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루살렘

By | 2012-10-13

어제 책을 잔뜩 샀답니다. 14만원 어치정도였어요. 이번주 화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1층 기념품샵과 서점을 구경하다가 돌베개의 ‘테마한국문화사’시리즈가 몇 권 더 나온 것을 보았죠.  10년전 이 시리즈를 처음보았을때 이런 책들은 의무적으로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명감과 장인정신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책이라 판단했거든요. 그리고 우리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줌인(Zoom-In)시켜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말이죠. 그래서 벼르면서 집으로 돌아와 이틀후에 예스24에서 무조건 돌베개의 책들을 뒤졌어요. 결국 거기서 책들을 구경하다가 백자, 불화, 정원, 나무, 글쓰기 책을 샀죠.

2주전 목아박물관에 갔을때 불화에 대한 전시회나 유뮬들을 구경하고 도록이나 책이 있으면 꼭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난주말 제이드 가든에 갔을때는 좋긴했지만 창덕궁 후원이 생각났었죠. 결국 돌배개의 책들을 구경하다가 그와 관련된 책이 눈에 밟히자 모조리 사들이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발견한 한국의 나무는 제가 항상 아이패드 같은데서 사고 싶어하던 컨텐츠였죠. 제이드 가든에 갔을때 나무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제 자신이 좀 부끄럽고 한심했기도 했거니와 언젠가 이런 제대로 된 도감이 나오면 사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며칠전엔 페이스북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페친의 링크를 따라 오마이 뉴스의 “죽고싶어 환장했어?”…난 그곳에 와있다. 란 기사를 보고 예전부터 벼르던 또 하나의 주제인 팔레스타인이 생각났죠. 그래서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과, 쥐, 굿모닝 예루살렘을 샀어요. 오마이뉴스의 그 기사는 충격적이었어요. 음…그런데 전 그 기사를 쓴 분이 느꼈던 분노와는 뭐랄까…좀 종류가 다른 감정이었죠. 굿모닝 예루살렘이 저로서는 정답이었어요. 그런 담담한 관찰기가 그 분위기를 느끼는데는 더없이 좋거든요.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좀 보기 불편한건…그 기사를 쓴 지은이가 너무 단순하게 분노하고 한쪽으로 치우쳐버리는 것 같아서였어요. 굿모닝 예루살렘을 보면 작가가 가이드 투어를 하는데 한번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가이드투어를 하고 그 다음번엔 이스라엘 극우주의자들의 가이드투어에 참여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러면서 작자는 어디에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저 그걸 그려냅니다. 물론 작가는 어느 편도 들지 않거나 자신의 판단을 철저히 배제하는 회색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는 결국 팔레스타인쪽에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나 양쪽 모두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죠.

그런 그의  스케치 방식은 오마이뉴스의 직설적인 설득보다 오히려 더 단단하고 깊은 메시지를 남기고 있어요. 그는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의 아내를 따라 평양과 버어마에서 1년정도씩을 보내고 예루살렘에 오게되죠. 그의 앞선 두번의 여정은 모두 만화책으로 나와있구요. 그는 책의 중반이후 부분에서 이스라엘에서 돌아다니는 일이 오히려 평양보다도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중동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얘기를 하는 다른 책들은 나세르, 네타냐후, 아라파트, 하마스 등 정치지도자나 단체의 행보나 전쟁 등 액션에 초점을 맞추어 타임라인을 써내려가는데 이 만화는 놀랍게도 그런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는 철저히 거리를 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 거리와 사람과 상점과 종교등을 얘기하고 있죠. 이때문에 팔레스타인의 진짜 모습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정말 강추합니다~

Facebook Comments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