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3,4위전 그리고 결승전분석

By | 2012-08-12

완벽했던 3,4위전

지난 포스팅에서 전 한국이 2:0 혹은 3:1로 완승을 거둘거라 예상했었는데 결과는 2:0으로 한국이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죠. 전 첫번째와 두번째 경기와 같이 한국팀이 압박을 통한 미드필드 장악과 패싱으로 일본을 외해시키리라 예상했었는데 홍명보 감독은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한국팀은 전반전에만 3개의 옐로카드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전반 15분까지 힘으로 일본팀을 밀어붙였죠. 일본은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하다가 15분이후 양팀의 간격이 약간 느슨해지자 이내 자신들의 스타일을 찾아가려고 애를 썼고 그 모습이 제가 보기엔 엄청 위험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가다가는 일본팀의 색깔을 찾을것만 같았죠. 그러던즈음 박주영의 첫골이 터져나왔고 경기의 흐름은 다시금 바뀌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든 생각은 딱 두가지, 홍감독이 선수들에게 1)거칠게 할것과 2)미드필드를 거치지말고 길게 갈것을 의도적으로 요구했을거란 점이었죠. 홍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머리속에 들어왔습니다. 구 시대적으로 일본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한 거였죠. 마치 박주영이 뛰던 모나코나 U20대회에서 우리나라가 패했던 가나가 했던 것 처럼 최종수비수와 1:1로 경합을 붙여 거기서 나온 세컨볼을 가지고 공격을 하겠단 심산이었습니다. 일본의 나가이는 경기후 “한국의 뻥축구에 진것이 분하다”라고 했는데 그런 뻥축구를 압도하지 못한 자신들을 더 한심하게 생각했어야 했죠.

홍감독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박주영 때문입니다. 모나코에서도 그런 방식의 공격을 전담했고 공중볼을 경합하며 따내는데 일가견이 있었거든요. 한국팀의 첫골 상황은 마치 모나코에서의 득점을 연상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위에 제가 링크를 건것 처럼 홍명보 감독은 우리 스타일의 축구로 이기기 보다는 일본이 그들의 스타일로 경기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했고 기성용-구자철의 중추신경이 모두 볼키핑력과 배급력이 탁월하다 보니 그런 단순한 공격상황에서도 세컨볼을 따내고 지켜내고 우겨넣는데 일본이 점점 말려들었습니다.

후반전은 거의 농락수준이었고 구자철의 쐐기골이 터지자 승부는 거의 굳어졌죠. 경기전 저는 경기의 향방이 양팀의 공수간격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홍감독 스스로가 공수간격 같은걸 내던지면서 일본의 공수라인을 찢어 놓았습니다. 박주영, 김보경 등의 배후침투 때문에 일본은 라인을 쉽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그때문에 미드필드와 공격라인에서 기어 변속을 하지 못한 데다가 볼이 차단당한후 김영권 같은 최종 수비수가 최전방으로 길게 올려주는 볼을 따라가기 위해 백코트를 해야 하는 일본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죠.  일본은 끝까지 자기 스타일을 찾지 못한 데다가 전술적인 대응책도 없이 끌려다니다가 완패를 당했습니다. 이건 홍명보 감독 노림수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오늘 구자철은 거의 사냥개처럼 뛰어 다녔습니다. 모든 일본 미드필더들을 짜증나게 했죠. 기성용과 박종우는 수비적인 위치에서 평소와 달리 조용히 일본 공격진을 상대했습니다. 전 국대팀에서 제일 걱정스러운 포지션이 김정우가 맡고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였는데 이번 대회에서 박종우와 기성용의 진가를 확인했군요. 중앙수비수와 양풀백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이 정말 기대되는 선수들입니다. 이러다가 월드컵팀의 대권이 홍감독에게로 넘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순회 쇼케이스

이번 올림픽 축구는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면 뉴캐슬을 시작으로 웸블리, 올드트래포드, 카디프시티, 코벤트리까지 보름동안 영국을 순회하면서 국대문제가 해결된 20대초반의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안마당에서 뛰어댕기는 쇼케이스였습니다. 기성용은 볼키핑력과 배급, 슈팅, 제공권까지 갖춘것이 확인되었으니 확실히 몸값이 폭등할 것 같고 박주영도 두 골이나 모두 멋있게  터뜨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알렸으니 이제 입질이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운석영한테는 맨시티가 입질한다는 루머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박종우가 더 성장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의외로 제 기대치를 벗어난 선수가 백성동이었는데 이 친구도 계속 눈여겨볼만한 선수입니다. 일명 ‘게임 체인저’가 아닐까 싶은데 이번엔 좀 약했져 ^^

 

이변의 결승전

멕시코가 브라질에 2:1의 승리를 거두고 마지막 경기에서 최대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브라질은 선수 개개인은 훌륭했지만 지난 준결승전에서도 드러났듯 안드로메다에서 온 팀은 아니란 생각이었는데 결국 멕시코가 그걸 한번 깨주었네요. 경기를 보니 멕시코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멕시코 역시 브라질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데 주력했고 상대방을 정말 귀찮게 압박했습니다.

브라질은 팀 레벨에서는 아직도 더 다듬어야 할 것이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이번 올림픽팀은 실질적인 성인대표팀 수준입니다. 몇몇 선수만 갈아끼우면 그대로 성인대표팀이 되죠. 전 개인적으로 브라질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게 마음에 듭니다. 결승전이 끝나고나니 이번 대회는 B조가 진짜 죽음의 조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A조 1,2위로 올라온 팀들을 전멸시켰고 각각 C조 1위팀과 D조 1위팀을 잡아냈으니 말이죠. 정말 재미있었던 올림픽축구였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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