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와 결별했습니다.

By | 2006-11-22

전 한번 단골이 되면 거의 다른쪽에는 가지않는 성향인데요.

조금 더 싸다거나 이벤트 등등에 별로 현혹되는 적이 없습니다.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별 문제가 없는한 거기만 가는 편이죠.

우습게도 담배를 사도 그렇고 차에 기름을 넣을때도 그렇답니다.

회사앞 편의점 아저씨는 제가 특정 시점에 가게에 들어서면 뭘 살지 거의 90%를 알고있죠

뭐 의도적인건 아닙니다만 저는 제가 들락거리는 가게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봅니다.

주인이 바뀌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계속 지켜보죠.

재수를 할 때 항상 학원에 오전 6시를 전후해서 도착해서는 자리를 잡아놓고

학원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분식집에서 떡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곤 했었는데요.

5-6개의 분식집중에 언제나 딱 한군데만 갔었고 그자리가 비어있으면 항상 앉았던

자리에만 앉았었죠.  

그렇게 몇개월이 지속되자 학생이 그렇게 많은 중에도 서빙을 하시는 아줌마가

제가 들어가면 그 자리를 잽싸게 치워놓고 저와 눈을 1초도 안되게 마주친 다음

주방에 ‘떡라면’을 외쳤습니다.    1초도 안되게 마주치는 그 순간에 서로 아무말은

안하지만 아줌마는 ‘어제 먹은걸 오늘도 먹느냐?’는 눈빛으로 물어보고 저는 그냥

눈을 한번 깜빡하거나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동의를 표시했죠.

이런 오프라인 상점은 구차하게 CRM이란 개념을 도입하지 않아도 단골손님은

알아서 대접받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홈쇼핑 회사에서 CRM을 담당해야했던

관계로 항상 그런 단골손님 개념을 머리에 두고 있었죠.

소위 말하는 ‘비대면거래’ (쥔장과 손님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물건을 사고 파는업종)에서는

이 사람이 단골 손님인가를 파악해 내는것이 1차적이요, 그 다음이 그 단골손님이

이번에도 떡라면을 시킬 것인지 먼저 물어봐주는 개별화가 2차적인 것이지요

1999년 즈음에 저는 이사를 와서 6년정도를 드나들던 동네서점 아저씨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고 매달 사던 잡지와 다른 책들을 한아름 샀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인

YES24로 거래처(?)를 옮겼지요.

오늘 파악을 해보니  정확히 1999년 8월 11일부터 2006년 10월 13일까지 근 7년간

총 103회의 주문, 406권, 473만원 어치의 책과 음반을 샀더군요.  사실 제가 단골인 서점은

YES24말고도 아마존이 있습니다.

1999년 첫 구매를 할 당시 YES24는 어렸습니다.

그리고 단골이 아니었기에 다른 인터넷 서점들도 이용하고 있었죠.

다른 온라인 서점들이 배송비나 책값,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을때도 YES24는 꾸준히

보유한 책의 숫자를 늘려나가고 있었고 배송역시 한치의 어김없이 빨랐습니다.

정말 어떨땐 전날 저녁에 주문한 책이 다음날 배송되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YES24의 단골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 수많은 경쟁에서 YES24가 온라인서점의

패자가 될것을 감히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일이 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렇게

되었었지요.

많은 전문 쇼핑몰등이 현혹되기 쉬운것은 본연의 궤도를 이탈하여 이벤트나 프로모션,

획기적으로 보이는 배송과 가격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고 한다는 것인데요.

본래의 전문성을 훼손하면서 이런것들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반짝하는 성과는

거둘지언정 나중에는 뒷수습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핵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펼쳐보지 않고 고객에게 책을 살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과

내가 필요한 책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 또한 많은 책을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이

핵심중 핵심입니다.

그리고 책의 조달과 배송은 백오피스의 핵심역량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들이지요.   

주인이 바뀌고부터 약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YES24는 배송이 전보다

느려지기 시작하고 자발적인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고 여러 상품 카테고리를

복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부터 제 생각엔 이상하게 내리막으로 비추어졌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최근이래 봤자 몇년전부터입니다만) 도입된 CRM은 실망스러운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었죠.   아마존의 책,음반 추천 메일이 가끔 저를 섬뜩하게 하는데

비해 Yes24는 점점 예리함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가 책을 섬세하게 분류하고 추천하고 제시해주는

엔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온라인 서점들이 거의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면서 기능면에서는 대등하게

보여지길 원했지만 본질은 역시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실 오래전부터 약간씩 불만이

누적된 것이 있었는데 오늘 책을 사려고 로그인을 했다가 오늘이 바로 떠나는 날이 되겠구나…

라고 판단이 서버렸지요.

YES24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같이 한 고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단골고객임을 인식하지 못한채 ‘일반고객’으로 떨어졌더군요.   최근 3개월간의 실적만을

토대로 하는 ‘매니아’제도임을 알았기에 뭐 별다른 감흥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분명 그것이 ‘낙타를 쓰러뜨리는 마지막 한짐’임을 직감했습니다.

^^ 다른 온라인 서점으로 옮겨타기는 했습니다만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서점이라 마음 한편은 아쉬웠습니다.

오늘 말이 나온김에 다음에 시간을 내어 CRM과 저의 단골가게에 대한 얘기를 더 준비해보도록 하죠

쇼핑몰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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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thoughts on “YES24와 결별했습니다.

