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연이틀 구경했답니다.

By | 2006-12-25

12/22, 23일 이틀에 걸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두가지 다른 버전으로 구경하고 왔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이 항상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나오는데요.   몇년동안 계속 지나쳐오다가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국립발레단과 벨로루시 발레단의 공연을 보러가기로 한거였죠.

사실 발레 공연에 대한 편견이 없어진 것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던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부터 입니다.   발레나 댄스공연에 앞으로 계속 투자를 해도 되겠구나하고 생각했죠.   웬만한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몇배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똑같은 ‘호두까기 인형’을 연이틀 보러갈건 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발레란 것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는 다르게 스토리는 엇비슷해도 안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거의 다른 공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6 시즌은 다른해보다도 호두까기 인형들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제가 아는 것만으로도 현재 4팀이 공연중입니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키로프 버전으로 공연중이고 전통의 라이벌인 국립발레단은 볼쇼이 버전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또다는 구소련의 3대 발레단중 하나인 벨로루시는 벨로루시 고유의 버전으로 성남 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이죠.  서울 발레단 역시  고양시에서 공연중입니다.

전 국립발레단의 공연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소문으로 듣던 ‘김주원’이 나오는 개막공연을 예약했습니다.  (왼쪽사진)

이 김주원이란 친구는 수년전 스승과 제자란 프로를 보면서 처음 그 존재를 알게되었는데요.  그때 아마 혼자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그 프로가 나오는걸 우연히 보게 된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이 친구가 ‘보통이 아니군’하고 생각했었고 기회가 닿으면 언젠가 공연을 보러가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군요.

저는 발레를 볼줄 모르지만 김주원은 실력과 상품성을 고루 갖춘 탁월한 엔터테이너 더군요.  

국립발레단의 거의 모든 레퍼토리의 주역을 맡는 선숩니다.    욕심이 많은 만큼 자기 스스로에게도 혹독한 모양입니다. 

이번 호두까기 인형에서도 거의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전체적으로 호화로웠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맡은 코리아 심포니도 나무랄데 없었고  무대조명과 세트역시 아주 훌륭했습니다.  첫 공연이라 전체적인 조직력이 가다듬어 지지 않은 면도 한두군데 있었지만 2막에서의 군무로 그런것들을 모두 커버하더군요.   2막중반부터의 군무에 많은 노력을 들인것이 보였습니다.

물론 김주원의 춤도 매우 아름다웠고 남자주인공인 이원국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모르긴몰라도 항상 TV에서 보아오던 호두까기 인형이 바로 볼쇼이 버전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한가지 이날 공연의 흠이었다면 관객쪽이었는데 어린이들이 관객의 1/3은 되어서 매우 번잡스러웠습니다.  게다가 공연이 시작되고나서도 쉴새없이 엄마 아빠들이 애들을 붙잡고 들락거리는 통에 공연에 집중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실 그런상황은 다음날 갔던 벨로루시쪽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성남아트센터의 절반을 어린이들이 메우고 있었거든요.   벨로루시 발레단의 공연을 보고나니 국립발레단과의 차이가 눈에 보였습니다.  

벨로루시쪽은 무대세트가 빈약한 것이 흠이었고 무대자체가 좀 작아보였습니다.    벨로루시의 무용수들은 확실히 국립발레단보다 크고 다리가 길다보니 같은 인원이 서도 무대가 꽉차 보이는 면이 있었는데요 이런 그들이 마음껏 무대를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약가 답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멤버들의 평균적인 기량은 국립발레단 보다 나아보였습니다.  국립발레단이 주역 2명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벨로루시는 주역이나 조역들이 모두 좋은 기량을 보여줘서 역시 ‘3대 발레단 중 하나군’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죠.

조금 걱정이되었던 성남 시립오케스트라는 코리안심포니 못지않게 훌륭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도 먹고살만 해지다보니 이런쪽에서도 전력이 평준화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이 시점에서  김주원이 더 기억되는 것은 그가 벨로루시쪽 주역의 춤사위 보다 더욱 나아보였기 때문입니다.  남자주역은 벨로루시쪽이 더 나았구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유니버설쪽을 구경가야되겠습니다. ㅎㅎ

발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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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발레를 연이틀 구경했답니다.

  1. 정도령

    도대체 네 호기심의 끝은 어드매냐? 이젠 발레까지.. 발레 보러 간 거지? 저 처자가 아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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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처자 구경이었다면…기회비용상 다른걸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 호기심은 뭐… 아직 안밝힌것도 많은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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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ulgrim

    트랙백 남깁니다. 저도 이번에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을 보고 왔습니다. 2년 전에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을 봤는데, 그에 비하면 잔재미는 개인적으로 덜했습니다만 역시 재밌었습니다. 누구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히 꿈속의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 역을 맡은 분들이 대단하더군요. 발레. 정말이지 뮤지컬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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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흠~ 내년에는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으로 보러가야겠군요. 저도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어보니 양쪽 발레단 모두 서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가지고 공연을 한다더군요. 그래서 어느 한쪽이 딱히 더 낫다고 말하기 보다는 두팀 모두 재미있다던데요. 저도 유니버설 버전도 한번 구경하러 가야겠습니다.
      저 역시 뮤지컬보다는 발레가 더 낫더군요. 무용과 음악, 내용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있어서요 ^^ 트랙백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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