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관점에서의 고찰 : 안철수 후보 기자회견

By | 2012-09-21

19일 안철수 후보(이젠 의장이 아니고 후보죠^^)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두가지 관점에서 보았습니다. 하나는 유권자로서 지켜보았고 하나는 프레젠테이션을 강의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보았죠.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소식직후 언론에서는 스티브 잡스식으로 안철수 후보가 직접 발표할 것이다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앉아서 준비된 연설문을 발표했습니다.

그건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발표의 내용은 ‘출마’한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그를 위한 몇 가지 대의명분과 그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상세한 대선공약을 설명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연설형식의 발표는 그래서 모든 청중의 눈을 안철수 후보의 얼굴표정과 입에 집중시키게끔 했고 그는 자신의 의지를 말과 표정으로 정확하게 구사하였습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 방식으로 발표했더라면 청중의 시선은 분산되거나 분주히 화면과 안철수 후보의 표정을 오갔을겁니다. 이로인해 흡인력이 떨어졌을테죠.  안철수 후보측에서도 기자회견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음은 내용에 대한 문제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기자들은 곧바로 누가 참모진이 될것이며 단일화문제는 어떻게 할것인가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야권단일화 문제는 청중들이 가장 궁금해 하던 사안이었고  안철수  후보 자신도 그걸 모르지 않을텐데 연설문에서는 왜 그 같은 내용을 누락시켰을까요?   제가 안철수 후보 기자회견의 시나리오(작전)를 짰다 했더라도 당연히 그랬을겁니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제일 중요하게 부각시켜야 할것이 자신의 출사표이고 이건 다른 어떤 사안과도 섞여있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뻔히 알고는 있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질문에 대답하는 것 처럼 없어보이는 것도 없죠.

이 기자회견은 안철수 후보의 연설문이 준비의 전부가 아니라 1,2부로 나누어 연설 및 질의응답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었을겁니다.

강의 쉬는시간에 기자회견을 다함께 시청…이것이 바로 프레젠테이션 라이브 교육 ^^

안철수 후보의 기자회견 당일 저는 하루종일 여의도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55분쯤 강의를 마치고 10여분을 쉬기로 했는데 어떤 교육생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보기시작하길래 아예 다같이 보기로 했답니다. 회견이 끝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어떤 교육생이 질문하더군요.

“안철수 원장은 발음도 좀 부정확하고 말투도 어눌한데 그게 마이너스가 될까요 ?”

안철수 후보가 선거를 위해 아니운서같이 정확한 발음과 경쾌한 목소리를 연습했다면 어땠을까요 ? 프레젠테이션에 있어 발음과 어투 기타 발표매너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아나운서같이 잘 훈련된 프리젠터들은 도박판에서 어떤 패를 들고있는지 알수없는 포커페이스 같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은 뉴스의 내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확하고 건조하게 내용을 전달할 뿐입니다. 목소리나 표정에서 진정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죠. 그러니 제게 있어 최악의 프리젠터는 아나운서와 같은 사람입니다. 여타 프레젠테이션 매너 훈련을 통해 제스처나 복장 등으로 자연스러움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좀 그렇습니다. 전 수많은 제안 PT를 심사하면서 위의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프리젠터들에게는 항상 점수를 박하게 준 기억이 있습니다.

어눌한 말투를 가졌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정성을 청중에게 전달하세요. 그 편이 오히려 청중을 움직이게 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다소 굳은 표정과 약간 어눌한 말투와 부정확한 발음은 또 다른 목소리로 청중들에게 아주 잘 전달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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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직업적 관점에서의 고찰 : 안철수 후보 기자회견

  1. misner

    정동영씨 대선후보수락연설은 다들 기억도 못하실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qeoUksIcSzE

    아나운서의 좋은 표정과 또렷한 발음은 양념일 뿐이죠.

    역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사상과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교섭력이 아닐런지요?

    물론 김대중,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그 기준점을 너무 높인 것도 문제라면 문제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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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정동영씨는 언제나 뉴스데스크를 연상케했어요 안타깝지만 본인은 그렇게 길들여져있던것을 탈피해 호소력과 진정성을 가지려고 일부러 노력한것 같았는데 그 습관들이 너무 몸에 베어버린것 같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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