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의 루머대로 애플의 9월 12일 이벤트 초대장이 공개되었습니다. 12라는 그림자에 5라는 숫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연히 아이폰5 발표일거라는 예상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발표이전이지만 워낙 구체적인 아이폰 5 유출 이미지들이 돌고있어 이젠 신비감이 떨어지기까지 하죠. 아마 저같이 아이폰4를 가진 분들이라면 아이폰5를 벼르고 있을테고 아이폰5의 스펙이나 모양새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기변을 하게될겁니다.  2007년 아이폰이 대변혁을 일으킨 후 모든 휴대폰이 변했고 마치 화산폭발 이후처럼 지난5년간 서서히 지표면이 식어가듯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때마다 그 감흥은 줄어들어왔습니다.  그저 무게와 두께, 처리속도, 용량 정도가 계속 개선되어 왔을 뿐이죠.  아마 저같이 싸늘하게 식은채로 이번 이벤트를 기다리는 애플 매니아들이 적지 않을겁니다.

최근 삼성과의 소송전을 통해 애플 팬보이들 조차 애플의 혁신이 지나치게 조절되는것이 아니냐라는 불만이 들려옵니다. 예전처럼 작은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페라리나 벤틀리같은 고품격 컴퓨터를 만들어 내다가 갑자기 제일 잘나가는 IT기업이 되다보니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죠.  사실 제가 애플을 좋아하는 주된 이유중 하나가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제일먼저 적용시킨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없었던 때조차 그랬었죠.

저 뉴튼 메시지 패드도 그랬습니다. 너무 앞서 나온 것이 문제였지만요. 그러나 매니아들의 추종은 대단했죠. 누군가가 그 당시에 뉴튼을 들고 나타나면 그야말로 그걸 한번 만져보려고 난리였습니다. 비싸고 크고 배터리지속시간도 얼마안되었지만 말이죠. 그땐 저걸 들고다닐 맛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다 아이폰을 들고다닙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조차 말이죠. 어찌보면 애플빠로서의 생활은 10년전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없을때도 애플때와 같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공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집착했었죠. 넥스트 큐브 같은 결과물이 그런 성향을 보여줍니다. 컴퓨터에 미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싶은 컴퓨터였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가격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던 잡스가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와우~ 그는 마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나오는 예수와 같이 성전에서 새를 팔고 도박을 하던 잡상인들을 꾸짖고 그것들을 모두 쓸어내버리던 것과 같이 애플마크를 달고 있던 성전에서 팔던 호환기종 등 대부분의 제품들을 일소해 버렸죠. (전 진짜 딱 그 부분이 연상되더군요)  애플 팬보이로써 전 넥스트때와 같은 드림 컴퓨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첫번째 작품은 저가형 아이맥이었죠. 후속타인 아이북도 저가기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매니아적인 기질을 잃지 않았죠. 넥스트큐브를 추억하게 하는 큐브도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그런것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죠. 잡스는 그 시기부터 크게 변한것 같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몽상가에서 비지니스맨으로 말이죠. 그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해 혁신은 지속했지만 철저히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일단 성공한 제품의 수명주기를 오래 가져가는 전략을 택했죠. 게다가 제품 구색의 폭도 더 넓히지 않았습니다. 소품종으로 주기를 오래가져가는데도 제품은 잘 팔렸습니다. 게다가 모든 부문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죠. 예전엔 경쟁자들을 봐가면서 타이밍을 맞출줄도 알았는데 이제는 굳이 그럴필요도 못느끼는 모양입니다. 마라톤이나 싸이클 도로 경기에서 고독하게 독주를 이어가는 선두주자처럼 이제 남들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만 지키고 있죠.

애플의 팬들은 이 점이 사실 조금 불만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즘 열리는 미디어이벤트는 마치 식은밥의 뚜껑을 여는 듯한 느낌인거죠. 최근들어 저의 예상보다 빠른 변화는 애플이 마운틴 라이온을 내놓은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어찌보면요 혁신이 없는건 아니랍니다. 전 애플의 제품 전체가 레티나로 이전해가는 것이나 음성명령 인터페이스가 서서히 전면에 나오는 것, 모바일 OS와 데스크탑이 통합되어 가는 것이야 말로 정말 근본적인 혁신이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두가지 변화는 사실 잡스가 생전에 꿈꿔왔던 것이고 30년전부터 추구하던 거죠.

그런데도 왜 저나 다른 분들은 최근 애플의 행보에 식상해있는것 처럼 보일까요 ? 제 스스로도 이 문제를 생각해봤는데요.  의외로 쉽게 대답한다면 디자인 변화가 적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디자인이 한번 결정되면 요즘은 거의 2년 정도 그 디자인을 유지하거든요. 3G/3GS가 그랬고 4와 4S가 그랬으니까요. 그나마 아이패드는 계속 비슷한것을 고수하고 있고 아이맥도 계속 그 디자인을 몇 년째 고수중입니다.

최근의 루머들을 보니 새로운 아이폰5의 디자인은 팬보이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엔 좀 부족해 보입니다 (^^) 애플이 아이팟에서 클릭휠을 장착하고 나왔을때처럼 혁신적인 디자인, 유저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언제쯤 또 이루어질까요 ? 지난 2007년때처럼 애플이 기존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릴만한 기회가 생길까요? 전 지금 애플의 제품 라인업에 없지만 새로 생긴다면 가장 가능성있는 제품이 iOS를 장착한 디지털카메라/캠코더일거라 상상해왔습니다만 이미 삼성과 다른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뭐 애플은 그런 제품을 제일 먼저 내놓는 회사는 아닙니다. 보통 나중에 내놓으면서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이런식으로 천연덕스럽게 말하겠지요.

“카메라엔 카메라에 어울리는 OS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애플제품이 그렇다. 다른 멍청이들이 안드로이드 OS에 앱 몇개만 올려놓은거하고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뭐 이런식이겠죠

전 이번에 삼성에서 갤럭시 카메라를 내놓으면서 ‘Camera. Reborn.’이라고 써놓은 문구를 보고 혼자 한참 웃었습니다. 마치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때 잡스가 ‘Reinvent’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분명 삼성도 그런 뉘앙스로 저 문구를 붙인것 같습니다. 이건 카피캣은 아니지만 웬지 뒷맛이 씁쓸해지는 문구입니다. 거의 처음으로 이런 제품을 내놓으면서 굳이 잡스를 떠올리게 할만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실수라 생각합니다. 삼성도 이제 애플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던 것에서 이제 독립해야할 때입니다. 좋은 제품 출시하면서 비웃음을 살 필요는 없으니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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