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복귀는 대단한 뉴스 거리였지만 그것으로 애플이 살아날 거란 희망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잡스는 여러 이유로 라이벌들에게 견제 받지 않았다. 일단 닷컴버블이 시작된 시기여서 너도 나도 서부 개척시대의 금맥을 찾는 사람들처럼 닷컴버블에 집중하느라 애플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잡스는 제품 라인업 대부분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정리라기 보다는 거의 쓰레기를 버리는 느낌이었다) 애플 마크를 단 프린터들을 없애버렸고 멋대가리 없는 호환기종 정책을 철폐했고(이 결정엔 나도 환호했다) 많은 종류의 데스크탑과 노트북 라인을 일소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아직도 애플팬들에게 사랑받는 뉴튼도 들어있었다. 이쯤되자 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애플이 팔 수 있는 제품이 몇 개나 남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 즈음 iMac이 나왔다. iMac 하나로 애플의 재무상태가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컴퓨터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애플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교해보자. MS가 119억 달러로 약간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이 매출의 91%가 윈도우즈와 오피스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데스크탑 컴퓨터의 매출비중이 높았다. 호환기종 정책때문에 가장 위기이던 이 시기에 오히려 애플의 PC시장점유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잡스의 복귀이후 정리가 시작되자 98년 애플의 매출은 급감했고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급성장한다. 거의 2.5배로 양사의 매출액 차이가 나고있다
 
99년 애플의 매출은 약간씩 올라가고 있지만 iMac이 숫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고 다만 근근히 먹여살려줄 버팀목 역할만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2000년들어 애플은 97년 매출수준을 처음으로 넘어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7년에 비해 이미 두배나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닷컴버블 시기에 윈도우즈 2000 서버와 새로운 버전의 SQL Server 등 서버 제품군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그들은 처음으로 서버제품군을 독립시켰고 이들은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한다.(매출의 18%)  데스크탑으로만 끌고가던 애플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iMac의 자매품같이 보이는 iBook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까닭이다. 그때까지의 포터블 맥은 거의 고가제품 위주였지만 잡스의 두번째 i시리즈인 iBook이 저가시장에 나옴으로써 애플의 양대축이 형성되었다. 게다가 모랜 숙원이던 OS X가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잡스의 노림수중 상당수가 신통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야심작인 G4와 큐브가 그랬고 이외의 제품들도 그러했다.
 
2001년은 매출로만 따지면 최근 5년간 최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대대적인 제품라인업 정리를 모두 마치고 이제 알짜들만 남아서 새로 시작하는 해였다. 데스크탑과 포터블의 비율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은 거의 절정에 달한 모습이다. 서버제품군은 확실히 교두보를 구축했다.
 
2001년은 사실 이 두 회사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된 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에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윈도우즈와 오피스에 편중된 지금의 구조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었고 여러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며 오랜세월동안 준비한 끝에 두대의 전함을 더 띄울 수 있었다.
 
그 두대의 전함중 첫번째는 서버요, 두번째는 X-Box다. X-Box를 제외한 전함 3대의 출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지만 x-box는 컨수머 시장의 직접 공략을 위한 MS의 노림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창사이래 최고로 잘나가는 회사가 되어 있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 그들은 반독점 소송에도 불구 85%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몰아냈고 윈도우즈 98, Me 버전의 실패이후 삼수끝에 등장한 Windows XP는 역대 최고버전이라는 수식어를 들을만 했다. 이 기세를 몰아 콘솔게임 시장에까지 진출했으니 그 시기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거의 악의 제국이라 불릴만했다. 그들 자신을 제외한 거의 모든 IT공룡들이 그들의 라이벌이었다. 이렇게 바쁘다보니 MS는 애플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사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애플의 노림수는 사실 모두의 무관심속에서 전격적으로 발표된다.
 
