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에 해결된 미제의 음악사건 몇 개

By | 2014-01-12

잊기전에 서둘러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80년대부터 이어져 오던 음악에 대한 미제 사건 몇 개가 최근 마무리 되었다.

1. Jean-Luc Ponty : The Gift of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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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카세트라디오의 시절. 난 닥치는대로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녹음했다. 구할 수 없는 앨범을 워낙 많이 틀어주다 보니 어쩔 수 없을 지경. 난 정기적으로 친구들과 세운상가 근처에 나가 공테이프를 싸게 구해오는게 의무이자 낙이었다.  언제나 라디오 프로가 시작되기 전 공테이프를 제 위치에 걸어두고 Pause와 Record 스위치를 동시에 눌러두고 사냥꾼 처럼 이불을 뒤집어 쓰고 기다리는 것이 수험생이었던 나의 신성한 의식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녹음스위치를 재빨리 누른 후 곡이 끝나고 나오는 곡목소개를 받아 적어 그걸 카세트 라벨에 다시 정성스럽게 써넣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손으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보면 무의식중으로 녹음 스위치를 누를뿐 나중에 곡목을 까먹는 것이 나올 수 있다.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놀라운 것이 내가 그 곡의 목록을 99%는 거의 적어두었고 단 몇 곡만 놓쳤다는 점이었다.

어느날 정리가 되지않은 카세트를 듣다가 거의 꿈결같은 바이올린 소리와 마주하게 되었는데 도통 그 곡의 제목을 적어놓은 연습장이 보이지 않았다. 안그래도 난 그때 그 당시에 락음악을 하는 바이올린 주자들을 좋아하여 일목요연하게 꿰고 있던 터였다.  Mauro Pagani, Eddie Jobson과 같은 주자들 말이다.  그런데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은 그들과 달랐다. Curved Air의 음반을 모두 뒤졌고 네덜란드 그룹 Focus의 전 앨범과 솔로앨범들을 뒤졌다.

그 곡이 너무 좋아서라기 보다 누가 연주한 곡인지 모르는게 사람을 미치게했다.  한동안 찾다 포기했지만 이따금씩 바이올린 소리가 들릴때마다 간헐적으로 미친듯이 검색을 하고 다녔다.  그걸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거의 25년을 보냈고 결국 그걸 2010년 찾아냈었다.  블로그에서 그 사실에 뛸듯이 기뻐하며 포스팅한바 있다. ^^

 

 

2. Laurie Anderson : Home of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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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는 약간 다르다. 이 역시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내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완전한 비디오였는데 그게 글쎄 유튜브에 있지 뭔가 ? 게시날짜를 보니2012년 9월. 난 황급히 유투브 다운로더를 이용해 전편을 모두 다운받는데 성공.  홈체이지에서는 DVD로도 제작을 한다는 소식이 몇 년전있었는데 아직 결과는 없다. 그러나 이게 어딘가.

좀 생소할 테지만 느긋하게 감상해보시라.  로리앤더슨에 대해서 해설하자면 한숨부터 나오는 관계로 (너무 얘기할게 많아서) 나중에 다시한번 자리를 마련하겠다.  난 두번째 미제의 사건을 2014년 1월 5일 해결했다.

 

3.  Jean-Pascal Boffo : Le retour des n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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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90년을 전후해서였나보다.  프랑스의 네오 프로그래시브 전문 레이블인 Musea를 알게되고 거기에서 쏟아져나오는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신진 그룹들의 음반을 쉴새없이 필터링하고 있었다. Ange나 Pulsar는 원래부터 유명세가 있는 그룹이었지만 Minimum Vital이나 Halloween, Edhels, Atoll은 전혀 새로운 그룹이었다. (난 Atoll에 특히 감명받았다)  그 즈음 광화문을 중심으로 음반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그때는 대단히 흔했던 데다가 Musea의 샘플러앨범(레이블에 소속된 그룹들의 대표곡들을 소개하는 그런 형식)이었기에 가치가 떨어진다 판단하고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아래가 바로 그 앨범 Enchan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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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LP로 나온 이 앨범을 딱 한번 들어봤는데 평균적으로 대략 마음에 들었고 중반부에 있는 Jean-Pascal Boffo의 곡이 참 재미난다고 생각했었다. 불어로 된 곡명이 낯설어서 절대 곡 타이틀은 기억하고 있지 못했지만 어쨋든 이 곡은 나중에 어떤 곳에서든 배경음악으로서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요정들이 뛰어다니는 숲속을 음악으로 표현한 듯한 그런 느낌이었달까? (내 느낌은 후에 확인하니 아주 정확했다) 일단 1라운드는 그렇게 지나갔다.  몇 년이 지나 이 앨범은 CD로 다시 나왔고 나는 딱 그 한곡만 보고 그제서야 그 앨범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예전에 들었던 그 곡이 아니었다.  CD의 수록곡은 Leyna란 곡이었는데 분명 그 곡은 예전의 그 곡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이 숙제는 미제의 사건이 되어 내 사건파일에 올라갔다.

인터넷시대가 되어서야 나는 LP버전과 CD버전의 수록곡이 다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필이면 내가 찾는 그 곡만 LP와 CD버전에서 교체되었었다.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계속 수소문해서 찾아보니 내가 찾는 곡은 Le retour des nains이었다. 이 곡은 1987년 발표된 Carillons앨범에 수록되어 있었는데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었다.  또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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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llons, 1987 – Jean-Pascal Boffo의 10장의 앨범중 두번째이다. 그는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얼핏들으면 신서사이저와 전자악기 주자같아 보인다.

 

어쨋든 간헐적 미제사건 화일을 들춰낸 결과로 허무하게도 이 앨범이 최근 아이튠스 스토어에 들어와 있는걸 확인하고 재깍 구입을 해버렸다.  Enchantement 앨범도 있었지만 CD버전 수록곡과 같았던 것이다. (2004년 1월 6일 해결. 로리 앤더슨 해결 다음날 말이다)

 

미제의 음악사건들은 20여년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난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글을 쓰고 하다 막힐때면 머리가 맑아질때까지 아예 다른 일을 찾아서 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이 사건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한번 이 작업에 빠지게 되면 몇 시간이고 걷잡을 수 없이 검색하고 찾아내고 하는데 집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현실의 골치아픈 일을 완전히 잊게 해준것 같다. 최근 해결된 두 건만 해도 그렇다.  요즘 두번째 책의 원고쓰기가 한창인데 연초부터 약간 교착상태에 빠져있었던 데다가 몸살까지 겹쳐 난 아예 일주일 정도를 머리에 휴가를 주기로 하고 다시 미제의 사건화일을 들추게 된 것이었는데 이번에 두 개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스트레스가 싸악 날아간 기분이다.

사실 이 말고도 한 두개가 더 있는데 조금 더 정리해서 여기에 추가하도록 하겠다.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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