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번 단골이 되면 거의 다른쪽에는 가지않는 성향인데요.

조금 더 싸다거나 이벤트 등등에 별로 현혹되는 적이 없습니다.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별 문제가 없는한 거기만 가는 편이죠.

우습게도 담배를 사도 그렇고 차에 기름을 넣을때도 그렇답니다.

회사앞 편의점 아저씨는 제가 특정 시점에 가게에 들어서면 뭘 살지 거의 90%를 알고있죠

뭐 의도적인건 아닙니다만 저는 제가 들락거리는 가게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봅니다.

주인이 바뀌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계속 지켜보죠.

재수를 할 때 항상 학원에 오전 6시를 전후해서 도착해서는 자리를 잡아놓고

학원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분식집에서 떡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곤 했었는데요.

5-6개의 분식집중에 언제나 딱 한군데만 갔었고 그자리가 비어있으면 항상 앉았던

자리에만 앉았었죠.  

그렇게 몇개월이 지속되자 학생이 그렇게 많은 중에도 서빙을 하시는 아줌마가

제가 들어가면 그 자리를 잽싸게 치워놓고 저와 눈을 1초도 안되게 마주친 다음

주방에 ‘떡라면’을 외쳤습니다.    1초도 안되게 마주치는 그 순간에 서로 아무말은

안하지만 아줌마는 ‘어제 먹은걸 오늘도 먹느냐?’는 눈빛으로 물어보고 저는 그냥

눈을 한번 깜빡하거나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동의를 표시했죠.

이런 오프라인 상점은 구차하게 CRM이란 개념을 도입하지 않아도 단골손님은

알아서 대접받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홈쇼핑 회사에서 CRM을 담당해야했던

관계로 항상 그런 단골손님 개념을 머리에 두고 있었죠.

소위 말하는 ‘비대면거래’ (쥔장과 손님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물건을 사고 파는업종)에서는

이 사람이 단골 손님인가를 파악해 내는것이 1차적이요, 그 다음이 그 단골손님이

이번에도 떡라면을 시킬 것인지 먼저 물어봐주는 개별화가 2차적인 것이지요

1999년 즈음에 저는 이사를 와서 6년정도를 드나들던 동네서점 아저씨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고 매달 사던 잡지와 다른 책들을 한아름 샀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인

YES24로 거래처(?)를 옮겼지요.

오늘 파악을 해보니  정확히 1999년 8월 11일부터 2006년 10월 13일까지 근 7년간

총 103회의 주문, 406권, 473만원 어치의 책과 음반을 샀더군요.  사실 제가 단골인 서점은

YES24말고도 아마존이 있습니다.

1999년 첫 구매를 할 당시 YES24는 어렸습니다.

그리고 단골이 아니었기에 다른 인터넷 서점들도 이용하고 있었죠.

다른 온라인 서점들이 배송비나 책값,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을때도 YES24는 꾸준히

보유한 책의 숫자를 늘려나가고 있었고 배송역시 한치의 어김없이 빨랐습니다.

정말 어떨땐 전날 저녁에 주문한 책이 다음날 배송되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YES24의 단골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 수많은 경쟁에서 YES24가 온라인서점의

패자가 될것을 감히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일이 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렇게

되었었지요.

많은 전문 쇼핑몰등이 현혹되기 쉬운것은 본연의 궤도를 이탈하여 이벤트나 프로모션,

획기적으로 보이는 배송과 가격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고 한다는 것인데요.

본래의 전문성을 훼손하면서 이런것들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반짝하는 성과는

거둘지언정 나중에는 뒷수습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핵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펼쳐보지 않고 고객에게 책을 살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과

내가 필요한 책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 또한 많은 책을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이

핵심중 핵심입니다.

그리고 책의 조달과 배송은 백오피스의 핵심역량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들이지요.   

주인이 바뀌고부터 약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YES24는 배송이 전보다

느려지기 시작하고 자발적인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고 여러 상품 카테고리를

복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부터 제 생각엔 이상하게 내리막으로 비추어졌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최근이래 봤자 몇년전부터입니다만) 도입된 CRM은 실망스러운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었죠.   아마존의 책,음반 추천 메일이 가끔 저를 섬뜩하게 하는데

비해 Yes24는 점점 예리함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가 책을 섬세하게 분류하고 추천하고 제시해주는

엔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온라인 서점들이 거의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면서 기능면에서는 대등하게

보여지길 원했지만 본질은 역시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실 오래전부터 약간씩 불만이

누적된 것이 있었는데 오늘 책을 사려고 로그인을 했다가 오늘이 바로 떠나는 날이 되겠구나…

라고 판단이 서버렸지요.

YES24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같이 한 고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단골고객임을 인식하지 못한채 ‘일반고객’으로 떨어졌더군요.   최근 3개월간의 실적만을

토대로 하는 ‘매니아’제도임을 알았기에 뭐 별다른 감흥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분명 그것이 ‘낙타를 쓰러뜨리는 마지막 한짐’임을 직감했습니다.

^^ 다른 온라인 서점으로 옮겨타기는 했습니다만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서점이라 마음 한편은 아쉬웠습니다.

오늘 말이 나온김에 다음에 시간을 내어 CRM과 저의 단골가게에 대한 얘기를 더 준비해보도록 하죠

쇼핑몰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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