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결산

By |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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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후녀석의 정확한 돌은 2월 22일. 그런데 오늘 돌사진을 찍었다. 어제부터 녀석이 조금씩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늘 돌촬영을 끝내고 코스트코에 들러 먹을걸 잔뜩사고 삼성동 마노 드 쉐프에서 파스타까지 먹고 하는통에 온종일 밖에서 시달린터라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저녁때 삼성병원 응급실에 가서 두 시간을 기다린끝에 약을 받아가지고 집에오니 밤 10시. 생각해보니 오늘 코스트코에서 장본게 차의 뒷트렁크에 그대로 실려있었다. 이 녀석… 열도 나고 하니 그대로 재울까 했는데 이 밤에 응가를 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잽싸게 목욕을 시키고 내일 출근 하는 엄마랑 묶어 자라고 방에 들여보내놓고 보니 저녁도 안먹은 걸 깨달았다.

어차피 일요일 저녁은 종량제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라 집안의 쓰레기를 모아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손에 들고 현관을 나섰다. 쓰레기를 버리고 곧바로 집앞 24시간 하는 김밥천국에서 떡라면 한그릇을 부리나케 해치운다음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낮에 사놓은걸 낑낑거리고 들고와 내려놓고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12시를 넘기고 나니 오늘이 2012년의 마지막날인게 떠오른다. 큰일이다.. 1월까지는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아직 ‘원고화’되지 않은 꺼리들이 잔뜩 쌓여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원고를 쓸까하고 책상앞에 앉았다가 써야할 원고는 안쓰고 올해 벌어들인 수입이 얼마인지 따져보기로 했다.  세금을 모두 떼고 통장에 꽃힌것만 합산을 해보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스코어가 나쁘지 않다. 얼추 2010년 CJ에 부장으로 다니면서 받던 실수령액과 거의 같은 수준. 음..이 정도면 성공이다.

독립한 첫해였던 작년보다 매출(?)이 대략 50%정도 상승했다. 작년과 올해를 경험해보니 언제가 비수기고 언제가 바쁜지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다. 올해 비수기는 1월과 8월이었는데 단 한건의 강의도 없이 빤빤히 놀았다. 그러고보니 내일부터 2013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비수기로 접어들게 되는거다 (ㅎㅎ)  노천명 시인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데 나에겐 강의의 여왕이라 할만큼 성수기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다.

올해를 포함해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난 참 운이 좋았단 생각이 든다.  회사를 나와 독립할 결심을 하면서 ‘돈 버는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추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며, 많이 쉬고 보고 들으면서, 나와 주변 전체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략적으로 그것을 향해 순조롭게 항해하는 기분이다.

강의를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고정된 강의일정이 잡혀있는 것도 아니고 강의를 홍보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매월 그때그때 여러 지인들이나 한 두다리 건너 들어오는 강의만으로 이 정도 생활을 유지하는 건 정말 기적적이다. 지난 2년간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내가 계속 CJ에 다니고 있었다면 거의 만나지 못할뻔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운좋게도 이 시기에 새롭게 만난 분들은 내가 2년전까지 알고있었던 좋은 사람들을 합쳐놓은 만큼 많았다는 것이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내 안의 ‘화’가 풀리고 다시금 긍정적인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내년엔 새로운 책을 발표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또한 내가 60세가 넘어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잘 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일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서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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