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의 세계인구증가에 대하여

‘소도구로 단순한 이해의 체계를 구축하다’

 

TED.com에서 처음 보게된 한스 로슬링 교수의 강연은 감탄스러웠다. 2010년 프랑스 칸느에서의 ‘세계 인구 증가에 대하여’(Global Population Growth)란 주제의 강연 역시 그랬다. 그는 단 10분간의 강연이었음에도 1960년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인구가 대륙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또한 어떻게 변화해 갈 지 소득수준과 출산률이란 변수를 가지고 명쾌하게 설명해 낸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슬라이드가 아닌 소도구를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먼저 두가지 색상의 박스 9개 준비하는데 각각의 박스를 10억명의 인구라 가정하고 푸른색의 박스 한 개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소위 서방세계로, 또 다른 색상의 박스 8개는 개발도상국이라 명명한다.

한스로슬링 교수가 이케아(IKEA)에서 구입했다는 두가지 색상의 정리박스, 각각의 박스는 10억의 인구를 상징하고 푸른색의 박스는(1개) 서구세계를, 또 다른 색은 (8개) 개발도상국의 80억 인구를 상징한다.

그는 이 박스와 함께 4단계의 소득수준을 의미하는 소도구로  슬리퍼, 미니어쳐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를 테이블에 순서대로 늘어놓고 박스 네개를 뒤에 쌓아놓고1960년부터(그땐 인구가 40억이었다) 시작한다. 서구권의 10억 인구는 자동차로 시작해 비행기로 이동하고 여행하는 소득수준에 올라있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지난 수십년간 경제발전을 통해 서방세계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가는 것은 가정사실이며 그렇게 된다면 유아생존률이 높아지면서 결국 서구권과 같이 핵가족 시대에 진입해 인구증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도 아프리카의 극빈국 두 개의 상자는 여전히 슬리퍼 뒤에 놓여있다. 그들은 가난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며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해 높은 출산률과 대가족을 유지해 금방 40억으로 불어나 결국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90억명에 달할 것이라 설명을 맺는다.

슬리퍼,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는 4단계의 소득수준을 나타낸다. 스웨덴 사람들은 1960년대엔 볼보 자동차를 꿈꿨지만 이제는 비행기 여행을 즐기고 있고 자전거가 고작이었던 개발도상국은 이제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다니며 서방과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독 아프리카만이 슬리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로슬링 교수와 같이 세계보건에 정통한 학자라면 세계인구증가 추이와 그 원인이 한 두가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것을 10분내에 설명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그것을 박스와 운송수단에 빗대어 설명할 생각 또한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슬링 교수는 해냈다. 그가 한 일은 두 가지다. 먼저 모든 것을 단순화했다. 인구는 10억단위로, 지역도 나라 보다는 대륙별로, 시간의 흐름도 10년씩 끊고 인구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단 몇 가지로 축소시켰다. 그 다음 그가 한 일은 청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낸 일이다. 그 결과가 박스와 네 가지 운송수단 장난감들이다.

한스 로슬링이 해낸 위의 두 가지 작업이 바로 구조화의 전형이며 기획의 핵심이다. 또한 프레젠테이션 전 과정을 통해 내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다.  로슬링 교수가 단순화와 쉬운 체계를 포기하고 강연했더라면 우린 흔히 ‘인간수면제’라고 불리우던 학창시절의 고리타분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런지도 모른다. 구조화는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프리젠터가 말하려고 하는 결론과 그 결론을 지지하는 이유, 증거들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그 길로 가는 과정이 달라질 뿐이다.

 

 

Battle Against the Bullet Point Cancer

‘글머리표를 암으로 규정하다’

 

의료인들의 학회에 초청받아 몇번 강의를 해본 후 나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청중들은 반응이 극히 적고 고요했으며 프리젠터들은 대게 지루한 포맷을 그대로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프레젠테이션 강연도 극히 적은 사람들만이 반응한 것으로 보였고 (적어도 청중의 표정으로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들이 가진 문제에 대해서도 통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난 두 가지 작은 목표를 세웠다. 일단 그들을 강연에 집중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들이 가진 문제들 중 한가지 만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랬다.

이전과 달리 한 두장의 슬라이드가 넘어가자 목석같았던 청중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유방암학회 강연을 목표로 만들어진 새로운 프레젠테이션은 기존 강연의 체계를 버리고 의료인에게 익숙한 포맷으로 바뀌었다. 난 학회에서 발표하는 다른 의사들 처럼 내 스스로를 OO클리닉 원장이라 소개하고 글머리표(Bullet)을 ‘암’이라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진단방법, 사례, 치료와 수술법에 대해 얘기했다. 그들은 예전과 달리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했다. 강연을 들어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글머리표에 대한 얘기만 했으니 그에 대해 한번쯤 돌아볼 생각들은 하게 될 것이며 바람직하게도 강연 이후 질문도 늘어났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나간 위의 목차들을 좀 보라. 얼핏보기엔 정말 의학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착각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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