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nes Match 가입

올해 6월 7일(한국시간) WWDC 2011에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와 iTunes Match 서비스의 10월 오픈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애플답지 않게 매치 서비스는 계속 지연이 거듭되었고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여러번(세번으로 기억) 피드백을 거친 후 마침내 11월 15일(한국시간 기준)에서야 오픈 했습니다. 전 일찌감치 10월 중순경부터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를 사놓고 대기중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18,000여곡의 노래 대부분이 6-70년대 락음악인 저로서는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이용해 들쑥날쑥한 품질의 음원들을 한꺼번에 세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쌓여있었기 때문이죠.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는 공식적으로 미국내에만 한정됩니다. 그러나 지금껏 기프트카드를 이용해 이런저런 앱들을 구입해 왔던 저로서는 이번에도 가능할 줄 알았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프트 카드로 서비스 결재를 할 수는 있으나 매년 자동 서비스 갱신을 위해 미국 신용카드 번호를 필수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일단 하루를 그냥 보냈습니다. 그 24시간 동안 삼성카드의 빌링주소를 미국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과 KB카드, BC카드 등이 가끔씩 검증을 ‘통과’하더라..라는 정보만 입수했죠. 다음날 아침 저는 제가 가지고 있던 KB카드를 입력해 보았고 아이튠즈 스토어의 검증을 그대로 통 과했습니다. 그 순간 환호성을 질렀죠. 그 때가 오전 9시에 조금 못미친 시간이었습니다.

 

런칭의 키워드 : Match

그 때부터 10여년 동안 쌓아온 제 컬렉션의 ‘아이튠즈 매치’로의 이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잡스가 말했던 대로 10여분만에 ‘뚝딱’ 이주가 끝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3단계로 이어지는 이주과정은 정확히 24시간이 걸려서야 끝이 났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제가 가진 라이브러리를 스캔하는 일이었고 여기엔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단계인 매칭 단계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세번째 단계인 업로드는 정말 더디게 진행되었고 여기에만 18시간 정도 걸린듯 합니다. 아마 서비스 시작과 함께 사용자들이 대거 몰려 이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됩니다만 어쨋든 처음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수 십분이면 된다’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미국내에 있는 사용자 리뷰를 보니 25,000여곡을 기준으로 18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한국에 있는 제가 24시간이 소요된 것이 이해가 됩니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애플은 먼저 아이튠즈의 버전을 10.5.1로 업데이트 했습니다.  업데이트된 아이튠즈에서 특징적인 것은 ‘보기옵션’입니다.  두 가지 옵션이 추가되었는데 위 그림과 같이 iCloud 다운로드, iCloud 상태란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매치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컬렉션을 스캔하면서  iCloud 상태를 네가지 중 하나로 결정합니다.  1)매치, 2)업로드, 3) 구입, 4) 부적합으로 말이죠.  동영상, 팟캐스트 등 음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화일들은 부적합 판정을 받게되며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곡들은 ‘구입’판정을 받게 됩니다.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는 서비스가 되려면 이 스캔 & 매치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가 애플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매치율(%)이 높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구글이나 아마존이 추구하는 단순 업로드 & 스트리밍과 하등 다를 것이 없어지니까 말이죠.

