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rfare ① 두개의 전장

By | 2012-06-25

IT Warfare는 1997년 이후 지금까지 15년간의 IT역사를 전쟁에 빗대서 기술한 것이다. 이는 2011년 엔트리브 게임 컨퍼런스때 발표되었는데 애당초 이것을 발표한 목적은 청중들에게 지난 15년간의 IT의 역사를 발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은 직전 3개월간 나와 함께 컨퍼런스를 준비했던 엔트리브 30여명의 프리젠터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수업과도 같았다.  ‘역사를 가르치는 것과 같이 서사시 플롯을 가진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고나 할까 ?  블로그를 통해 이 수업의 내용을 모두 올려보리라 다짐은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시간이 약간 생겨 시리즈로 올려본다.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 자주 들어가므로 아마 내용은 볼품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그게 지금까지 공개를 못하고 꺼려온 이유이기도 했다.

Chapter 1. 게임의 룰 Osmos

아이폰/아이패드에 Osmos란 게임이 있다. 난 이걸 매우 좋아한다. 터치 인터페이스의 특성을 아주 잘 살린 박진감 넘치고 미려하며 게임성과 중독성마저 갖춘 3박자를 가진 게임으로 말이다. 종종 난 이 게임의 룰이 현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룰은 간단하다. 나에게 주어진 저 버블같은 유기체를 움직여서 나보다 작은 버블들을 흡수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 가장 커지는 것이다. M&A로 계속 몸집을 키우는 IT업계의 공룡들과 참 닮아 있지 않은가 ?  게임은 콩알보다 작은 버블에서 시작한다. (사실 프레젠테이션에선 Osmos의 게임플레이 화면이 1분여간 이어진다)

다른 산업도 그러했지만 IT업계는 더욱 그랬다. Osmos처럼 그들 역시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각지를 떠돌며 괜찮아 보이는 버블들을 먹어치우며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여기 보이는 버블들 중 지금은 없어진 버블이 몇 개나 있는지 보라.

HP만해도 그렇다. 그들은 1997년이후 80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그 중엔 컴팩 (2002, 25B$), 머큐리(2006, 4.5B), EDS (2008, 13.9B$), 3Com, Palm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작년(2011)엔 Autonomy를 무려 110억달러에 인수했다.

HP 뿐만 아니라 오라클, IBM, CISCO 등 내로라하는 IT공룡들이 수십개씩의 유망업체들을 인수해가며 덩치를 키워왔고 또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누구도 IT판에서 가장 크고 주목받고 있는 버블 3개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Osmos란 게임에선 큰 축에 속하는 버블이란 의미없다. 가장 큰 버블이라야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IT업계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큰 것 같은데도 불안해 하는것 같다. 특히 MS-구글-애플을 제외한 버블들이 그렇다.  앞으로 할 얘기는 저 세 개의 버블을 중심으로 향후 IT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하는 것을 나름대로 예측해 보는 이른바 IT시대의 천하 삼분론이다.

 

Chapter 2. 두개의 전장

최근 IT전쟁의 양상을 보면 전장의 구분이 없는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크게 두개의 전장으로 나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천하 삼분론의 바탕에 깔린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개의 전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현 세대의 가장 큰 3개의 버블중 MS는 다른 두개의 버블과 그 근본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기업내에서 IT가 유용한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70년대로 돌아가 보자. 애플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전까지 컴퓨터는 개인이 사기 너무 어려웠고 시장의 고객은 거의 모두가 기업이었다.

즉, 태초에는 IT시장의 고객들이 모두 기업이었고 이를 엔터프라인즈 마켓으로 정의한다.

그러던 중 ‘개인용 컴퓨터’란 용어가 생겨나고 개인이 컴퓨터와 주변기기,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컨슈머 마켓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들 두개의 시장은 점차 그 특성이 명확히 갈리면서 마치 산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고착되게 되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와 최종 소비자가 필요로하는 IT가 달랐던 탓이다.

다시 정의하자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고객은 기업이요 컨슈머시장의 고객은 개인이다. 나는 오래동안 기업의 IT 기획자였다. 다시 말하면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의 구성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두 파트는 서로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른다. 그리고 성격조차 다르다.

일단 양쪽 시장에서 취급되는 상품이 달랐다. 스토리지나 서버, 데이타베이스, 네트워크 등 기업의 IT인프라를 구성하는 백오피스와 수백대의 PC와 OS, 오피스웨어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일반 PC사용자가 알리가 없었다.(알 필요도 없었다)  회사에 다니며 그 회사가 제공한 PC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들이 엔터프라이즈 IT 구성원이라고 할 수 없다. 백오피스를 알고 있는 나와 같은 소수의 IT기획자들이 엔터프라이즈 IT의 구성원이었던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IT에 속한 구성원들은 의사결정에 대체적으로 신중하고 보수적이다. 신기술을 함부로 도입하기 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 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신기술에 비교적 쉽게 적용한다. 갑자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유행한다고? 개인은 그저 당장 사용해볼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 IT담당자들이라면 이에 대해 좀 더 신중하다.

