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조직은 묘하게 군대의 그것과 닮아 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인류 최초의 조직은 행정적인 조직보다 군대조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살아남기 위해 역할을 분담해서 싸우거나 사냥을 하는 것이 사람을 다스리기 위한 조직보다 더 일차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대는 생사를 걸어야 하는 조직으로 전투에서 패하거나 승리했을때의 경험을 빠르게 조직에 반영하여 다시 전투에 나서야 하는 필사적인 조직이었다. 따라서 빠르게 변화할 수 밖에 없었고 역할분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정도였으니 절박감도 최고였다. 가내수공업을 벗어난 기업의 형태가 갖추어지면서 ‘조직적’활동이 필요했을텐데 이들이 참조할만한 최고의 롤모델은 역시 군대조직이었을 것이다.

전쟁의 성패중 가장 큰 부분은 지휘관이며 난 전력의 50%이상이 지휘관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지휘관이라도 오합지졸인 병사들을 하루아침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병사들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여러가지 지시와 조치를 통해 그들을 최강으로 조련해낸다.  아무리 이순신이라 한들 해상에서 학익진을 빠르게 펼칠 수 있도록 조련하지 않으면 승리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가지 분야인것 같다. 하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개인보다는 집단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두번째는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개개인의 능력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게 하는 일이다. 기업의 지휘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연말 인사발령을 통해 새롭게 부임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조직을 자신의 지휘스타일에 맞게 개편하고 참모진을 꾸리는 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개개인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일인데 이 두 가지 역시 균형적으로 투자를 해야 최상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현대의 미군병사의 모습을 보면 적어도 개인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지급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2차대전 당시의 썰렁한 군복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보여준다. 사실 오늘날 어느나라의 군대도 미군 수준의 하이테크 장비로 병사를 무장시키긴 어렵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프가니스탄 민병대들과 비교해 보면 이 둘 간의 싸움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미군을 대기업에 비유하자면 아프가니스탄 민병대나 게릴라는 중소기업이나 1인 기업에 가깝다. 5년쯤 전까지만해도 기본적인 업무생산성을 위한 시스템과 개인용 장구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커도 너무컸다. 일단 대기업은 업무의 밸런스를 잡기 위한 시스템에 대규모로 투자를 한다. SAP같은 고가의 패키지들과 함께 전자결재와 메일, 메신저, 음성, 데이타를 통합한 시스템 일체를 구축하고 병사들을 그 체계에 맞춰 교육시켰다.  사실 중소기업들은 회계나 재무시스템 등 기본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운영하기에도 벅차했다.  사실 기업 IT부서의 포커스는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조직 전체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부문별 시스템과 그들의 통합에 집중한 결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업무처리와 저장, 지식관리에 이르는 방대한 체계를 막 완성하고 이제 그 효과를 볼 참이었다.

그럼 샐러리맨 전투요원의 각개전투를 위한 도구로는 어떤 것을 지급했을까?  아마 MS-Office와 팩스, 프린터, PC와 모바일 폰, 다이어리와 잡다한 사무용품 정도가 아닐까 ? 직군에 따라서는 특화된 소프트웨어들을 사주기도 했을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1인당 MS-Office 하나를 사주기도 벅찼다.  내 생각엔 몇 년전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투체계 시스템과 개인전투 도구는 차이가 컸다.

대기업에 근무했던 내 불만은 그 때쯤 생기기 시작했다. 난 조직전체와 그룹이 사용하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 못지 않게 각개전투 도구들의 격을 높이길 바랬다. 사실상 샐러리맨에게 주어진 것은 PC와 스마트폰, 오피스 앱과 연말연초에 지급되는 다이어리가 다였다. 계속 소총 하나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ERP를 도입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전투방식의 개선에서 뽑아내야 한다. 이미 시스템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많이 뽑아내기도 했고 거기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어느 기업에서 여느때와 같이 기획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문서를 처음부터 기획해 완성시키는 실습을 하게 되면서 난 이제 대기업의 개인전투 도구가 게릴라들이나 민병대들보다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20여명의 교육생 중 Dropbox나 Evernote를 사용해 본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이 그에 상응하는 통합된 도구를 OA환경에 추가했을까 ? 아니, 그렇지 않다. 아직 대기업들은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 아니, 따라가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겠다. 대기업일 수록 드롭박스나 에버노트, 구글앱스를 보안이라는 이유로 막아놓았다.

이날 실습 교육에서 난 18명을 즉석에서 드롭박스와 에버노트에 가입하게 하였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로드 받도록 주문했다. (외부에 있는 교육기관이라 이게 가능했다) 난 그 20명을 2명 단위로 묶어 10개의 팀으로 만들고 10개팀의 공유폴더를 만들도록 했으며 자신의 폴더도 만들어서 자신의 팀원과 강사인 나에게 공유하게끔 시켰다. 에버노트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첫 한시간이 지나자 즉석에서 이날 실습 교육의 협업 인프라가 완성되었다. 그들의 실습결과는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내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그들이 실습하며 10개의 문서가 업데이트 되는 과정을 모니터링 하면서 피드백을 날렸다. 그들은 발표를 위해 자신의 컴퓨터를 들고나올 필요도 없었다. 강사인 내가 그들의 자료를 대신 화면에 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들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그 주제에 대한 기본 정보를 나의 드롭박스 공유폴더를 통해 가져가 읽게 했고 직접 인터넷에서 몇 개의 자료를 찾아 에버노트로 간단하게 스크랩 해 넣게 하고 내가 공유한 PDF 화일까지 에버노트에 간단히 드래그하여 정보를 한곳에 모으게 하자 그들은 그 협업 시스템에 대해 감탄하는 것 같았다.

‘아니, 누구나 즉석에서 가입해 한시간내로 분대 전투를 위한 협업 네트워크를 무료로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다니 !’

역설적이게도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그게 되는데 대기업 샐러리맨에게 그건 너무 먼 현실이 되어 버렸다. 내가 나누어준 자료와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자료들을 에버노트 안에서 새로운 노트로 정리하고 그걸 다시 또 다른 노트로 정리하여 굵직한 메시지가 나옴으로써 전략적인 방향이 형성되고 그걸 팀원이 즉석에서 공유할 수 있게 되는것으로 그날의 수업은 종료되었다.

기가막히지 않은가 ? 정작 시스템에 수백 수천억원을 투입한 그들의 회사에서는 이날 배운걸 적용못하고 2차대전때와 같이 각개전투를 벌여야 한다니 말이다.  여기서 대기업 담당자들과 그들 위에 있는 임원들에게 몇 마디 하고 싶다.

 

– 임원들에게 : 보안을 위해 생산성을 희생하는건 다른 투자까지 보호하지 못한다. 과감하게 풀어라

–  IT담당자들에게 :  이제 개인 OA환경으로 눈을 돌려라. 생산성 향상의 열쇠가 거기에 있다

 

P.S – 눈 오는날 까페에 앉아서 이게 뭐하는 글이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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