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부터 우리 마님께서 갑자기 뜬금없는 두부김치를 먹고싶다는 타령을 한곡조 뽑아내시길래 오전부터 채비를 갖췄다. 일단 기와집순두부에서 배를 채운 후 양평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다가 분원리 백자 박물관이나 얼굴박물관을 보러 가기로…

둘이가서 시키는 메뉴는 거의 일정, 순두부백반 하나에 두부김치, 그리고 공기밥 하나추가…이렇게하면 2만원이다

이 집은 두부맛 뿐만 아니라 반찬맛이 좋다. 어느 테이블에서나 반찬 더 갖다 달라는 말이 들린다. 오이를 넣은 미역초무침 같은 반찬도 입맛을 자극하는 것들중 하나이다

콩나물도 좋고..난 콩나물을 저런 식으로 무치는 게 좋다. 이런저런거 다 빼고 약간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콩나물 본연의 구수함만 남겨놓는 저런 나물말이다.

점심시간에 즈음해서 가면 가게 카운터앞에 콩비지를 잔뜩 쌓아놓는다. 물론 공짜로 가져가란 뜻이다. 지난번에도 가져다가 콩비지를 구수하게 끓여먹었더랬다. 빨리 없어져버리니 밥먹고 가져갈 생각말고 보이면 먹으러 들어가면서 퍼가기 바란다.

밥을 먹고 고즈넉하게 드라이브를 하다 분원초교에 도착, 강건너편엔 또 하나의 단골집인 강마을 다람쥐가 있다. 호수는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는데 스케이트는 아니더라도 썰매라도 갖고 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게했다

분원초교입구에 양팔을 쫙 벌리고 서있는 크고 멋진 나무, 여름엔 정말 시원하겠는걸. 학교가 아담하니 좋았다. 분원초교는 분원리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학교에서 또 하나의 언덕을 올라가면 분원 백자 박물관이 있다.

토요일엔 마님의 병원 후배 결혼식이 오후 2시부터 시내에서 있었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일찍 나서서 전시회를 하나 보고난 후 예식장에 가기로 했다.

우리의 선택은 임응식 사진전, 포스터를 통해 저 사진이 매우 궁금했었다. 장소는 덕수궁내 미술관. 사진은 주로 5-60년대 서울의 풍경과 여러인물 사진이 중심인데 참 볼만했다.

덕수궁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참으로 오랜만인듯, 중학교때 사생대회 나올때 이후 처음인듯 싶은데… 전시된 사진들이 바로 내가 마지막으로 여길 방문한 1980년대 초의 명동사진들로 그득했다. 아마 1981년 이었나보다. 분명 10월로(혹은 11월?) 기억하는데(가을 사생대회였으니 말이다) 그날 어처구니 없이 점심시간 직전부터 폭설이 내렸다. 결국 사생대회는 중단되었고 우리는 이 미술관 처마밑에서 눈을 피해 도시락을 까먹었다.

사진전은 꽤나 볼것이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수십년간 살아온 곳의 역사와 문화를 찍은 사진이어서 그랬나보다. 아주 젋은 사람들이야 기억이고 말고도 없겠지만 그래도 7-80년대를 서울에서 살아본 난 사진속에 등장하는 비닐우산의 대나무살이 그렇게 정겨웠다

2층 포토존은 대인기, 70년대초 명동 거리를 실물처럼 재현해 놓았는데 거기 등을 보이고 있는 미니스커트 입은 아가씨가 사진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우하하 나도 한컷… 지금기준으로 봐도 이 아가씨(지금은 60대겠군 -.-)는 퀸카인걸 ?

오랜만의 덕수궁 풍경도 좋았고…. 그러나 수문장 교대식인가 뭔가는 난 별로였다..

주차를 영국대사관앞 세실극장 앞마당에 해놓은 바람에 돌담길을 걸을수 있어서 참 좋았다.(그러나 주차비는 공영답지 않게 후덜덜..10분에 천원이라니…)

날이 풀리고 잎이 나기 시작하면 창덕궁에 한번 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궁의 풍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였는데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저거도 한번 타줘야 하는데 말이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