  1. 라온수카이

    저도 yes24를 주로 사용했었는데 최근에 지인의 생일에 주려고 산 책이 배송되는데만 일주일걸려서 결국 생일이 지나고 나서야 선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그 곳을 이용할 마음이 싹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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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고객의 마음을 얻는데는 수백번도 모자르지만 고객이 등돌리는 것은 단 한번으로 족한게지요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온수카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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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먹는 언니

    날카로움이 떨어졌다는 말씀, 문어발처럼 확장하는 것보다는 한군데 집중하여 더 편리하고 더 빠른 배송 등의 문제를 고쳐나가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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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저만 그런 생각을 가진게 아니었군요. 반갑습니다. 먹는언니님의 블로그를 보니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허영만의 식객을 몽땅 소장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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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상먀애인

    교보로 가세요. 최근 1년치의 실적을 하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1년을 실적올리면 다음 일년을 보장해 주니 마음에 들더군요. 쿠폰과 가격도 많고. 저도yes24에서 최근 교보로 옮겨가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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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저도 빛바랜 교보문고 고객카드를 가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자주 들어가 봐야겠네요. 요즘에도 고객카드 들고가면 주차 도장 잘 찍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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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ineApple

    저도 Y사를 주로 이용합니다만, 제경우 일단 가격 비교를 해보면 단돈 몇백원이라도 더 싸더군요. 배송이야 주문해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라서 … 어쩔 때는 주문 후 잊어버리고 있다가 택배가 와서 ‘아! 내가 이 책을 주문했었지’라고 깨달을 때도 있습니다. ^^

    근래 상품권 때문에 A사를 이용한적이 있는데 배송은 Y사보다 빠르더군요. 요즘 대세가 A사로 옮겨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직 Y사 적립금이 꽤 남아 있는터라 … 그거 다 쓸 때까지는 Y사와 A사를 모두 이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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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적립금이 원래 고객 발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거였죠 ^^ 저는 최근 7년간 YES24와 아마존 밖에 이용을 안해봐서 다른 곳은 좀 더 테스트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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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효준,효재아빠

    최근에 yes24에서 주문을 해 보지 않았었는데..쥔장은 언제 바뀐거야?

    나두 CRM을 하는 입장에서 고객을 어떻게 대접을 해야하는지..정말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애.
    이전에 우리가 만든 모델에서는 3개월로 공격적으로 만들었었는데..그렇게 하다보면 Yse24가 한 오류를 범할 수 있고(서서히 떨어지는 모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간을 늘여 놓을 수도 없고..

    이런 경우에는 Special Case로 따로 관리를 하는 방안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고객을 점수로만 평가를 한다는건 헛점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애.

    아. 아마존에 order tracking 해보러 가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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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너도 기억하지만… 3개월이지만 이동평균이었지…그래서 왜 우리 모델은 등급이 서서히 떨어지잖니… 게다가 홈쇼핑은 서점에 비해 반복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게 맞을수도 있단다. 아마 그 모델에 보강을 하자면 해당 고객의 누적 주문과 얼마나 오랜기간동안 고객이었었는지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져야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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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효준,효재아빠

      우리회사 특성에 맞는 가산점 형태를 찾는다는게 쉽지 않더라구.이번에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면 우리가 만들어 둔 모델을 좀 더 진일보 시킬 수 있는 포인트들을 찾아볼려구.
      이번 프로젝튼 현업을 제거해 버리고 진행하는거라, 일단 내 맘대로 진행할 수 있거던.ㅋㅋ
      내가 추천한 업체는 크지는 않지만, 꽤 재밌는 관점에서의 고객View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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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ylvia

    저도 플레티넘 고객입니다만, 이 고객 레밸만 아니면 바로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새 그동안 안들어갔던 교보문고를 다시 들어가보니, 옛날의 yes24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yes24만 쳐서 들어가면 사고픈 책들이 보이지 않던게 꽤 되는데, 요즘의 교보문고는 날이 섬뜩섬뜩하데요.
    yes24를 언제 떠날지, 저도 모를일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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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다들 교보문고를 추천하시네요 ^^ 저도 한번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저도 얼마전까지 플레티넘 고객이었는데 이전보다 띄엄띄엄 구매하다 보니 어느새 일반으로 내려와 버렸네요 ㅎㅎ sylvia님 말씀대로 사고픈 책들이 보이지 않아서 못산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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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noenemy

    저두 책이나 CD를 한번에 왕창 주문하는 편인데..
    얼마전 DVD 할인 행사때는 무려 보름이 걸렸습니다. -_-;;
    예전 와우북이 그리워요.. 돌아와라 와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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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그 와우북을 예스24가 먹은 거잖니…이번에 나온 Pat DVD 는 꼭 사라…미친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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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김수미

    그럼 제가 제일 미련한 사람이구먼요…

    그런 걸 알면서도 미련이 남아 아직도 yes24에 주문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지요.

    일요일 오전에 YES의 음악이 있나 기웃거리다가
    엉뚱하게 YES24관련 글로 들어왔네요. ^^*

    어찌되었든 행복한 일요일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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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ㅎㅎ YES음악들도 꽤 됩니다만 … 저도 완전히 YES24랑 절교한건 아니고 그놈의 버릇때문에 가끔 사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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