.  몇몇 애들은 LP를 몇 장씩 항상 들고 다니기도 했는데 나 역시 LP가 생길때를 대비, LP봉투를 항상 지참했다.  후배 찬익이는 명절때 선물로 들어온 갈비부직포 가방을 LP가방으로 활용했다. (모두 그걸 놀렸지만 정작 다들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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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시완씨가 발행한 계간 아트락. 정말 목마르던 시기여서 안살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 책도 흥행에 그리 성공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책의  특정본은 참 구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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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위에 나온 아트락에 자극을 받아 94년 언더동내 아트락 소모임인 아일랜드에서 펴낸 ‘아일랜드’. 난 사실 포크락 소모임인 포레스트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일랜드 소속이기도 했고 그게 함정이었다. 역시 포레스트 소속이자 아일랜드의 짱인 응민이가 (이 친구는 현재 파스텔 뮤직) 나를 꼬셨다. 이 녀석은 예전엔 내가 있었던 UMC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거기서 뭘 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을 만드는데 손을 대면서 나는 거의 몇 개월을 폐인처럼 혼자 이걸 다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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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맥 LC에서 나이서스를 이용해 이 모든 것을 편집했고 필요한 부분은 잘라붙이기 작업까지 해가면서 이 책은 내 방에서 서서히 탄생했다. 당시 아일랜드내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캐나다 그룹 아르모니움의 후기앨범이 표지로 낙점되었고 이 표지를 총천연색 컬러로 뽑아내는데 상당부분의 예산이 들었다.  난 지금도 Area와 같은 그룹의 정보가 필요할때면 아일랜드를 펼쳐들 정도다. 아마 이 책이 나온 1994년에 아일랜드와 견줄만한 살수집단은 성시완씨네 그룹 정도밖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보다 4-5년전엔 우리 움크가 최고수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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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편집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은 뒤안쪽표지의 광고였다. 사진을 하나하나 오려붙이고 해서 만든 음반수입업체의 광고. 아마 단가도 가장 많이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덕분에 나도 저기 나오는 버찌와 커브드에어 등 몇 몇 앨범을 샀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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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의 1/3을 차지했던 광고들은 사실 우리 멤버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중고수입판가게이다.  정동 메카는 정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건너편 디스크나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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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989년 5월 발행한 UMC의 동호회지 언더월드.  이때는 고딩후배 승재가 편집장인 시절이었는데 그 녀석의 집요한 설득으로 결국 내가 굴복, 이 책을 같이 만들게 된다. 100% 수작업이었고 그림도 오려붙이거나 모두 손으로 그렸던 시절이었다.  내가 제작에 관여한 덕에 그 당시 내가 좋아하던 마이크 올드필드를 뒷면에 넣을 수 있었다. 아마 저 사진도 오마돈같은 앨범 리플릿을 오려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렇게나 만드는 동네의 작은 교회 주보보다도 못한 품질을 가진 언더월드였지만 반응은 정말 대단했었다. 우리들끼리만 공유하는 동호회지라서 5백부도 되지 않는 발행부수였지만 그걸 부산에서, 대전에서, 또 다른 써클에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승재가 군대를 가고난 뒤 언더월드 3호는 거의 나 혼자 작업을 했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퀄리티에, 두툼해진 분량,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을 자랑했다.  난 언더월드 3호를 들고 신촌을 전전하면서 레코드샵과 도어즈와 같은 술집에 배포를 하였는데 그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언더월드를 구하러 올라온 내 또래의 몇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당시 나이가 난 겨우 23살 푸하하~)  난 그때 그런 대접을 처음 받아봤다. 마치 베스트셀러 작가를 대하듯 상기된 표정의 그들… 그리고 질문할 것이 너무 많아 뭘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 사실 잘 쓰지도 못한 글에 대한 찬사…. 아마 그날 그들에게 잡혀 3-4시간 동안 음악을 같이 들으며 맥주잔을 기울인것 같다.  그리고 최초로 그런 동호회지를 만드는데 대한 의무감을 느꼈다.

언더월드

7.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니 어찌나 좋던지… 난 아마존에서 그 동안 사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사들이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던 두 그룹인 레드제플린이나 도어즈의 화보, 자료집 등 10년전에는 꿈도 못꿀 자료들을 말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했다. 너무 쉽게 구해지니 말이다. 예전엔 힘들게 구한만큼 소중하게 여겼고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었는데 이젠 자료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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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10년 3월 로저 딘의 쟈켓 전시회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까무라칠뻔했다.  난 그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방해받고싶지 않았기에 회사에 하루 월차를 내고 여길 찾았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Yes의 Relayer였다. 유라이어힙, 버찌, 오시비사, 어스 앤 화이어 등 어쩜 내가 좋아하는 그룹들의 쟈켓만 골라서 그려냈는지 모르겠을 정도.. 난 그림을 감상하면서 머리로는 그 자켓에 수록된 음악들을 떠올렸다.  나에게는 정말 입체적인 전시였고 느낌은 정말 달랐다. 전시실을 돌아다니면서 내 머리속의 음악들이 자동으로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와 몇 몇 미술평론가들의 전시리뷰를 보고는 폭소를 터뜨렸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딱 앨범 쟈켓그림 하나만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커버아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역사 등은 모르는듯한 인상이 풍겼다.  맙소사~ 그들에게 이런 리뷰를 부탁한 사람도 문제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단지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 바보들아~ 이건 음악이 흐르는 그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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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0년대 중반 발표된 로리앤더슨의 디지털 앨범인 Puppet Motel은 씨디롬타이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우습게도 이 타이틀은 용산전자상가의 대화컴퓨터에 들렀다가 한쪽에 쌓아놓고 떨이장사를 하는 CD더미 속에서 싸구려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지금 이 앨범은 이베이에서 80달러대에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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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저 DVD들 중 절반은 음악DVD다. 웃기게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리어카나 떨이매대에서 골라낸 것들인데 그중엔 귀한 것들도 많다. 가끔 저 DVD를 컴퓨터에 물리고 감상하는 맛도 삼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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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음악을 들을 때 좀 답답하다.  손으로 잡히고 눈으로 보이는게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든게 컴퓨터를 켜야 그 안에 들어있고 그 안에서 읽을 수 있으니 손 맛이란게 없어져서 그게 정말 슬프다.  그와 비례해서 음악에 대한 애착도  환산분출 후 10년이 된 땅처럼 서서히 식어가는 중이다.  작년에 난 LP를 버렸다. 게다가 하이파이 오디오도 다 팔아치워버렸다. 아마 조금 더 있으면 CD들도 다 팔아치우게 될 것 같다.  딜레마다… 유지하는건 벅차고… 디지털에 대해서는 매일 불평하고….

확실한 건… 이렇게 음악듣는 방식은 예전과 비교한다면 정말 진지하지 못하다는 생각…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못느껴본 젊은 세대들이 그래서 가끔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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