바다에 면해있는것 처럼 보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상대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든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컨슈머 시장은 음악과 통신, 서적, TV 등을 포괄해 나가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있는 플레이어가 보기엔 성장하고 있는 컨슈머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성장이 엔터프라이즈와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예를들어 컨슈머 시장의 대표주자 애플은 개인들에게  iCloud 서비스를 위해 얼마전 새로운 데이타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했다. 그리고 서비스를 위해 서버와 솔루션 각종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했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10억달러의 설비투자가 이루어졌고 HP, MS, Amazon의 제품들로 가득 채워졌다고 한다. 애플은 컨슈머 시장의 공급자이기도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공급자들의 고객이기도 하다.  그러니 새로운 서비스 경쟁이 컨슈머 시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엔터프라이즈 공급자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자신들의 서버를 이용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애플의 모습을 보고 배가 아프긴 할 것이지만 말이다.

IT시장이 사실 딱 이 두개의 구도로 양분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엔 몇 가지 경우가 더 있다. 확실한 구분이 어려운 제 3의 세력도 있고 양쪽모두에 제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자들도 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식이다. 제 3세력의 대표주자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솔루션을 공급하기도 하고 컨슈머 시장에서 책과 전자책 리더와 타블렛을 팔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부품업체로는 삼성이 있다. 그들 역시 여러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보면 메모리와 LCD 등 가장 중요한 부품을 양쪽에 모두 공급해왔다. 부품업자로서의 삼성으로선 시장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삼성뿐만 아니라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이 이 부분에 포진하고 있다.

그럼 양쪽 진영을 살펴보자 산맥 왼쪽엔 HP, 오라클, EMC, IBM, CISCO 등이 포진해 있고 산맥 오른쪽엔 애플과 구글 페이스 북 등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 산맥 중간을 정확히 가로지르는 기업으로 마이크로 소프트가 있다. 사실 난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먼길을 돌아왔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처음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기반으로 일어나 서서히 산맥을 넘어 컨슈머 시장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사실 많은 엔터프라이즈 플레이어가 시장확대를 위해 이 산맥을 넘길 바래왔다. 윗쪽에 보이는 HP역시 그랬다. 그들은 컨슈머 시장에서도 PC 및 프린터 등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얼마전 PC사업 부분을 분사한다고 발표하면서 Autonomy를 무려 1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산맥의 오른쪽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그나마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반대쪽에 있는 애플과 구글 역시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넘어오려는 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들은 대량구매의 특성이 있는 기업용 시장으로 넘어오기 위해 계속 노력중이다. iPad 같은 기기가 포춘 500대 기업 대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애플을 엔터프라이즈 공급자로서 산맥의 왼쪽으로도 발을 걸치고 있다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산맥의 왼쪽에 있는 공급자들은 보통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괄적인 솔루션을 구비하는데 노력해 왔고 애플과 구글은 그런면에서 기업시장 공략이 아직은 초보적인 상태이다.  오히려 애플은 최근 자신들의 서버 제품군을 단종시키기 까지 했다.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는 저 산맥은 의외로 넘기가 쉽지 않다. 두개의 영역에서 모두 활약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오로지 MS밖에 없다. 이 점이 양쪽 모두에서 MS를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어 보자. 1997년 이전까지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데이타베이스, 스토리지, OS, 서버, 네트워크 등 기업의 기간시설을 구축하는 분야에서 정말 많은 전사들이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리고 2000년을 전후한 닷컴버블 시대에 즈음해 굵직한 전쟁터의 승자들이 거의 가려진 모습이다. 그 승자들은 MS를 제외한 5개사이다.

그때까지 이들의 전쟁은 자신들의 영역 정리 개념이 강했고 미래의 전쟁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침탈이 목적일 것이다. 오라클이 Sun을 인수하고 CISCO도 네트워크 영역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HP는 3 Com인수로 네트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또한 서비스 회사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IBM은 서비스회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야 말로 최종 승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거의 모든 경쟁자들을 괴멸시켰고 다른 엔터프라이즈 플레이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부분이 별로 없었다.  내 생각엔 엔터프라이즈의 다섯 강자들이 오히려 MS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즈가 출시될때마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었고 모든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이 그에 따라 업데이트되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MS를 악의 축으로 불러왔나보다.  모든 반지들을 지배하는 절대반지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  다음시간엔 MS를 제외한 엔터프라이즈 다섯부분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든 이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최근의 천하삼분론을 얘기하려고 하면 그 배경과 전역, IT이데올로기에 대해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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