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가족분만실로 입원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넓더군요. 퇴원할때까지 5박 6일간 여기에 머물예정이었죠.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 위해 이미 지난주부터 만일을 대비해 짐을 싸놓았었죠. 배속의 아기는 아직도 자기가 나오는 건지 영문도 모른채 잘 뛰어놀더군요.

아…뭐 맥매니아의 입원실답게 앞으로 일주일간 여기서 틈틈이 일을 할 작정으로 모든걸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새로산 저 빨간 스피커로 아기에게 음악을 들려줄 요량이었죠. 주로 피터 폴 앤 메리가 우리아기의 자장가이자 태교음악이었답니다.

웬지모를 긴장감으로 그날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저 소파에 앉아 물이나 축내면서 이리저리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밤을 보냈죠. 음…녀석이 아들이란걸 미리 알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녀석을 제 이름을 따 용준(용석 주니어)로 불렀었죠. 주위에선 저처럼 눈이 큰 아이가 나오길 바랬어요. 제 아내도 마찬가지였구요.

오후 2시가 넘어 복도 끝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직감적으로 용준이란걸 느꼈죠.  수술실에 들어간 간호사분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어달라했답니다. 그 분은 정말 생동감있게 찍어주셨죠. 이 녀석이 용준이랍니다. 결혼생활 12년만에 우리에게 운명적으로 온 녀석이죠.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이 녀석이 생길거라 기대하지 않았어요. 임신 자체도 신기했지만 이 녀석이 끝까지 버텨준 것도 신기했죠. 우리 부부는 이 녀석이 세상에 올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복도끝에서 카트가 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슴이 두근거렸죠. 처음 녀석을 대면한 순간 너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스쳤고 녀석을 안아들었을때 울음을 힘차게 터뜨리더군요. 대견해서 울게 그냥 놔두었습니다. 목소리를 듣는게 좋았거든요.

오후 늦게 녀석이 다시 입원실로 왔어요. 아내도 회복실에서 나와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죠. 처음으로 녀석이 눈을 뜨더군요. 양쪽 눈가의 쌍커플과 큰눈을 보니 미소가 지어지데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참 낯설었어요. 저보단 아내가 더 낯설어했죠. 얘가 우리 아기인지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았거든요.  첫날은 얌전하게 자더군요.

아내는 수술의 여파로 게속 누워있고 모유수유는 못한채 둘째날부터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어요. 분유를 먹이면서 오래동안 안고있었는데 그 따뜻한 체온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안고있었죠.  주위의 선후배들이 앞으로 팔이 떨어질거니 작작 안아주라고 충고를 했었지만 말입니다.

이 녀석과 함께한 입원기간은 저에겐 매직이었어요. 정말 신기했거든요. 아마 다른 아빠들고 그랬겠죠. 이틀째밤도 입원실에서 데리고 자면서 밤새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켜주고 하면서 계속 녀석을 바라보았답니다

녀석이 아직도 아내의 배속에 있을때 가끔 발로 배를 차거나 버틸때 겉으로 만져지는것이 발같이 느껴졌어요, 마치 게눈을 감추듯 그 발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쏙 들어가곤 했는데 그 버릇이 남아있는지 기저귀를 갈아줄때 발을 건드리니 쏙 접더군요. 순간적으로 그게 생각나서 막 웃었죠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더군요. 생김새나 표정 등이요. 아직 시력도 갖추지 못했을 텐데 이리저리를 둘러보며 저와 눈을 맞추는 녀석을 보니 대견하더군요.

흠… 녀석의 분유 흡입속도와 양은 평균이상인듯 했습니다.  녀석이 이런 저런 역경을 견디고 나온 탓인지 정말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엄청 건강하고 대소변도 정상적으로 잘보더군요. 아내가 누운탓에 제가 입원기간중 기저귀 네통 정도 간것 같습니다. 연습을 충분히 했죠 ?

눈이 정말 크죠 ? 귀도 크구요 머리숱도 많구요. 아기 냄새도 좋습니다 하하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서 기저귀갈고 분유먹이고 재우는 연습을 충실히 한것 같습니다. 분유에 무슨 수면제가 들어있기라도 한 것 처럼 먹으면서 계속 잠에 빠지더군요. 분유를 토할까봐 옆으로 재우면서 거즈를 대놓는것도 잘합니다~

아기의 언어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알게되었죠. 예를 들어 저런 입모양을 연신해대는 것은 배고프다는 신호더군요. 녀석이 계속 저렇게 굴어서 애를 좀 먹긴했지만 저렇게 애처롭게 젖을 달라고 애원하면 안넘어갈수가 없겠더라구요.

이제 퇴원하는 날입니다. 옷을 새로 갈아입히고 겉싸개로 포옥 감싸서 춥지 않게 데려나오는 중입니다. 세상모르고 자는군요. 방금전 분유를 좀 먹였거든요.

조리원으로 와서 녀석이 좀 낯설어하는 모습입니다. 신생아실 동료들도 바뀌고 봐주는 분들도 다르고 방도 다르고 입은 옷도 다른걸 이 녀석도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 이내 적응하더군요. 역시 강한 녀석이에요

이상 우리집 새식구를 맞이한 지난 일주일간의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집에 자러왔어요. 자러왔다기 보다 방치된 집을 정리하러 온거죠. 빨래를 다 개서 넣고 갑자기 배가 고프길래 새벽 두시에 혼자 쌀을 씻어서 밥을 해 먹고 지금 이러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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