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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세탁기가 두 대다.  마님이 나에게 시집오면서 혼수로 가져왔던 일반 세탁기가 한 대요 그 몇년 뒤 삶는 세탁기를 추가로 사서 두 대를 운영해왔다.  내가 결혼을 2000년에 했으니 일반 세탁기는 13년, 삶는 세탁기는 10년이 되었다. 그간 문제가 없지는 않았고 두 대 모두 수차례 고장이 난걸 어찌어찌 고쳐서 지금까지 잘 연명해 오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작년인가 재작년에 세탁조 청소(분해결합해서 내부를 닦아내는 청소로 전문 업자들이 몇 개 있다.: 필자주)까지 받은터라 적어도 몇 년은 더 쓸거라 여겨졌었다.

그런데 일단 그 세탁조 청소가 문제였다. 세탁조 청소를 하러 온 아저씨가 완전히 분해결합을 하지 못해 낑낑대다가 결국 세탁기를 고장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왕 하는 세탁조 청소라 두 대를 모두 맡겼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아저씨는 세탁조 청소 사업을 최근에 시작해서 약간 어리숙했는데 그렇게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반나절동안 노동을 하고나서 청소비로 겨우 몇 만원을 요구할 참이었다. (얼마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하루 최대일당이 10만원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단 돈 몇만원을 요구하지도 못한채 세탁기 수리비를 오히려 몇 만원 더 물게 생겼으니 지켜보던 내가 더 억울했다. 난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그 아저씨에게 청소비를 쥐어주며 수리하고 나서 연락할테니 일단 이 돈 가지고 돌아가라고 했다.  그 아저씨는 사실 두 대를 모두 고장냈다.

얼마후 삼성에서 AS맨이 왔다. 사실 그 AS맨이 또 하나의 문제였다. 삶는 세탁기를 그 인간이 고치다가 완전히 아작을 내버리고 만다. 뭘 어떻게 해놓았는지 몰라도 돌아가기는 하나 중간에 설 때도 있었고 두꺼비집이 수시로 내려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사실 세탁기와 관련해 AS맨들이 하도 다녀가 솔직히 몇 번이나 다녀갔는지 다 기억나지도 않는다.

한번은 맨날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냉장고 때문에 냉장고 AS맨과 세탁기 AS맨이 한날 한시에 같이 온적도 있었다. (둘다 삼성) 나는 주방 베란다에 그렇게 널부러져있는 삼성의 백색가전들과 무능해보이면서 헤헤 웃는 삼성AS 맨들을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다. ….

뭐 그렇게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갔다. 삶는 세탁기는 삶으려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일단 두꺼비집이 세탁도중 몇 번이고 내려가기 때문에 보통 삶는세탁 한 코스를 하는데 물의 수위를 ‘고’로 하면 64분 걸리는는 코스를 3-4시간 뺑이를 쳐야 삶아 빨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은 좀 달랐다 (2013.5.4)  삶는 세탁기의 전원을 이날은 일반세탁기 전원이 있는 곳에 꽃아 돌렸는데 역시 두꺼비집의 차단기가 내려가 버렸다.  사실 집안의 전원이 몽땅 내려가 버리면 나는 좀 바빠진다. 개인적으로 서버를 운영하고 있으니 서버를 정상궤도로 올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쇼를 한다)  결국 삶는 세탁을 포기하고 일반세탁기를 돌리려고 플러그를 꽃은순간 불꽃이 팍~ 튀었다.

세계최고의 A/S답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AS맨들은 두 시간도 안되어 달려왔다. (정말 놀랄만한 수준아닌가?) 그리고 그 젊은 기사는 부품을 가지러 다시 휑하니 나갔다가 30분후에 와서 구닥다리 세탁기와 한동안 사투를 벌였다. 그로부터 20분쯤 후 주방베란다 문이 열리면서 수술을 끝낸 의사선생같이 그 젊은 기사가 나오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13년전 세탁기의 낡은 부품을 대체할 부품은 현시점에서 남아 있지를 않았다. 그렇게 13년간 봉사해온 일반 세탁기 (드럼세탁기에 대해서는 우리 부부 모두 강한 불신을 품고있다) 는 2013년 어린이날을 보지 못한채 13살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마님은 즉각 새로나온 12kg짜리 일반세탁기(이번에도 드럼이 아니다)를 주문했다. 삶는 세탁기 역시 이번에 같이 퇴역시킬 예정이고 내일 (2013.5.7) 그 일반세탁기의 처녀비행 기념식이 조촐하게 거행될 예정이다.  첫 비행에 탑승하게 될 세탁물은 정후가 딸기를 먹으면서 더렵혀 놓은 거실의 깔개가 영광스럽게도 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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