아이팟이 그것이다. 아이팟은 최초의 MP3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아이팟의 발표를 보면서 난 비로소 잡스가 예전 내가알던 그 잡스가 아님을 알았다. 그는 최초만 고집하던 몽상가에서 비즈니스맨으로 탈바꿈 해서 돌아왔던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히트상품 퍼레이드에서도 잡스는 결코 시대를 몇 걸음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 시대에 가장 맞을만한 상품을 골라 가장 최상의 형태로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1년 아이팟과 함께 아이튠즈가 소개되었고 드디어 Mac OS X 치타버전이 나온다. 애플에게는 제품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된 해였다.
 
2002년 애플은 iPod-포터블-데스크탑맥 3개 제품군이, 마이크로소프트는 4개의 전함이 각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애플의 매출은 회복세에 접어들고 MS는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사실 애플이 iMac 이후 차기작을 MP3 플레이어로 선택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애플과 같은 컨수머 IT기업에게 있어 공략해야할 대상은 PC나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따위였기에 모든 사람들이 정비를 끝낸 애플이 다시금 주변기기나 소프트웨어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애플은 델이나 컴팩, HP,마이크로소프트 등 IT의 공룡들이 건드리지 않고 있었던 부분을 공략하기로 결정한다. 전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여겨졌던 소니의 워크맨을 밀어내기로 한 것이었다. 오디오와 음악시장 말이다. 이로써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음악과 오디오시장이 컨수머 IT시장에 들어온다. 컨수머시장은 이런식으로 영역을 계속 확장하게 된다.
 
애플의 의사결정은 의외였지만 그 기습작전은 완벽한 결과를 가져왔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단언하건데 애플이 아이팟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 시장은 군소업체들의 플레이어들이 1-2GB의 용량으로 격전을 펼치면서 소니의 워크맨과 아웅다웅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플이 그 전쟁에 참가하면서 다른 모든 거인들을 깨웠다.
 
애플은 iMac, iBook, iPod의 세가지 무기를 가지게 되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고전했고 특히 온라인 서비스분야에서 그랬다. 이시기에 나온 닷맥은 모바일미의 전신으로 (잡스 스스로가 인정했듯) 정말 참담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2001년을 기점으로 애플은 확실히 살아난다
 
2003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가 문을 열었고 사파리와 iLife가 발표된다. 그리고 그들의 매출 포트폴리오도 아주 다양해 지기시작한다. 애플은 2001년이전까지 기존 제품을을 깡그리 정리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마이크로소프트 앞에 이미 죽은줄로 생각했던 애플이 심상찮은 기세로 서있게 되자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그 움직임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2004년이 되자 애플은 새로운 아이맥과 아이팟 시리즈로 차곡차곡 성공을 거두며 그동안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데스크탑 맥이 30%이하로 떨어진다. 애플의 매출은 이제 계속 모바일과 포터블 기기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듬해 CES에서 한국이 아이리버와 손잡고 빌게이츠가 직접 H10을 시연한다. 그 동안 메모리기반의 플레이어만 만들던 아이리버는 하드디스크기반의 H10으로 MS와 연합해 애플과 정면으로 승부하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애플은 메모리기반의 아이팟 나노를 발표하며 오히려 아이리버에 역공을 가해 이들을 거의 빈사상태에 빠뜨려버린다.
 
2005년 애플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팟이 되었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스토어도 8%의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맥은 데스크탑과 포터블을 합쳐 이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년도 82억불의 매출은 139억불로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다
 
물론 아이팟 나노 출시의 영향이 컸다
 
애플은 2005년 iWorks를 출시하면서 오피스웨어 시장에도 다시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못말릴 수준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2006년엔 인텔 맥으로의 이주가 시작된다. 이제 아이팟은 애플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몇년전 애플에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리버 대신 직접 칼을 빼들고 나왔다.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즈 모바일과 Zune으로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이전보다도 더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OS와 Zune은 그야말로 괴멸당했다.
 
