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rfare ②-1 다섯 전쟁의 승리자들

By | 2012-06-27

Chapter 3. Enterprise War  다섯 전쟁의 승리자들

90년대 중반 WEB이 몰고온 인터넷 붐과 90년대말 닷컴버블을 거치면서 개인 사용자들은 각자의 집에 모두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장만하게 되었고, 이 때 본격적으로 컨슈머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맥 반대쪽의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성장을 넘어서 성숙기로 가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었다. 이 전쟁통에 수많은 IT기업이 사라져갔다. 많은 분야에서 매일매일이 전투의 연속이었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엔터프라이즈 전쟁은 다섯개로 요약될 수 있겠고 오늘날 이 전쟁의 승리자들은 거의 다 가려졌다.

첫번째 전쟁은 데이타베이스 분야에서였다. 오라클은 90년대 중반에 벌어진 대회전에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시작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했다. 1993년 이전까지 메인프레임으로 대표되는 컴퓨팅 환경과 그에 탑재된 DB2가 절대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유닉스 시장과 갓 태동한 윈도우즈NT 환경에서 오라클은 사이베이스, 인포믹스와 함께 고만고만한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나마 오라클이 가장 열세에 놓여있었다.
메인프레임 시대가 저물고 유닉스와 윈도우즈 서버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94년을 즈음해 오라클에게 호재가 생긴다. 사이베이스DB가 MS에 매각되어 향후 제대로 된 SQL Server가 나올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인포믹스와의 소송전에서 승리해 의외로 쉽게 트로이카 체제가 정리되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IBM은 DB2를 유닉스와 윈도우즈 시장에 깊숙히 침투시키지도 못하는 바람에 오라클은 갑자기 1인자의 자리에 올라버렸다

