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이런저런~

By | 2011-08-07

 

파워포인트 블루스의 두번째 책원고 정리가 요런저런 일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 뭐 내가 노는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일은 그저 책상머리에 붙어있다고 그에 비례해 속도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초반부 5개 챕터의 연결과 이야기 흐름이 마음에 안들어 여기에서만 거의 한달을 장고한 끝에 이번주에 드디어 끝을 냈다. 이번 책은 총 24개 챕터로 기획중인데 이제서야 9개 챕터를 마무리 했으니 이거 갈길이 아직도 첩첩 산중이다. 어차피 기존 블로그와 다른 연재물을 정리하여 책을 낸다지만 아무래도 욕심이란게 있기 때문에 이것 저것에 손을 대다보면 금새 일이 불어나 거의 새롭게 쓰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때문에 자꾸 담배를 들고 아파트 앞의 생각에 벤치에 앉을 일이 늘어났는데 며칠전엔 이리저리 터벅터벅 걸어다니다가 바로 앞의 조그마한 대나무 숲길을 떠올리곤 그리로 걸어갔다. 음~ 인공적으로 조성한 거지만 그래도 푸른 대다무들을 보며 퉁퉁거리는 나무 판자위를 걸으니 머리가 1% 정도는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지난 1월 엔트리브에서 특강을 마치고 다시 컨퍼런스의 스토리텔링 컨설팅을 맡았을 때 이런 스타일의 일이 처음이어서 어떻게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재미있을것 같아 크게 고민하지 않고 OK를 했다. 거의 한달 가까이 20여명의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만들어내는 기획물과 스토리들을 가이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분명 그에 대한 결과가 있어 올 9월에 열리는 두번째 컨퍼런스를 위한 컨설팅을 일찌감치 6월에 요청받았다. 실제로 7월초에 시작한 컨퍼런스 준비작업은 9월말까지 이어지는데 이번이 두번째고 기간도 넉넉해 지난번과 달리 주제선정에서 슬라이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컨퍼런스 참가자들에게 1:1로 코칭하기로 했다. 이번엔 실질적인 참가자들이 대폭 늘어나 일이 두배로 늘어났다

책이 출간된 이후로 강의도 여러번 다니면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기획에 대한 부분도 실습을 해보면 좋을텐데 그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강의와 실습을 병행한다손 쳐도 기획이나 스토리텔링은 고민과 생각끝에 나오는 작업인 만큼 그 자리에서 10분만에 생각을 짜내는 방법으로 교육효과를 거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넉넉한 기간을 잡고 수십명의 프리젠터를 기획단게부터 프레젠테이션에 이르는 전 단계를 트레이닝 시킨다는 것은 나에게는 도전이기도 했지만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일이어서 나도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딱~ 느낀것은 이런 과정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것 보다 확실히 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아이디어를 중간에 던지고 그걸 다시 정리하고 머리가 꼬이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갑자기 사고의 폭과 논리력이 화~악 증진되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것이 그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 그 성장이 눈에 바로 보인다는 것이다. 꽉 막혀있던 상상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단계와 그걸 다시 추스려내는 과정을 옆에서 잠시 보면 이제는 즉각적으로 개입을 하거나 그대로 놔둬도 되겠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게다가 내 예상을 훨씬 상회했던 것 중의 하나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내가 조언하는 방향대로 잘 따라와주고 있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지난 1월과 달리 이번엔 어떤 참가자가 가장 프레젠테이션을 잘할지 예측하지 못할만큼 좋은 스토리들이 만들어져 가는 중이다.

아마 그 결과물로 슬라이드들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 내 예상엔 그들 스스로도 그 결과물에 깜짝 놀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단순한 특강, 교육보다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1:1로 프레젠테이션 코칭을 전 단계에 걸쳐서 해줄 수 있는 그런 뭔가를 기획해 봐야겠다.

