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구글이 계획하는 큰 그림을 알게되면서 나는 IT 기획자로서 구글의 계획에 완전히 매료되어 주변 동료들에게 침을 튀어가며 그들의 원대한 계획에 대해 대신 설명하곤 했다. 그건 정말 Dream에 가까운 미친짓이었지만 정말 한번쯤 해보고픈 환상적인 미친짓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파악한 이들은 WEB 원리주의자들이었다.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이 안에서 컴퓨팅활동에 대한 모든걸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었고 실제로 그걸 실행해 옮기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들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는 당시 다른 곳같이 그럴듯하고 화려한 그래픽따위는 없었다. 그저 내용만 제대로 빨리 나오면 됐지 그외에 뭐가 필요하냐는 식이었는데 그런 실용성 또한 마음에 쏙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1998년부터 시작한다. 스티브 잡스가 돌아온 직후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성기의 로마제국같은 위용을 떨치고 있을때였다. 당연히 이들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들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몇 년동안 그들은 그저 수많은 검색업체중 하나로 심드렁하게 취급되었다.

2002년을 기준으로 그들의 비즈니스 규모는 훗날 경쟁하게 될 두개의 강적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던 이들이 슬슬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3년경이었다

이들은 애드센스를 통해 향후 뭘로 밥을 먹고 살지를 확고하게 결정한다. 이들의 수익모델은 대단히 심플하다. 거의 모든걸 공짜로 제공하고 그저 광고수익만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그들이 장차 만들 거대한 생태계안에서 모든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그리게 되었고 그건 돈을 가진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미친 계획에 코웃음을 쳤지만 그렇다고 전혀 대응을 안할 위인은 아니었다.

이듬해인 2004년 구글은 주식공모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고 그때부터 자신들이 하고싶은걸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모든걸 처음부터 만들 심산은 아니었다.

곧바로 그들은 사진공유 서비스인 피카사와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를 인수함으로써 거대한 서비스엔진을 채우기 시작한다

아마 구글이 제일 잘한건 2004년 호주의 Where2사와 Keyhole사를 인수해  2005년 구글맵을 출시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구글이 자랑할만한 컨텐츠들이 지도를 통해 살이 붙어가기 시작했고 오늘날 이것이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구글의 폭풍같은 행보는 Gmail, 유투브, 구글 캘린더로 이어진다

2007년 더블클릭 인수와 구글독스가 선을 보였을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사실 구글을 궁극적인 위협으로 인식한지는 오래되었다)  사실 애플 입장에서는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배후를 위협하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할 수 있었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면서 구글맵, 유투브, 지메일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기본으로 아이폰에 채택되었고 이데올로기가 다른 기업이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로마제국에 압박을  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밀월관계는 곧 정리된다. 2007년 11월 안드로이드가 발표되고 2008년 크롬 브라우저, 2009년 크롬 OS가 각각 발표되자 애플은 역시 이데올로기가 다른 친구는 있을 수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끼게된다. 뒤끝있는 잡스의 성격상 이런 배신을 당하고도 구글의 서비스들을 당장 iPhone OS에서 쳐내지 못하는 현실을 분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구글의 이데올로기는 웹 원리주의자의 그것이다. 즉, 웹으로 접근할수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구글월드가 꿈꾸는 세상인 것이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구글의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기존 데스크탑 OS의 불필요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실 대중들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담보되기만 한다면 Public WiFi나 단말기 등도 기꺼이 아주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제공할 용의가 있는 기업이었다.

구글이 혁신적인것은 그저 브라우저만 들어있는 저렴한 단말기와 크롬과 같은 OS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구글의 전용 단말기를 쥐어주겠다는 계획때문이었다. 가령 노트북같이 생긴 크롬북이 2백달러이고 여기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으면 윈도우즈나 Mac OS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었다. 이는 MS와 애플에겐 근본적인 위협이었다

게다가 구글은 실제로 컴퓨팅 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솔루션의 얽개를 1차적으로 완성해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의 처음부터 컴퓨팅 이데올로기를 언급한 것은 바로 구글때문이었다. WEB Based Computing을 부르짖는 구글은 처음부터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이 컴퓨터 OS에 공을 들이는 회사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구글은 거의 모든 서비스를 총망라해 이제 곧 통합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해줄 수 있었고 그 플랫폼까지 만들어내었으니 그들의 원대한 계획 버전 1.0이 이제 곧 출범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안드로이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난 WEB Based Computing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데스크탑에선 크롬 OS가, 모바일에선 안드로이드가 ‘간단한 OS’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데스크탑 OS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구동시켜야 하고 전화를 걸어야 하고 카메라를 실행시켜야 하니 하드웨어를 구동시키는 전용앱이 크롬 OS에 비해 몇 개 더 많을뿐 본질적으로는 WEB OS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정확하게 아이폰을 좇기시작했다.

결국 구글은 모바일에선 App Based Computing을, 데스크탑에선 WEB Based Computing으로 크게 찢겼다. 타블렛 시대에 와서 타블렛 OS를 어떤 것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했었지만 구글은 수많은 제조사들의 요구로 타블렛에서도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오히려 크롭 OS는 이제 한켠으로 계속 밀려나는 형국이다.

난 구글이 저렴하고 대중적인 컴퓨팅환경을 구축하고 거의 무료나 다름없이 컨텐츠를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이른바 Public Computing 플랫폼을 완성할거라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이데올로기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다

구글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은 2003년까지 구글이 애플과 그저 막연하나마 적대적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에릭 슈미트가 애플의 이사가 되면서 애플과 구글은 2007년까지 밀월관계를 유지했고 안드로이드 때문에 오히려 원수지간이 되었다

2009년까지 이들 세 회사는 서로 팽팽하게 삭각구도를 이루고 있었던것 같다

그러나 최근관계를 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동맹관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구글이 공통의 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 하다. 특허사냥에 나설때도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컨소시움을 이루는 놀라운 광경도 보게되니 말이다.

구글은 강력한 연합군을 맞아 생태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강수를 꺼내든다.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이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총알의 1/3를 모토롤라를 인수하는데 사용했다. 10여년전 구글이 꿈꿔왔던 거대한 사이버 세상을 건설하는데 쓴것이 아니고말이다. 와우~ ! 난 이 결정이 구글다운 색깔을 잃게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구글이 지난 10여년간 지켜온 그들의 정체성을 뒤집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포기할까? 마치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하고 이슬람교도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 처럼 말이다.

아니면 이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원래 가졌던 사상을 모두 끌고나갈 수 있을까 ? 후우~ 난 그들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면서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것으로 단정지었다. IT역사상 최대의 반란이 될 수 있었던 구글의 원대한 계획은 그 시계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이 IT삼국시대에서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명분과 대의 그리고 실질적인 교두보 또한 그리 단단하지 못하며 오히려 3국중 가장 열세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삼국시대의 최종 승자는 누가될까 ? 혹시 제 4, 제 5의 졍쟁자로 득세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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