사용자 입장에서 매치율이 높다는 것은 보다 많은 음원들을 애플이 제공하는 고음질의 256k AAC로 세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애플로서는 사용자들의 취향을 좀 더 정교하게 수집하고 추천할 수 있으며 스토리지를 혁신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일이기에 서비스 런칭단계에 있어 애플의 최대 관심사는 매칭율을 끌어올리는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비스 정식 오픈이 수차례 지연된 것 역시 스캔 & 매치 알고리즘의 적확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가진 음악과 동영상, 팟캐스트 등 18,000개의 컨텐츠들은 1,2단계의 스캔-매치 단계를 거치면서 부적합으로 판정받은 동영상 등 300여개의 컨텐츠를 제외한  총 17,712곡에 대해 매치 판정은 13,068곡, 구입은 44곡, 업로드는 4,572곡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약 74%의 매치율을 보인것이죠. 이 수치는 제 예상보다는 확실히 높은 수치입니다.  태그가 깨진 가요들과 거의 10년전 CD를 리핑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화일들, 70년대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곡 등 아이튠즈가 가지지 않은 화일들을 감안할 때는 말이죠.  저의 막연한 추정으로 영미문화권에 속해있는 사용자들이라면 매치율은  평균 80% 후반대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 애플은 Genius 추천 기능을 이용해  2008년부터 이미 우리의 컬렉션을 스캔해왔던 터라 이번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의 초기 핵심기능인 스캔 & 매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자만했다고 보여집니다. 살아생전의 스티브잡스 조차 2011년 6월의 WWDC 키노트에서 수십분 정도면 된다고 했을 정도니 말이죠. 이건 기존의 지니우스 추천 기능에 있던 스캔기능만을 생각했을 때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매치 서비스를 가동하려면 조금 더 세밀한 매칭 기능, 다시말해 ‘곡을 인식’하는 기능이 좀 더 까다로울 필요가 있었죠.  이전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메타데이타를 레드제플린의 것으로 바꾸어 지니우스에게 인식시키는 실험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지니우스는 단순히 음악화일의 태그 등 메타데이타만으로 매칭을 시키기 때문에 동백아가씨를 레드제플린의 곡으로 인식했었습니다. 만약 아이튠즈 매치서비스에서도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었죠. 실제로 없는 앨범을 누구나 메타데이타를 고쳐 만들어내 음원세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걸 회피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방법으로 곡들을 스캔해야 합니다. Shazam과 같은 앱이 흘러나오는 곡을 듣고 인식하는 방식과 같이 말이죠. 아이튠즈는 그레이스노트(Gracenote)의 Music ID라는 인식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기술내에 디지털 핑거프린트라는 기술이 바로 Shazam이 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 매치서비스에 있어서도 이 기술이 사용되지 않았을까 의심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메타데이타들을 비교하는 것보다 곡의 인식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합니다.  따라서 잡스가 동언한 수십분만에 스캔하고 매칭하는 일은 곡인식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보여집니다. 애플로서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매칭율을 극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이었으므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는 메타데이타가 거의 없다시피 깨져버린 가요데이타들도 인식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왼벽한건 아닙니다. 위 그림과 같이 Al Stewart의 Year of the Cat은 메타데이타 상으로, 음원으로도 완벽한 상태였지만 9곡중 한곡은 매치되지 않아 업로드되었으니까요.  (이러한 미숙한 점이 제가 그레이스노트의 인식기술일 것으로 추정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곡 인식기술은 정제되지 않은 헛점 투성이니까요. 그들은 오래동안 매니아들로 부터 그에 대해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죠)

 

부분세탁 : 아쉬운점

전 매치서비스에서 가장 기대하는바가 음원세탁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었다면 그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메타데이타까지도 깨끗하게 새것으로 세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저는 CD를 리핑하면서 태그 정리가 귀찮아 여러항목을 빼먹곤 했습니다. 예를들어 트랙순서 등이 없는 앨범들이 많았죠. 앨범의 발표연도를 입력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그룹의 디스코그래피를 연대순으로 정렬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지곤 했죠.  이번 매치서비스에서 그 문제까지 모두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매치되는 음원은 모두 애플이 가진 800 x 800의 고화질 앨범쟈켓 그림으로 바뀔줄 알았죠.  오~ 그러나 그건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엔 이 부분은 애플의 지나친(?)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름대로 메타데이타를 잘 관리해오던 사용자에게 일률적인 메타데이타 세탁은 오히려 재앙이니까 말이죠.

