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색깔

공수간격을 유지하며 압박하는 전술은 예전 청소년대회 시절과 같았다. 홍명보 감독이 조련한 선수들은 마치 청소년 선수들같이 일사분란했고 독일 축구가 90년 이탈리아에서 우승했던 방식대로 어디서나 숫자적인 우위를 점하고 세컨볼을 따냈다. 그랬기에 결과는 승리로 끝났어야 했는데 결과는 0:0 무승부.

멕시코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한국팀의 악박에 적잖게 당황했으리라 생각된다. 전반전엔 제대로된 슈팅조차 거의 못했으니 말이다.  후반전 도스 산토스가 투입되면서 전반전부터 많이 뛴 선수들이 혹시라도 한 두번 그를 놓치게 된다면 댓가를 치르게 될 터였지만 다행히 산토스에게 연결된 기회는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팀은 팀 전체로 보면 공수간격조절과 압박, 세컨볼을 따내려는 움직임, 수비로 전환할때 전방위적인 1차 압박, 커버플레이,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 등 전체적으로 홍감독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었으나 최전방 라인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였던 김보경-남태희 양쪽 윙으로 말미암아 중앙에서 좌우로 벌려주고 뒤에서 쫓아들어오는 윙백들이 정신없이 중앙으로 빠른 크로스를 때려대는 상황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 단연 돋보였다. 일단 키핑력을 가진 미드필더를 가진데 대해 향후 몇 년간 한국축구는 안심해도 될듯 하다. 그는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했고 중거리 패스가 정확하고 빨랐다. 게다가 유효슈팅으로 이어진 빨랫줄같은 슈팅, 날카로운 코너킥 등은 그가 사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주영은 사실 제 역할을 거의 다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길게 띄워준 롱볼을 거의 헤딩으로 떨구어 냈는데 이걸 자철-태희-보경 중 한명이 결정적으로 연결을 해주는 역할을 해야했지만 마지막 볼처리 등이 불안했다. 홍감독의 첫번째 교체카드는 그래서 윙어중 한명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결국 한방이 있는 김보경보다는 남태희가 더 적당할 것으로 보였다. 들어갈 선수는 측면을 무너뜨릴 능력이 있는 백성동이 적합해 보였다. 홍감독은 첫번째 카드를 예상한 대로 백성동을 꺼내들었지만 교체대상은 의외로 박주영이었다.

사실 이때 2명을 모두 바꾸어도 될뻔했다. 박주영이 교체되어 나온다는 것은 결국 지동원의 투입이 임박함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그의 투입이 너무 늦었고 그 사이 문전앞에서는 구자철이 결정적인 헤딩을 놓치고 있었다. 어쨋든 컨디션 상으로는 이겼어야 할 경기를 비겼고 나머지 스위스, 가봉이란 팀은 만만치 않기에 B조는 대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따가 경기를 봐야겠지만 스위스가 성인대표팀과 팀컬러가 비슷하다면 1:0, 0:0 경기가 속출하겠고 이렇게 된다면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다득점 승부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물론 이번 스위스팀은 좀 다르다는 얘길 듣긴했지만…그 나라의 색깔이 어디가냐?)

그건그렇고 D조에서 일본이 스페인을 1:0 격침시킨건 진짜 사건이다. 스페인이 그렇다고 탈락하진 않겠지만 일본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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