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회사를 그만둔 뒤로 올해 9월부터 11월초까지 2.5개월 정도만큼 바빴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이은 강의와 프로젝트들로 정말 녹초가 되었었죠. 그 고단한 행군의 반환점이 보일 즈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정말 상심이 컸습니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죠. 그렇지만 약속된 일정은 거스르기 어려웠습니다. 그 연속된 일정에 지난 11월 5일(토)엔 맥매니아의 콘서트가 들어있었죠. 올해 4월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맥을 좋아하는 분들의 모임이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한 것이었습니다. 바쁘긴 했지만 혼쾌히 1회 콘서트의 한자리를 맡았습니다. (그날의 자세한 후기와 안내는 맥매니아 의 집단블로그인 Macnlife의 후기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전 처음부터 아이튠즈 매치에 대한 리뷰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잡스가 분명 10월중 오픈한다고 했었으니까요. 그러나 시일이 다가올 수록 10월내 오픈이 힘들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심지어는 콘서트당일인 11월 5일까지도 어려울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나 주제는 ‘아이튠즈’로 박혀있었습니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결국 11월이 되자 제목인 아이튠즈는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아이튠즈의 활용과 발전방향, 새로 등장할 아이튠즈 매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얘기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서두에서부터 전체적인 ‘느낌’이 전달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처음을 예시를 드는 것으로 시작하고 그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하고자 했죠.  그 예시는 새로운 기술의 접목과 아이튠즈의 최대강점인 추천엔진을 조합하는 예시여야했습니다. 시간은 없고 강의일정은 바쁘고 해서 이러한 원칙을 계속 머리속에서만 떠올리며 버스나 전철을 타고다니며 머리안에서만 구상을 했습니다.

그리곤 결정을 내렸지요. 강연시작 5분전에 백그라운드로 음악을 들려주고 그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강연이 시작하고 제가 등장하면서 Siri에게 그 음악과 비슷한 곡들을 추천해달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생각한 아이디어치곤 스스로 생각하기에 괜찮았죠. 저는 그것이 이루어지려면 그것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연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였죠.

먼저 슬라이드의 백그라운드를 라이온의 린넨 백그라운드로 하여 시리가 친숙하게 등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iOS에서 시리는 이러한 린넨 백그라운드를 배경으로 등장하거든요. 그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고 싶었습니다. 키노트에 있는 기본 템플릿 대신 이 그림을 어렵게 찾아내어 마스터 슬라이드에 박아두었죠.  그 다음은 고화질의 시리 아이콘과 시리가 동작할때 쓰이는 경고음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틀 정도 인터넷을 뒤진끝에 만족할만한 아이콘과 경고음을 구했습니다. 그 경고음이 프레젠테이션의 느낌을 진짜 시리같이 만들어 줄 것이었거든요. (실제로 한번 들어보시죠)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1/11/153868-raf-Other-siribeep.mp3|titles=153868-raf-Other-siribeep]

그리고 나서 시리의 한국어 음성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죠. 왜냐하면 Mac OS내에 Text-to-Speech 기능이 있으니까요. 다만 맥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성을 깨끗하게 녹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했습니다. 편집기능까지 겸비한 앱말이죠.  그 목적에 부합하는 앱도(오픈소스이자 프리웨어인) 찾아냈습니다.  Audacity 라는 앱입니다.   제 기대치를 뛰어넘는 아주 좋은 앱이었습니다.

폰트는 나눔고딕과 Myriad Apple 정도만 사용하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시리가 등장하는 초반 수십장의 슬라이드를 머리속으로 기획하고 만드는데 거의 모든 짜투리 시간을 동원했고 그 나머지 작업은 강연전날인 11월4일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업은 오전 3-4시경 모두 끝이 났습니다.  작성된 슬라이드는 150여장이었지만 혼자 리허설을 해보니 내용이 많고 시간도 제한적일것 같아 40여장을 잘라내 버렸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렇게 번개불에 콩궈먹듯 작성하는 통에 제 스스로 보기엔 슬라이드 문서 전체가 헛점투성이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엔 앞뒤가 안맞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헛점많은 프레젠테이션을 제 블로그 독자와 맥매니아에 들러주시는 모든분들께 공유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재고 보완하고 하다보면 평생 공유하지 못할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건 마치 유치해서 쓰레기통에 한번 던져진바 있는 연애편지를 다시 꺼내 연인에게 부친듯한 기분입니다. 아무쪼록 키노트를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키노트 원본화일 받기)

아 참… 강연내용은 제가 이전에 써두었던 iTunes Match의 경쟁력 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