애플로서 더 쉬운 작업은 사용자의 음원과 매치되었을 때 기본 메타데이타까지 와장창 같이 바꾸어 사용자에게 내려보내는 것입니다. 이번에 오픈한 매치서비스는 사용자가 구축해 놓은 메타데이타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음원만 256k AAC로 대체해 주는, 애플로선 오히려 더 번거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게다가 애플답게 상세한 옵션도 주지 않고 그저 클릭한번해놓으면 24시간 혼자 돌아가서 모든게 한방에 끝나도록 설계했죠. 사실 매치서비스는 사용자가 세세하게 손댈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습니다. 매치 서비스의 옵션을 켜는 버튼을 누르는 것과 클라우드에 있는 곡들을 다운로드 할 것인지 그냥 들을 것인지 결정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건 정말 잡스식 미니멀리즘의 산물이죠.

초기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엔 사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좋은 약점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들어 3만곡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아이튠즈 매치에 가입하게 되면 (매치의 기본 서비스는  25,000곡 이다)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구입한곡을 제외하고 25,000곡이 넘으면 그대로 추가 과금을 하겠다고 하고, 선택적으로 어떤 곡을 업로드할지 선택권을 주지도 않으며, 매치되지 않는 곡들을 사용자가 스스로 매치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도 않는 등 거의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실제로 잔뜩 기대를 품었던 사용자들이 소소한 불만을 터뜨리는 중입니다

 

선택의 기로

그러나 이런 불만을 뒤로하고 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256K의 세탁된 고음질 음원의 위엄은 그런 소소한 불만을 모조리 제거하고도 남음이 있었죠. 저는 세대의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기동하고 나서 저는 비로소 제 음악컬렉션이 한군데로 모두 통합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했죠.  애플 스스로가 이 서비스를 ‘스트리밍’이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사실상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라디오인 Sonar & Radio는 이미 실제 화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로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 위에서 256k로 동작하고 있죠. 거의 100기가에 이르는 저의 음악컬렉션이 연간 25$의 비용으로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습니다.(실제 업로드는 26기가) 저로서는 정말 횡재한 기분입니다. 이제 길거리에서도 아이폰을 통해 17,000여곡의 제 컬렉션 전체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든든하게 하죠.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가 음악 서비스 궁극의 길인지, 구글이나 아마존과의 경쟁은 향후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 전망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실제 작동하는 매커니즘과 약간의 팁, 가입과 이전과정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주욱 풀어놓는 시간으로 하렵니다.  5천곡이상의 음악 컬렉션을 보유하고 계신분들이라면 아이튠즈 매치가 매우 좋은 서비스가 될것이라 추천합니다.

 

몇 가지 팁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며칠 사용해 보고 스스로 터득한 팁 몇가지는 이렇습니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답게 이 서비스 역시 허무할 만큼 인터페이스가 간단하고 세세한 속사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가령, 당신의 컬렉션 중 몇 곡이 매치가 되었고 몇곡이 업로드 되었는데 그 용량은 이정도입니다…하는 정보들 말이죠. 그래서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간단한 방법은 몇 개의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겁니다. 아래 화면과 같이 iCloud 상태를 ‘업로드됨’이라는 조건으로 세팅하고 만들면 컬렉션 중 어떤 곡이 업로드되었고 곡수와 용량은 얼마나되는지 알수 있죠. 같은 방법으로 매칭된 곡, 구입한 곡들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 매치서비스로의 이전을 끝내셨다면 아이튠즈를 시작할 때 옵션키를 누르고 시작하셔서 새로운 보관함을 하나 만들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해서 다시 아이튠즈매치를 기동시키면 기존 컬렉션이 아닌 클라우드에 올려진 컬렉션으로 순식간에 갈아탈 수 있습니다. 기존 컬렉션은 따로 보관하고 말이죠.   아래와 같이 곡목 바로 뒤에 iCloud 아이콘이 생기는데 이걸 눌러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고 그냥 클라우드상에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아이콘이 없는 것은 이미 다운로드된 음원을 뜻하죠.

다음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아이튠즈 매치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