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에 나온 이탈리아가 첫 게임 스페인전을 치루고나자 다들 ‘역시 이탈리아’라고 입을 모았다. 나 역시 ‘이탈리아는 이탈리아구나’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어쨋든 최전방에서 수많은 기회를 날려먹은 악동 발로텔리는 언론과 팬들의 뭇매를 맞을만했다. 오늘 아침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도 발로텔리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오죽하면 어떤이는 오프사이드의 황제 필리포 인자기를 그리워했을까 ?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단 한 선수 만큼은 누구에게나 칭송받았다. 안드레아 피를로가 바로 그 선수 아닌가.  그의 플레이는 밀란에서도 대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혼자 팀 전체를 끌고 4강까지 올라왔다.

2010년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는데 그땐 피를로가 거의 정상이 아니었다. 유로 2008에서 이탈리아는 예선에서 네덜란드에 3:0으로 털렸지만 8강에 올라 스페인에 승부차기에서 졌다. 이탈리아의 성적은 승부차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때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눌렀더라면 준결승에서 히딩크의 러시아도 꺾었을지도 모른다. 유로 2000에서는 네덜란드를 승부차기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2006월드컵에선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지 않았던가. 그리고 최근 8년간 정상적인 이탈리아 팀엔 언제나 피를로가 있었다.

잉글랜드는 각자의 명함을 보자면 이탈리아에 꿀릴것이 전혀 없었다. 루니,웰벡,제라드,콜, 영, 밀너, 파커 등등 말이다. 잉글랜드가 초반 10여분간 힘을 내긴했지만 이탈리아의 중추신경인 피를로를 축으로 후방의 데로시와 전방의 몬톨리보 라인이 중추신경에 연결되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곧바로 수세로 몰렸다. 두고두고 통탄스러울만한 발로텔리-카사노의 공격라인만 집중력이 높았더라면 거의 완승을 거둘뻔한 경기였다. 특히 이날은 몬톨리보가 제역할을 해주면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수비수를 감쪽같이 따돌리는 몇 번의 스루패스, 칩샷이 전방에 투입되자 잉글랜드 수비진은 몬톨리보의 침투가 당혹스러워졌고 자연스레 가장 큰 경계대상인 피를로가 헐거워지면서 화를 자초했다.

어쨋든 잉글랜드는 떨어질만 했다. 이탈리아는 메이저 대회에 나서면서 언제나 최상이라는 소리를 들은적이 거의 없었다. 2006년 월드컵 우승당시에도 말이다. 1982년 스페인에서 우승할때도 그들은 우승후보가 아니었고 골을 예상치 못하던 로시가 몰아넣지 않았던가. 이탈리아는 알 수 없는 팀이다. 그들의 다음상대는 한창 물이 오른 독일이다. 잠시 2006년으로 돌아가보자.  난 그때의 독일팀이 지금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생각한다. 그런 독일을 이탈리아가 준결승에서 2:0으로 격침시킨 기억이 있다.  이번 준결승전도 그때의 예상과 다르지 않다. 독일의 전력이 더 우세해 보이고 이탈리아는 내놓을만한 카드란게 별로 없는 형국이 말이다. 만약 이탈리아가 독일을 꺾는다면 저쪽에서 올라올지도 모를 스페인에게는 좀 부담스런 경기가 되겠다.

P.S- 어쨋든 이번 유로 2012는 최근 10여년간 가장 재미없는 대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대회만 하더라도 미칠듯한 터키와 러시아가 강팀을 재물삼아 4강까지 진출하던 장면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그리고 2004년엔 경악스럽게도 그리스가 우승하는 것도 보았는데…이번 대회는 그저 너무 객관적 전력대로 흘러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니뭐니해도 유로 2000이 가장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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