그 해…2007년은 정말 IT산업에 있어 역사적인 획이 그어진 해였다. 아이폰이 나오고 나자 사람들은 그 동안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권력과 횡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기존의 시장 구도가 모두 깨지게 되었고 별개의 시장이던 통신 단말기 시장이 컨수머 IT시장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잡스가 돌아온 후 10년. 애플은 새롭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그리고 10년만에 애플이 구상하던대로 기존 IT 거인들을 상대하기 위한 대규모 편대가 완성되어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간 경쟁자들은 아무도 애플의 이러한 의도를 눈치채지 못해왔지만 이제 바야흐로 애플이 구성한 거대한 편대의 시너지가 발휘되려는 순간이었다
 
그 큰 구도는 크게 다섯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서로 연계성을 가지는 모바일-데스크탑 OS가 그 중심, 초보사용자와 프로사용자 오피스웨어, 웹 플랫폼 등을 망라하는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생태계, 맥과 아이파스 아이폰, 미디어에 걸친 하드웨어 제품군, 클라우드와 게임, 메일, 사진공유 등 서비스 제품군, 음악과 책, 팟캐스트, 드라마, 영화 등을 묶은 컨텐츠 제품군의 다섯 영역으로 말이다
 
그들은 OS를 중심축에 두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텐츠와 서비스를 모두 하나로 묶어내는 장대한 스케일의 작업이었다. 아무도 이러한 거대한 체인을 완성한 경쟁자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조차 말이다.
 
특이한 것은 이것이 그저 제품군으로 끝나지 않고 개발자-공급자-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로 설계되었다는 것인데 이것이 결정적인 강점이었다. 애플의 거대생태계는 유기체같아서 이 유기체가 자가복제를 하면서 점차 발전해가고 있었다. 이것은 그저 일방향의 제품군만을 가진 경쟁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종류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사실 반대편에 서있는 구글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IT 이데올로기 전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OS따위는 필요없으며 WEB에만 접근할 수 있으면 지금까지 누려왔던 컴퓨팅 경험이 모두 WEB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어찌보면 기존 세상에 살고있던 사람들이 보기엔 사이비종교의 냄새가 나는- 구글의 설파는 점차 크롬 브라우저나 OS로 구체화 되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겐 근본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후에 이데올로기 전쟁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애플은 이데올로기에 더해 전쟁판에 ‘생태계’라는 새로운 단어를 던져넣었다. End-to-End 솔루션을 갖춘자만이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 전쟁은 참가자들을 크게 제한시켰다. 지금으로선 이 전쟁에 뛰어들 자격을 갖춘 선수가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 정도밖에는 없으며 이들 셋도 각자 약점을 지니고 있기에 현재 그 부분에 대한 치열한 보강이 진행되는 중이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을 보라)
 
어쨋든 2007년은 IT산업의 기존 판도를 흔드는 혁명적인 한해였다. 애플의 매출은 240억불로 수직상승했고
 
아이폰효과가 나타난 2008년엔 아이폰이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맥은 전부합쳐 38%정도였고 그나마도 계속 줄어드는 중이었다. 이 시기에 모바일미 서비스와 맥북에어가 출시되었고 374억불의 매출로 거침없이 내닫는다
 
2009년엔 아이폰의 매출비중이 가장 커진다. 몇 년 사이 애플의 대표상품은 정말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이제 맥은 다 합쳐 32%이고 아이팟도 여전히 19%다
 
2010년 또 한번 센세이셔널한 제품이 발표되었다. 바로 아이패드였다. 이 해에 애플은 652억불의 매출로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간 매출을 추월했고 아이패드는 거의 모든 경쟁제품들을 괴멸시켰다
 
이제 애플의 성장은 너무 빨라서 경쟁자이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IBM, HP 등을 넘어 IT업계의 제 1인자가 되는 것이 시간문제로 보였다. 2011년엔 천억불의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글을 쓴 시점이 2011년 9월이었던 것을 상기하시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4-5년전에는 아예 없던 제품들이 매출의 62%를 점하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까지 경쟁자들을 철저히 뿌리치며 ‘악의 축’으로 전 세계 IT업계를 선도하였지만 그 해를 기점으로 애플에게 주도권을 넘기며 거의 10년동안 추격자로 남아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것이 아니었다. 구글이 있지 않은가. 구글이 가진 원대한 계획은 이들 두 경쟁자들에게는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