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실드와 U-20 월드컵

By | 2011-08-08

어제 맨유와 맨시티간의 2011/12 커뮤니티실드 경기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일단 걱정거리였던 골키퍼 데 헤아는 전반에만 두 골을 허용했는데 두번째 골인 에딘 제코의 중거리슛은 제대로 힘이 실려 발끝에서 떠난 볼이 네트에 출렁이기 까지 단 1회전도 하지 않은 강력한 슈팅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막아내지 못할 볼은 아니었고 구석도 아닌 왼쪽 중간에 꽃히는, 그야말로 골키퍼로서는 굴욕적인 골이었다. 아마 반 데 사르라면 99% 이상 막아냈으리란 확신이 드는건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첫번째 골 역시 데 헤아가 빠르게 쫓아나가 펀칭을 해냈다면 좋았을뻔 했는데 그 역시 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어제 선발출장한 맨시티의 전력은 비록 테베즈가 빠졌음에도 녹록치 않았다. TV화면에서 벤치멤버들을 주욱 비춰주고 지나갈때는 감탄사마저 나왔다. 저런 멤버들이 그대로 벤치에 앉아 있다니 말이다. 맨시티는 분명 무링요의 첼시초기와 같이 수준급 팀을 하나 더 구성할 수 있을만큼 빵빵한 전력을 지녔다. 그러나 이 게임의 결과는 후반에만 세골을 폭죽처럼 터뜨린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맨유는 나니-애슐리 영의 양날개에 루니와 대니웰벡을 최전방에 세우고 그 뒤에 안데르손과 캐릭을, 포백엔 비디치-퍼디낸드를 위시해 스몰링-에브라를 세우며 신구 조화를 시험하는듯 하더니만 2:0으로 뒤지자 아예 노장 멤버들을 모조리 신예들로 바꿔버린다. (퍼기 영감은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다는..) 일단 비디치-퍼디낸드를 에반스-필존스 조합으로 바꿔버리고 캐릭을 클레버리로, 에브라를 하파엘로 말이다. 베르바토프만이 3분 정도를 남겨놓고 들어갓을 뿐이었다.

후반전 피치위엔 맨유의 고참 멤버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서른을 넘은 선수는 커뮤니티 실드에 출전하지 못하는 룰이 있기라도 한듯 온통 젊은 선수들만이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미친듯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다. 그들중 대부분은 이전 시즌에 다른 팀에서 뛰었거나 벤치를 지키던 선수들어있지만 이들이 입고있는 유니폼은 양키즈의 스트라이프 무늬가 그렇듯 상대팀이 업신여기지 못하는 위엄이 서려있었고 그들은 선배들이 늘 이겼듯 자신들의 힘으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이기는 것이 전통적으로 몸에 베어온 팀 답게 말이다. 그런면에서 아직 맨시티는 맨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지금 스쿼드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팀이나 매번 밥먹듯 이겨온 경험은 없었고 그러한 전통을 이제부터 힘겹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콜롬비아에서 열리고 있는 U-20 월드컵을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16강에서 우리는 스페인과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 언론의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과 같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팀이 과연 스페인팀의 실력보다는 그들의 유니폼에 또다시 굴복해야 하나?

정작 스페인 언론 마르카같은 곳은 프랑스와 대등한 전력을 보여준 우리 대표팀을 3:1로 프랑스에 졌던 스코어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나섰다. 실제로 내 생각도 그렇다. 프랑스에게 운없는 역전골을 내주기 전까지 우리는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고 프랑스 감독의 얼굴은 온통 암운이 드리웠기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작년도 U-19 유로피언 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은 그 대회에서 성인대표팀 만큼 압도적인 전력차를 골로 보여주지 못했다. 비록 그들은 결승전 이전까지 전승을 거두었지만 두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둔것은 준결승전이었던 잉글랜드에 세골을 넣은 것이 다였고 거의 매게임 실점을 하는 팀이었다.

난 그들의 유니폼에 승리를 헌납한다는 생각은 하고싶지 않다. 오래동안 세계대회 토너먼트에서 우리팀이 보여왔던 ‘상대방 유니폼을 존중하는 마음’은  어쨋든 깨져야 한다 83년 박종환감독이 준결승전에서 만난 브라질을 상대로 그랬던 것 처럼 무자비하게 맞받아쳐서 지더라도 통쾌하게 패배하라.

내 생각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면면을 떠올려볼때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라 생각된다. 난 이번 16강전의 승패는 별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기본자세 확립을 위한 경기라 생각하겠다. 제발 통쾌하게만 싸워주길~ 그들도 우리 유니폼을 경배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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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커뮤니티실드와 U-20 월드컵

  1. 늙은여우

    한일전에 청소년월드컵까지 내일하고 모레가 지나서 또 예리한 분석이 기대되는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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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오늘 저녁부터~ 내일아침까지 쭈욱이죠 ㅋㅋㅋ 저녁 경기보고 신나게 원고 작성한 다음에 아침에 막바로 청소년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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