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커버그보다는 베조스

By | 2012-02-03

어제 주커버그가  주주들에게 보냈다는 편지 (“해커들의 방식으로…” 참조) 는 솔직히 좀 실망이다. 일단 내용이 너무 많은 데다가 그걸 격식에 맞게 담아내려하다 보니 중반 이후 그가 말하는 대로 ‘해커들의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고 매킨지나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컨설턴트가 썼음직한 문장이 튀어나와 버렸다. 내용이나 문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게 아니라 주커버그란 친구가 벌써 이렇게 포멀한 세계에 젖어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잡스가 가기전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발표한 글들 ‘음악에 대한 소고’ 라든가 ‘플래시에 대해서..’ 등을 보면 의심할 여지없이 잡스다운 음성과 단순하고 직접적이었는데 벌써부터 그런 그가 그립다.

10년도 더 전에 아마존이 생기고 기반을 잡아갈 무렵 연초에 나는 아마존으로 부터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배송받았다. 거기엔 플라스틱 텀블러와 제프 베조스의 감사편지가 들어있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기반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이글을 읽으시는 고객들 때문이며 자기는 그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한국까지 날아온 뜻밖의 선물과 편지라… 감동이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아마존은 이듬해 한번 더 그런 선물을 나에게 보냈다. 위 사진속의 텀블러가 바로 두번째로 받은 그 텀블러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이 컵은 내가 늘 사용하는 아끼는 컵이다. (첫번째 컵은 마님께서 낡았다며 내 동의없이 과감히 이미 10년전 내다버렸다 허흑흑~)

아마존은 모두가 알다시피 닷컴버블이 붕괴된 후 시련을 겪다가 다시 좋아졌다. 애플, 델과 함께 내가 처음부터 눈여겨 보는 회사이고 지금도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길은 따스하다.  주커버그 그 친구는 정말 대단하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위대한 것을 일구어냈다고 해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이 위대하고 본받을 만한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가 쓴 이 글은 그의 말대로 전혀 해커들의 방식으로 씌여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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