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3, 스마트폰 성숙기에 접어들다

By | 2012-05-05

이번 갤럭시 S3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본건 아니지만 제품 스펙과 기능을 놓고보니 커다란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마치 아이폰 4S가 발표되었던 그 때의 느낌같이 말이다. 물론 Siri 만큼은 대단했다. 그러나 그건 시리에 대한 찬탄이었지 아이폰 4S에 대한건 아니었다. 삼성은 이번 갤럭시 S3로 일단 Feature 부분에서는 아이폰과 비교하여 손색없을 정도로 기능과 스펙을 나란히 맞추어 놓은듯한 모습이다. 애플이 그랬던 것 처럼 안드로이드 진영만 놓고 본다면 삼성의 최근 몇 년간 행보는 거의 독보적이었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거인들을 차례로 몰아내고 드디어 1위에 올라서 버렸다.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노키아는 정말 넘지 못할 아성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이젠 노키아건 RIM이건 모토롤라건 HTC건 간에 설사 이들이 모두 힘을 합쳐 삼성에 대항한다 해도 삼성은 이를 힘으로 저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할 수 있다. 이제 삼성이 쫓아가고 닮아야 하는 회사는 위에 없다. 지금부터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 즉 트렌드를 리드해 나가고 혁신을 주도할 차례가 되었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 등을 통해 펜입력을 부활시킨 것은 이제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고 난 그런 모습이 애플을 더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보다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이번 갤럭시 S3는 트렌드를 주도 한다기 보다는 돌다리를 밟고 가려는 듯한 모습이라 못내 좀 아쉽다. 국내 대기업의 장기인 벤치마킹 & 차별화의 전형적인 결과를 보는것 같아 말이다. 일단 아이폰 4S와 동등한 비교구색을 맞추려 한 시도가 눈에 좀 거슬린다. 음성인식 기능, 카메라, 클라우드 부문이 그것이다.  소프트웨어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불식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오랜 삼성기기의 사용자로서 내가 불만을 가지는 것은 출시당시에만 반짝 거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2년후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사장되지 않는 소프트웨어이다.  그래서 난 출시 당시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의심의 눈길을 결코 거두지 않는다. 이번엔 그런 내 의심을 제발 불식시켜다오. 그런데 미처 준비가 안되어 아웃소싱한 클라우드 부문은 나같은 사람에겐 대박이다. 드롭박스 50GB를 2년간 제공한다는 소식말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많은 갤럭시 S3의 사용자들이 드롭박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채 지나갈 것이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면서도 아직까지 새 폰으로 바꿀때 주소록 옮기는 걱정을 하고 있는 피처폰 수준의 사용자들을 생각할때 말이다. 자 여기까지가 벤치마킹 & 차별화 전략의 ‘벤치마킹’ 부문이었다. 참, 이 부분에 두 가지가 더 있다.

플립보드가 갤럭시 S3에만 탑재될 거라는 소식이다. 나의 반응 ‘응? 안드로이드에는 그동안 플립보드가 없었던거야? 진짜야?’  그리고 애플의 에어플레이에 대응하는 올쉐어 캐스트와 플레이가 있다.

 

자 애플과 눈높이를 맞췄으니 이제는 앞서갈 차례다. 무선충전, 팝업플레이, 동작인식 기능 등이 차별화 포인트인데 솔직히 난 이런 기능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능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풍성한 거 같은데 그리 큰 감흥도 주지 못하는, 처음에 언급한 대로 아이폰 3S, 4S발표와도 비슷한 뜨뜻미지근한 분위기가 아닌가 한다. 아마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 5 역시 예상컨데 처음 아이폰이 발표되었던 2007년 만큼의 감흥을 주진 못할 것 같다. 그렇다, 이제 스마트폰이 보여줄만한 굵직한 것들은 대부분 보여졌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 조차 예상범위내에 있기 때문일 것이며 이는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앞으로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보다는 다른 전략으로 사용자들에게 접근해 나가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삼성은 앞으로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자들에게 견제를 받는 동시에 이들을 철저히 밟고 올라서려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아이폰 같은 다른 생태계에 있는 폰들에 대항해 생태계 전쟁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역할에 걸맞는 주도성과 창의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P.S 1) – 갤럭시 S3를 발표하면서 내걸었던 ‘인간중심’이라는 용어 사용엔 솔직히 진정성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중심’이라는 말은 동작인식 기능이 있다고 해서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OS나 맥 사용자들이 기기를 사용하면서 소소한 배려를 발견하고 감탄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른거 벤치마킹하지 말고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이나 IOS를 벤치마킹하고 차별화해라. 그럼 인정해준다

P.S 2) – 디자인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겠다. BWM나 벤츠 등이 그들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있듯 애플 역시 아이덴티티와 흐름을 유연하게 유지해왔다. 반면 삼성의 디자인은 오랜세월 면면히 이어온 흐름이나 도도한 장인의 감성, 딱 보면 삼성 기기로 인식될 만한 아이덴티티를 전혀 갖추지 못한건 여전했다.

P.S 3) – 난 솔직히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감이 안잡힌다. 지금 이 생태계엔 룰도 슬그머니 사라졌고 혼란은 가중되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를들어 이번 발표회에서 삼성이 플립보드를 독점적으로 잡은 것도 그렇고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로 안드로이드를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것도 그렇다. 무슨생각인거냐 구글?

P.S 4) – MS는 계속해서 실망스럽다. 그들은 수년전까지만해도 매출의 대부분을 윈도우즈와 오피스로 해먹었고 지금은 그래도 서버군과 게임기 등이 조금 보탬이 되는 수준이다. 난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MS가 강력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이들은 시장에 전혀 임팩트를 주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스마트폰이 벌써 성숙기에 접어든것 처럼 보이지 않는가? 빨랑 나서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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