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르고 나인에 놀러갔다가 손호성 대표님 서가에 꽃혀있길래 책상위에 돈 놓고 빼앗아온 책이 ‘서울 누들로드’였다. (돈주고 강제로 빼앗아 오는 풍습은 이상혁님에게 배운)  일단 책을 가방에 쑤셔넣은 후 우리 셋은 ‘을밀대’로 직행하여 녹두전과 양많이 냉면 세 그릇을 국물한방울 남기지 않고 뽕빨내고 표표히 그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사실 서울시청 도서관 1층의 명당 자리에서 경우 한 시간 앉아 있았던 나는 할일이 좀 있어 시청에서 금화터널 앞까지 가서 누구를 만나 다시 염리동으로 식사를 하러갈 마음은 별로 없던 차였지만 ‘을밀대’라는 단어 하나에 가방을 싸들고 택시를 집어타고 말았다.

그렇게 어제의 점심은 기분이 좋았다. 무려 30년만에 을밀대를 찾은 것이며 소문대로 맛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의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걸 보고 ‘모든게 참 완벽하잖은가 !’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즈음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까지 그랬다. 낮에 서가에서 이 책을 빼앗을땐 일단 제목이 너무 반가웠다. 음식에 대한 책은 정말 많지만 서울, 그것도 면 요리라니… 과연 어떤 면요리의 고수가 책을 냈을꼬…하고 살펴보니… 아 이런 … ‘먹는언니’였다.

개인적으로 ‘먹는언니’에 대해 알지는 못한다. 그가 먹는언니 블로그를 시작할 무렵 나 역시 블로그를 시작했었고 그때 서로의 블로그를 알게되어 초반기에 댓글 몇 번 나눈것이 다였다. 난 그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믿고 그가 평가하는 내용이 타당성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의 면요리에 대한 내공이 서울의 면요리를 집대성할만큼 경험이 쌓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일단 선입견이기는 하나 한숨이 나오고 시작했던 것 같다.

78페이지까지 우리 면요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좀 아쉬움이 있다.  사실 우리 면요리로만 서울편을 채워도 빼곡할 판에 이런 저런 외국의 면요리들이 들어가자 책 내용이 좀 어지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의 면요리 내공이 금새 바닥을 드러낸 것도 좀 실망이다. 이를테면 이 책에 나오는 어떤 베트남 국수집은 매번 가던 단골집이 아니라 탐험 중 발견해 낸 곳이고 그 가게 주인에게서 또 다른 국수집을 추천받아 그 집으로 가서 요리를 먹고 책에 실려있는 식이다.  즉, 서울에서 자신이 오래동안 10번이상 다녀본 수백개의 국수집 중 부문별로 베스트를 가려낸 것이 아니란 얘기다.

가령 총 43곳의 가게중 냉면은 7군데가 소개되었는데 우래옥, 오장동 흥남집, 신창면옥, 오장동 함흥냉면, 깃대봉, 낙산냉면, 을밀대가 그 곳이다. 이런…냉면만 해도 누락된 곳이 너무 많다. 게다가 오장동 3곳과 깃대봉, 낙산냉면과 같이 냉면 맛이 필자의 취향대로 한곳으로 치우친다. 작자는 을밀대에 이르러 이런 밋밋한 냉면은 을밀대가 처음이었다고 고백하는데 이래서는 평양냉면을 제대로 파악해 내기가 어렵다. 아마도 이 때문에 평양냉면의 명가들이 모두 누락된 모양이다.  사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인 국수와 칼국수, 자장면/짬뽕 등 우리 식생활의 메인스트림이던 면류와  쫄면, 메밀국수의 명가들이 두루두루 누락되어 있다.

이 책을 보니 서울시내의 냉면집 얘기를 하나 쓰고 싶어진다.  여러명의 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제 우리 세명같이)  면돌이들의 순례기 같은거 말이다. 이른바 면식범( 麵食凡) 프로젝트랄까 ?

어쨋든 시간이 되면 이 책에 소개된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을 좀 다녀봐야겠다.

P.S – 정후녀석이 새벽 4시가 안되어 깨는바람에 나도 같이 깨서 이젠 잠이 다 깨 버렸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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