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오늘자로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했습니다.  가끔 경기를 보면서 박지성의 선수로서의 축구인생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몇 번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나이 31세를 감안한다면 그가 맨유에서 버틸 수 있는 날은 저 역시 오래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존 오셔, 웨스 브라운 등이 작년 시즌 팀을 떠났고 맨유 유스 출신의 프렌차이즈 스타가 아니라면 직전시즌 출전기회가 줄어든 박지성에게도 그런 날이 야금야금 다가오는구나라는 생각말이죠.

그래도 몇 년은 더 맨유에 있을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런 뒤에 33세쯤 친정팀인 PSV나 교토 퍼플상가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정서적으로는 교토보다는 PSV에서 은퇴하는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맨유에서 은퇴할때까지 머무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노릇이군요. 폴 스콜스나 라이언 긱스 정도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작년 시즌 개막전을 보면서 ‘퍼거슨 영감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방에서 열린 챔스리그 결승에서 바르샤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채 패퇴한 뒤로 퍼거슨 감독의 결심이 서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실 그 직전까지의 맨유는 긱스-박지성-에르난데스-루니의 사각편대에 발렌시아를 더한 공격진으로 결승까지 기분좋게 올라왔고 그 보다 더 좋을수는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결승에서 바르샤에 패하고 난 뒤 3개월 후 열린 개막전에서 그때 결승전 선발멤버에서 8명이나 교체된 것을 보고 ‘젊은 맨유’로의 탈바꿈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때부터 장기적인 개편계획내에 박지성이 빠져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그 때부터 EPL 보기가 불만족스러웠죠. 친구들과는 ‘차라리 출전기회를 보장받게 중위권 팀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토트넘이나 빌라같은 전통의 중상위권 팀보다는 조금 아래에 있는 10위 언저리의 진짜 중위권팀들 말이죠. 그래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란 말을 들었을 때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프리게 되더군요. 맨유 등 빅 4 클럽이나 중상위 팀들의 먹잇감같은 팀에서 활약하는 것은 원치 않았거든요. 패하는 장면이나 맨시티같은 팀들에게 (기분대로 표현하자면) 발리는 꼴을 보고 있다가는 복장이 터질것 같아서요. (축구란게 박지성 혼자만 잘해서 되는게 아니니까요) 박주영이 모나코에 있을 때 언제나 경기를 볼때 그런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그러나 어쨋든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박지성도 QPR의 비전을 보고 옮겨갈 결심을 했다고 하니 저도 박지성의 안목을 믿어봐야겠습니다. 사실 지난 시즌의 QPR는 강등권에 가까운 팀이었지만 만만찮은 전력을 보여줬었거든요.  조이 바튼이나 지브릴 시세같은 인물들은 좀 못 마땅해 보이지만 계속 열려있는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몇 몇 준척들을 낚아 올린다면 기대할만 하겠습니다. 기성용도 계속 QPR과 연결되어 있는것 같은데요.  그 친구까지 들어온다면 더 볼만하겠습니다.

박지성은 이제 축구선수로서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선수 이후를 설계해야할 시점입니다. 최근 오프 시즌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는 확실히 대한민국 대표로서의 박지성을 넘어서는 스케일이었는데요. 그는 한국 선수이지만 그를 초월해 아시아 전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선수로서 더 많은 연봉을 벌어들이고 다른 돈벌이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지만 팬들이 그를 지지해야할 명분을 잃지 않도록 공인으로서의 행보에도 신중한 모습이며 이건 참 보기좋습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하든 그걸 계속 지지할 겁니다. 그는 지지받아 마땅한 행보를 보여주니까말이죠.

사진출처 : 퀸즈 파크 레인저스 홈페이지

P.S – 그의 등번호는 결정되지 않은것 같다. 7번이나 9번같은 인기번호(?)보다는 13번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위엄을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로 13번은 트레오레가 달고있어서 그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P.S 2 – 악동 조이 바튼의 주장직 박탈에 따라 박지성의 주장 완장에 대해 설왕설레다. 난 결론적으로 반대다. 이적하면서 주장완장을 차는 것도 부담이고, 안좋은 일로 공석이 되어 버린 주장직을 맡는 그림도 그렇고, 바튼과의 관계도 우스워질 수 있고 말이다. 꼭 주장일필요는 없지 않은가 ? 주장 완장은 고참보다는 팀내의 군기반장급들이 차고 다니는 것이 더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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