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잘 만들어진 공예품을 좋아합니다. 상상으로 비롯되어 디자인이 탄생하고 그것이 실체가 된 과정을 상상하며 그런 물건들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음미하는걸 즐깁니다. 특히나 그러한 물건이 나 같은 사람도 만질 수 있는 실용성(저렴하면서도 가치있어 보이는)까지 갖추었다면 기꺼이 그것을 사는데 돈을 지불하지요.(물론 납득할만한 가격일때 지갑을 엽니다만) 전 아이폰같은 디지털 기기가 그릇이나 가구 등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생활에 도움이 주도록 만들어져있고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저 멀리서 놓고 봐서도 보기가 좋고 사용하기가 더 편리하다면 좋겠지요.

몇 개월전에 집근처의 스타수퍼 (신세계계열의 수퍼)에 장을 보러갔다가 그릇 매장을 지나치다가 문득 딱 마음이 가는 그릇과 컵이 있어 가던길을 되돌아가 그 그릇에 대해 물었습니다. Röstrand 라는 브랜드라더군요.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그릇은 Swedish Grace라고 하는 시리즈였습니다. 300ml짜리 머그의 가격을 물어보니 39,000원이랍디다. 그릇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사지는 못했습니다. 그 가격이면 선뜻 사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거든요.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졌더니 아니나 다를까 스칸디나비안 브랜드 온라인에서 이 그릇들이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해외 배송까지 하더군요. 그 때 바로 19cm짜리 깊은 접시  두개와 머그 2개를 주문했습니다. 배송료까지 7만원이었습니다. 한국내에서 머그 2개 살 가격으로 스웨덴에 주문하면 19cm짜리 깊은 접시 2개를 덤으로 얻게되는 거래였죠. 그게 어제 배송되어 왔습니다.

제가 이 컵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빗살무늬 토기같은 저 무늬와 컬러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릇을 만져보니 얇고 가벼워서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아마도 스웨덴에선 우리나라의 행남이나 한국도자기같이 중저가 시리즈일텐데 국내에 수입되면서 4배 정도 가격이 튄건 좀 유감스럽습니다. 서민의 그릇이 갑자기 명품이 되는 순간이니까요.

저 빗살무늬는 자료를 찾아보니 사실은 밀밭의 밀들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더군요. 이미 1930년대에 등장한 시리즈로 현재까지도 장수하는 Röstrand의 대표적인 시리즈랍니다.  어쩐지 그 문양을 처음봤을때 소박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더라니 말이죠. 봉황이나 월계수 무늬였다면 좀 부담스러울뻔 했는데요 ㅎㅎ

위에서 보이는 저 두개의 컵은 각각 Pink와 Ocean 색상입니다. 사실 저는 아래와 같은 Sky 색상을 원했지만 (이 색상은 이 시리즈의 대표색상이기도 했다) 이 색은 이제 단종되었다더군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Pink와 Ocean을 선택했습니다만 받아보니 아주 마음에 듭니다. 색상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일률적으로 칠해져 있지 않고 가장자리와 문양의 끝부분은 바랜듯하게 닳아있는 듯한 디자인이죠. 마치 몇 년 정도 그릇을 사용한 것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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