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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l은 애플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IT기업입니다.  한동안 PC는 거의 델만 고집했었고 서버와 스토리지도 델을 주로 구매했던 경험이 있죠. 전 마이클 델을 믿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죠. 그들의 제품 철학 역시 그렇습니다. 모양새와 디자인에 프리미엄을 붙이기 보다는 언제나 거품을 뺀 제품과 우직한 디자인을 고수해왔죠. 델은 어제 회사 역사에 또다른 큰 획을 긋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상장회사 간판을 떼고 개인회사로 새출발하게 된 것이지요.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이전부터 상장폐지에 대한 소식은 간간히 접했던 터라 (현실화 되어 놀랍긴 했지만)  그 소식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만 MS로 부터 20억불을 끌어들인 것은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1997년 스티브 잡스는 굴욕적으로 MS로부터 1억달러를 들여와 애플을 회생시켰습니다. 1억달러라는 금액은 애플을 살리기엔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지요. 잡스는 굴욕을 참으면서 결국 애플을 회생시켰습니다.

마이클 델에게도 20억달러는 숫자는 총 224억 달러의 필요자금 중 8%에 불과하지만 매우 상징성 있습니다. 델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손을벌렸다고 해서 델이 MS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는 아닙니다. 마이클 델이 그 정도의 인물은 아니거든요.  지금까지의 소식들을 미루어 짐작컨데 델은 주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사업구조 재편이 필요했고 MS는 스스로 하드웨어에 손을 대기 보다는 거의 그에 준하는 제조역량이 필요했습니다. 이 둘의 이해타산이 정확히 맞아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델은 일찌기 엔터프라이즈 시장 다섯전쟁의 승리자 중 하나입니다. (IT Warfare 2-2 : 다섯전쟁의 승리자들 참조) IBM, 컴팩, HP 등의 강자들과 PC시장에서 전쟁을 벌여 컴팩과 HP를 합병하게끔 했고 IBM이 레노버로 PC부문을 넘기도록 만들었던 장본인입니다. 최종적으로 HP가 점유율 1위로 PC전쟁의 승리자인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 HP + Compaq인것을 고려한다면 진정한 PC 전쟁의 승리자는 Dell입니다. 그러나 제가 IT Warfare에서 지적했듯 PC전쟁은 승리자에게도 거의 상처뿐인 영광이었습니다. Dell이 승리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판매 방식때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에서 거의 모든 PC사양을 조절하여 집으로 배송받는 것은 델만 해낼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서버도 스스로 온라인에서 사양을 선택하여 살 수 있었죠.  이때문에 Dell의 SCM이 집중적으로 조명받게 되었습니다.

HP나 IBM은 정말 죽을 맛이었죠. 도저히 속도 경쟁에서 델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그들 고유의 영역인 PC서버 부문까지 계속 잠식당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델을 따라잡기 위해 물밑에서 SCM을 혁신하고 있었습니다. 델이 몇 년만 기다려준다면 언젠가는 델과 동일한 조건을 갖추게 될 터였죠. 델은 이 시기에 경쟁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붙였어야 했습니다. 직접판매 모델의 강력한 후속전략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그 즈음 마이클 델이 경영 이선으로 후퇴합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고 이듬해부터 델의 서비스 문제가 터지며 마침내 델의 SCM모델과 직접판매 모델에 근접한  HP를 위시한 경쟁자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델은 급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티브 잡스는 Post PC 개념을 들고나와 PC시장 전반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델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복귀하지만 델은 더이상 변화의 속도를 주도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델은 2013회계년도 결산에서 실적이 하락하는것을 또 지켜보고 있습니다. 주된 요인은 PC부문 때문이었죠. 오히려 엔터프라이즈 부문에서는 약간 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마이클 델의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의사결정은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전환작업은 여전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봅니다.  더 이상 구글과 애플이 버티는 개인용, 컨수머 시장에서 대항마를 내기엔 피곤한 상황이니까요.

마이크로스프트 역시 구글과 애플때문에 고전하고 있는것 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꾸준히 구조개선을 해왔고 얼마전 드디어 서버부문(엔터프라이즈 부문)의 매출이 윈도우즈 등 전통적인  MS의 주된 수입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IT Warfare를 통해 (IT Warfare 3 제국의 형성 : Microsoft 참조) 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단 두척의 전함으로 IT업계를 평정했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두 척의 전함을 추가로 더 띄우려한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새로운 두척의 전함은 서버와, X-Box와 같은 컨수머 제품이죠.

IT-Warfare-final.066-0021182제 판단엔 이제 그 두 척의 전함역시 성공적으로 진수된 것 같습니다. 이제 애플과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뼛속까지 공략해 무너뜨리긴 힘든 상황이 된거죠.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MS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Post PC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나 Server Based Computing 세상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MS는 기존 Office 시장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워낙 굳건한 시장 점유율이지만 그들이 이 제품으로 계속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과금체계의 전환이 필요했고 이제는 ‘판매’의 개념이 아닌 ‘임대’의 개념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2-3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새로 사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거든요.  어쨋든 MS에게 이젠 홀가분하게 구글-애플과의 전쟁에 나설만한 ‘서버’라는 백그라운드가 생겼기 때문에 이를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제 생각에 델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접점은 이 부분에서 생기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델은 MS에서 20억달러를 빌려쓰는 만큼 MS의 요구를 몇 가지 들어주게 될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맥용 익스플로러를 기본 브라우저로 채택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만 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겁니다.  결국 MS용 제품을 몇 개 내놓게 될 텐데 그게 뭐냐가 핵심이죠. 10년전 같았으면 MP3 플레이어, PDA, 스마트폰 같은 개인용 기기가 되었겠지만 이번 전략적투자의 결과는 아무래도 엔터프라이즈 부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구체적인 제품에 대해서는 저도 양쪽의 전략을 분석해 본 다음 예측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동안 델과 멀어져있어 델이 현재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는지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상태거든요. 결국 이 IT삼국지 체제에서 가장 오래 남을 회사는 냉정하게 보면 MS가 아닐까 싶네요 ^^  델은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회사이므로 정말 분발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