오라클은 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MS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많은 SQL Server 6를 7으로 개선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고 인포믹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IBM이 인수하는 바람에 2000년 직전까지 시장을 공고하게 다지기만 하면 되었고 이 작업을 착실히 잘했다
결국 90년대말 선두를 점한 이래 오라클은 점유율을 강화하며 오늘날 절대적인 아성을 구축했다. 대략 5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말이다.
닷컴기업과 오픈소스의 성장으로 몇 년전까지 매출액이 아닌 Install Base로 한다면 MySQL이 1위였지만 이젠 그마저도 오라클이 인수하면서 그들의 독점적 지위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래리 엘리슨에게는 확고하게 교두보를 차지한 MS가 눈앳가시겠으나 이정도의 경쟁자도 없다면 오라클의 횡포는 지금보다 더했으리라 생각된다.
데이타베이스 전쟁을 요약해보자. 전통의 라이벌인 사이베이스와 인포믹스는 사실 이런 저런 이유로 너무 쉽게 나가떨어졌고 데이타베이스 시장은 50%의 시장점유율을 육박하는 오라클의 독무대가 되었다. 이 시장은 6백억 달러 정도의 규모인데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오라클 역시 성장동력을 찾아야 했고 그렇다고 산맥을 넘어 컨슈머 시장에 진입할 생각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오라클로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다. 그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SAP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오면서 M&A를 통해 ERP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사실 규모는 크지만 여기에서는 소개되지 않는 IT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라클은 이에 머물지 않고 Sun의 인수를 통해 서버시장도 조심스레 노크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녹록치 않은 주자들이 버티고 있다. 사실 오라클의 가장 큰 음모는 90년대 중반 네트워크 컴퓨터 개념을 제창할 때 비롯되었다. 야심찼던 이 계획은 MS에 의해 완벽하게 저지되었다. 뒷끝많은 사람인 래리 엘리슨이 MS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어쨋든 엔터프라이즈 다섯 전쟁의 승리자들은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혁혁한 승리를 거두었고 그들의 다음 창끝은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 어딘가로 향해있다. 오라클은 2차 엔터프라이즈 전쟁 초기 NC로 컴퓨팅 이데올로기 자체를 바꾸려 했지만 MS에 의해 반란은 진압되었다.  최근에는 아이테니엄 프로세스를 가지고 HP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두번째 엔터프라이즈 전쟁은 서버부문으로 이 전쟁터의 양상은 데이타베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누구 하나가 혼자서 독식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일단 이들은 닷컴 버블 시대에 각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서버시장은 버블 붕괴와 함께 시장 규모가 8%나 감소하였다. 2002년말 서버시장은 IBM이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HP와 통합된 컴팩이 2위를, Sun이 3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윈도우 서버 시장에서 걸음마를 떼던 델은 큰 차이로 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0년말의 상황을 보자. 일단 Sun과 Compaq이라는 버블이 없어져 버렸고 HP와 IBM이 크게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저가 윈도우 서버로 추격을 시작한 델이 3위를 확고히 지키는 2강 1약 체제가 거의 굳어져가고 있다.
한창 상황이 좋을때는 삼성도 서버를 팔았지만 이제는 이들 세 회사가 500억달러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델이 유닉스 시장에 욕심을 크게 내지 않는 이상 이 체제는 당분간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Sun을 인수한 오라클은 Sun이 한창 잘 나갔을때의 점유율로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 서버시장은 IT의 이데올로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듯 하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서버기반의 컴퓨팅과 클라우드가 더 발전해야 할 것인데 이는 일단 희망적이기는 하다.
서버시장의 세 승리자들 중 델을 제외한 IBM과 HP는 확고한 IT서비스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IBM은 메인프레임을 팔아먹는 회사에서 서비스회사로의 탈바꿈을 완료했으며 HP역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델은 한때 PC부분과 서버시장에서 HP를 가장 압박하는 회사였고 직접 판매방식이 위력을 발휘할때 정말 HP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고 HP가 그에 대한 정비를 끝낼때까지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해 스스로 위기에 빠져 이제 간신히 회복하는 중이다.
네트워크 시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스코의 독무대 같이 보인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음에도 오래동안 왕좌를 굳건히 다졌던 중량급 복서 마빈 헤글러 같이 그들은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분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폭발하기 직전 네트워크 시장 역시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베이 네트웍은 스위치와 허브로 이름난 회사였고 3Com은 랜카드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시스코는 라우터가 유명했다. 인터넷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자 가장 많은 수요가 터진것은 라우터였다. 이시기의 시스코는 정말 신바람나게 라우터들을 팔아제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전 부문에 걸쳐 영향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베이 네트웍스와 3Com의 성장은 정체되었고 이들은 각각 노텔과 HP가 인수해 버렸다. 랜카드는 이제 따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메인보드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값싼 기기가 되었고 스위치와 허브는 시스코가 발빠르게 따라잡았다.
경쟁자들을 인수한 노텔과 HP는 사실 시스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후발주자들이 더 개념있는 경쟁자였는데 시스코 라우터의 오랜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주니퍼 등이 그들이었다.
그러나 시스코는 후발주자들을 효과적으로 진압했을 뿐 아니라 IP텔레포니에까지 손을 뻗쳐 교환기등 전통적인 통신시장의 강자였던 Avaya까지 물리치고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
내 생각에 시스코는 정상적인 대결에서 가장 뚜렷한 완승을 거둔 연전연승의 무결점 타자인것 같다. 그들의 행보는 빠르고 효과적이었으며 거의 대부분의 경쟁자들을 모두 구석으로 밀어내버렸다. 사실 이제 시스코와 정면 대결할 회사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물론 이들에게도 성장해야 할 사명감이 있는데 이들 역시 산맥을 넘어 컨슈머 마켓으로 전진하기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아이템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결국 그들도 만만해 보이는 서버시장을 노크하고있으며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스토리지는 다른 네개의 엔터프라이즈 전쟁터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름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의미는 크다. 내가 IT기획자이자 컨설턴트이던 시절 난 새롭게 구성되는 백오피스를 설계할때 언제나 전체 예산의 50%정도를 스토리지에 배분하면서 시작했다. 이부분에 있어 작은 회사인 EMC가 골리앗들을 상대하면서 보여준 승리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보통 서버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스토리지를 같이 취급하려 한다. 언제나 바늘과 실처럼 같이 공급되니 말이다. 그래서 서버회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스토리지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EMC가 가진 25.6%의 시장점유율은 다른 전쟁에서 승리자들이 거둔 점유율에 비해 낮은 것이었지만 EMC가 전문기업으로서 서버시장의 골리앗들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것을 고려할때 매우 큰 것이었고 실제로 2위인 IBM과는 두 배 정도의 격차로 이 시장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다고 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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