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1025

어제 (3/11)부터 스페이스 노아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가 첫시간이었죠.  첫시간에만 벌써 일곱장의 그림을 그렸어요. 앞으로 더 자주 그리게 되겠죠 ? 첫시간이 끝난 후의 느낌은 마치 몇 년만에 목욕탕에 가서 정말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나온 그런 뽀송뽀송한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음악과 미술은 인간의 본능인가봐요. 노래야 노래방에서 가끔 부를수 있지만 그림은 그것조차 안되죠. 사실 아무 노트에 막 그릴 수도 있는데 그걸 왜 안그렸나 싶었어요. 그리고 첫 수업에서 그 해답을 들은 것 같아요.  사실 저 위의 영수증을 구겨놓은 종이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저 그림이야말로 제가 그저 지금가진 모든 선입견과 시선이 총동원되어 그려낸 그림인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좋았죠 ^^ (반전은 이 뒤에~~)

133165_565700783456295_2028314606_o

 

작년 11월 전 서재벽면 전체를 화이트보드로 덮기로 결정했어요. 120cm x 90cm짜리 대형 화이트보드를 샀죠. 전 여기를 낙서판, 메모판으로 쓰고 싶었거든요. 뭔가를 적고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너무 뿌듯했어요.  아마 며칠간 이 화이트 보드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상태였어요. 처음부터 뭘 그려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460092_564082873618086_1911737052_o

 

어느날 아침, 전 일어나서 학생시절 곧잘 그리던 캐릭터들을 그저 그리고 싶어 그리게 되었죠. 호랑이 까치 자석을 옆에 붙여 놓으니 재미있는 그림이 되더군요.  나중에 지나가다 다시 코끼리와 하마를 그려넣었어요.

205561_564103563616017_1473083393_n

 

그게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그림이 늘어나게 되더라구요. 돼지와 너구리, 여우, 생쥐, 식인종이 계속 추가되었죠. 그리는 동안은 정말 즐거웠어요. 아마 다들 그것때문에 그리는거겠죠 ?

736919_584832141543159_610123125_o

 

그걸 보고 지나가던 마님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도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더군요. 저를 그린거래요. 원래 저를 저렇게 표현하거든요. 소복한 발, 뚱뚱한 배, 동그란 얼굴. 단풍잎같은 손 ㅋㅋㅋㅋㅋ

856326_619309021428804_952617577_o

 

그런데 말이죠 얼마전 강의기획 때문에 몇 분과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근처의 교보문고에 가게되었다가 저는 등뒤에서 두 분 사는걸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스케치북이 눈에 들어왔죠. 그날 뭐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 스케치북과 지우개 연필 등을 사가지고 왔답니다. 거의 운명적이랄까요 ?  (그게 2월 20일이네요)

그리고 전 스페이스 노아에서 같이 코워킹을 하던 소프트아케데미와의 류재훈님을 2/25일 저의 공개강의에서 앞의 10분을 할애해 그리기수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어요. 사실 그 수업은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거였죠. 하지만 평일 밤엔 정후때문에 좀 어려웠어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월요일 평일 낮 2시부터 클래스를 열어주신 거였어요. 아~ 너무 감사한~~  즉각적으로 평소 잘 알고지내던 이상혁님에게 연락했죠. 같이 듣자고요. 뭐 결과는….즉각 따라오셨죠 ㅎㅎ 그렇게해서 프로젝트 노아의 세 분과 함께 한 클래스가 꾸려졌어요.

 

 

IMG_1021

수업시작전 전 이상혁님, 손호성 대표님이랑 을밀대에 가서 낮술과 수육, 냉면을 배불리 먹고 왔어요. 아마 매주 월요일은 냉면먹기와 그림그리기로 보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IMG_1024

 

수업이 시작하기 전 선생님의 앙증맞은 팔레트를 열어보니 ‘꼭 가지고 싶다’란 열망이 강력하게 드는거 있죠. 저정도 크기의 팔레트는 국내엔 없데요. 선생님은 프랑스에서 쓰던것이랍니다. 저도 딱 저 정도 사이즈를 꼭 구비해야겠어요 (ㅎㅎ 벌써부터 지름신만 잔뜩)  첫날 수업의 백미는 맨 위 영수증 그림이 아니구요. 아래의 세 작품이었어요.

 

 

첫수업

 

위의 그림은 스케치북은 쳐다보지 않고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면서 손을 움직인 결과이고 왼쪽 아래는 왼손으로 그린 그림, 오른쪽은 음악 세 곡을 듣고 그린 그림이에요. 이 과정이 아마 첫날 수업의 백미이자 ‘자연스럽게 그리기’ 수업 전체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금까지 그저 실제와 비슷하게 그린것을 잘 그린 것의 기준으로 삼았고 그렇게 그리지 못하는걸 부끄러워하며 남에게 자신의 그림 내보이기를 주저했다는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객관적으로 모두가 해석할만한, 모두가 잘 그렸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을 그리는 것이라는 걸 알게되었죠. 저 세 번의 과정은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과 가식을 털어버리는 시간이었어요. 내가 편하고 내가 자유롭고 내 손이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상태를 만들기 위함이었죠.  첫시간을 듣고 나니 이 과정이 왜 ‘자연스럽게 그리기’인지 그 의미를 알겠더군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몇 주전 후배녀석이 평일 낮에 저를 찾아왔었어요. 그 녀석과 밥을 먹고 정동극장에서 차를 마시면서 날씨 좋은 평일 낮의 이런 여유가 참 좋다는 얘기를 했죠. 그리고 재미있게 사는 것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말했어요. 전 그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 녀석이 자신은 몇 개월 다녔었다고 하더군요. 강사선생님에게 명절때마다 공물을 바치는 아줌마들의 성화가 보기 싫어서 관뒀다고요. 어제 그 후배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막바로 문자를 보냈어요.

제 생각엔 그 녀석 ~ 이 수업을 들으면 정말 좋아할것 같더군요.

앞으로 전 부끄럼없이 제 그림을 그냥 보이려구요. 아마 그런 그림들이 많은 분들을 미술강좌로 끌어낼 걸로 믿어요. ‘아~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어’할테니까요. 사실 그러지 않고도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  혼자 그림 그리는 분들 많을거에요. 그리고 분명 그리는 기법을 궁금해 하실거에요. 아마도 수업에 참여한다면 그런 기법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고 배울 수 있어 등록하겠죠. 그런데 첫날 수업을 듣고 나니… 그런 테크닉보다는 보고 느끼는 방법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의 자유로운 시선과 손을 가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큰것 같더군요.

다들 빨랑 나오세요~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