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오후

By | 2012-01-19

오늘 법무법인 OO와 강의에 대한 사전미팅이 계획되어 있었다.  미팅이 오후 3시이고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난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 택배를 붙이려고 말이다. 그런데 아파트현관 앞에 우산을 펴는데 아 ~ 이 우산이 고장난 것이 아닌가. 그냥 3천원짜리 우산도 아니고 큰맘먹고 산 독일제 크닙스 우산이었는데 말이다. 뭐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 다른 우산을 가져왔다.  집에서 3분 거리인 편의점에 도착해 알바생에게 ‘택배붙이려고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 알바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설날 때문에 다음주초까지 택배 접수를 안받는다고 하면서 벽에 붙은 공지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런 제길~’

제법 크기가 있는 이 상자를 들고 사전미팅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난 집으로 돌아와 상자를 놓고 다시 집을 나섰다. 벌써 두번째 집으로 돌아왔다. 일찍 집을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별건 아니지만 이렇게 조그만 일이 계속해서 안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날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끝까지 일진사나운 날이 될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외출을 안해도 되는 상황이면 난 그대로 집에 틀어박혔을테지만 어쨋든 약속이 있었으므로 그럴수는 없었다.

우리집에서 삼성역까지는 겨우 버스 세 정거장 수준으로 가깝다. 걸어가긴 좀 먼듯하고(게다가 비까지 오니) 버스를 타면 5분내로 도착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 코스로 갈일이 많지 않아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몰라 삼성역 가는걸로 되는대로 잡아탔다. 4434번 버스가 서길래 난 운전기사 양반(정확이 말하자면 아줌마였다)에게 삼성역엘 가느냐고 물어봤다. 간단다. 냉큼 우산을 접고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과 동시에 버스문이 닫히면서 내 어깨를 강타했다. 우당탕탕하면서 하마터면 버스계단위로 넘어질뻔 한걸 잽싸게 균형을 잡았다.

“아이고 미안해요~ 전 뒷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그게 앞문이었네. 제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아… 오늘 일진이 안좋다. 이런날은 집에 있어야 하는데… 그 때 버스기사 아줌마가 한마디를 더 던졌다.

“맞다. 이 차가 삼성역을 가긴하는데 중동고등학교 앞으로해서 가요”

아..젠장…난 테헤란로를 통해 가는줄 알았는데…(목적지가 현대백화점 맞은편의 섬유센터였다) 결국 난 중동고앞에 내려서 보슬비를 피해 뚱뚱한몸을 우산안으로 우겨넣고 혼자 연신 욕설을 해대가며 5분이상 걸어갔다. 정말 이상태에서 오늘 미팅까지 이상한 계기로 망쳐버리면 너무 억울할것 같았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미팅은 참기름을 바른듯 유연하게 끝났다.  나에게 커피를 내오는 담당자가 혹시라도 내 무릎과 노트북에 쏟지 않을까 염려하여 노트북은 반대편으로 치워놓고 경계를 잔뜩했는데  오늘의 불운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휴우~ 다행…그러나 분명한건 오늘이 아직 다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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