매주 금요일은 컨퍼런스 컨설팅의 1:1 미팅이 있는 날이다. 이날도 8명의 참가자들과 개인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엄청 더운 날이었다. 그런데 내가 탄 버스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냉방이 빵빵했기에 기분은 쾌적했다. 시원한 버스에서 차창밖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버스 내부를 자세히 보니 창문이며 좌석뒤의 광고판이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선전하고 있었는데  죄석하나 하나하나와 창문하나하나에 모두 다른 책이 소개되어 있었다.  내가 앉은 좌석앞의 광고는 이런식이었다.

아항~ 나는 두리번 거리며 어떤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지 창문 하나하나와 좌석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참 센스있는, 그러면서도 광고를 읽는것만으로도 뭔가 유식해지는 느낌이 들게하는 기분좋은 광고하 생각했다. 그리고 내 좌석앞의 오르한 파묵을 계속 바라보면서 예전에 사놓고 읽다만 ‘내이름은 빨강’을 떠올렸다. 읽다 놓아둔것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뭐든 묵혀놓고 하는게 취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신선했던 것은 내가 그간 읽어왔던 통상적으로 서구작가들의 그런 소설과는 다른 생소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로빈훗이나 이솝이야기 등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서구사상과 생활패턴(그것이 현대가 아닌 중세라 할지라도 말이다)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을 ‘내이름은 빨강’을 몇 페이지 넘기고 나서 확연히 깨달은 탓이다. 마치 허리웃 영화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다가 어느날 인도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의 그런 생소함이라 할까 ? 그러나 보통 그런 종류의 생소함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고 신선하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막연하게나마 내가 잘 몰랐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그 무언가는 없을까 생각했었다. 기독교사상과 유럽같은건 말고 말이다. 아마 그런 생각에 살라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골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책 마저도 영국사람인가가 쓴것이라 마치 헐리웃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만든것 마냥 버터냄새가 났다. 오 ~ 그런데 오르한 파묵의 책을 보고서는 아~ 그래~ 내가 원하는게 바로 이런 분위기야~라고 무릎을 탁 쳤던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을 며칠전 읽었으니 이제 오르한 파묵의 책을 다음 리스트에 올려놔야겠다.

오늘 승마수업을 시작하고 자이언트를 배정받아 평보로 한바퀴 정도를 돌았을 때 친애하는 우리 교관께서 느닷없이 구보를 위한 부조를 설명하며 오늘부터 구보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자이언트 위에서 그 얘기를 들으며 네거티브한 생각이 뭉게구름같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솔직히 자이언트 이 녀석을 내 능력으로 구보로 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오늘 도착해서 이 녀석을 배정받았을 때 난 평소와 달리 채찍을 가져가겠냐는 트레이너 언니의 유혹을 뿌리치고 맨손으로 이 녀석을 속보로 보내겠다 다짐하고 나의 굳은 결심을 자이언트의 쫑긋세운 귀에 속삭였다.

이 녀석도 내 얘기를 눈치챘는지 비록 활기차지는 않았으나 속보로 진행했고 평소보다 더 잘 달리려고 노력했다. 이 녀석은 꿈의 기도와 같은 녀석과는 달리 좌속보를 할때면 엄청 반동이 심한 녀석인데 이 녀석으로 좌속보를 할때마다 ‘내가 몸이 이렇게 뻣뻣한가’하고 좌절을 느끼게 할 정도여서 오늘 역시 민망할 정도로 튀어오르는 내 엉덩이를 다독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이 녀석을 구보로 보내는데 실패했다. 하긴 친애하는 교관의 설명을 단 한번에 몸으로 이행할 수 있는 실력이라면 이미 5주쯤전에 구보뿐만 아니라 말위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했으리라

어쨋든 날씨는 엄청 더웠고 나나 자이언트나 땀에 흠뻑젖어버렸다. 녀석을 마실에 데려가서 안장을 해체하고 목욕하는곳까지 따라갔다. 흠~ 보는것만으로도 시원해 보인다~ 수고했어 자이언트~ 나 역시 샤워가 필요했다.  다음에는 저 녀석 옆에서서 나도 같이 할까보다~

 

아~ 한가지 더  축구이야기

어젠 말을 타러 가느라 한국팀의 콤롬비아전을 못봤고 손흥민의 경기도 보지 못했다(자길 잘했단 생각)  지난 말리전과 프랑스전은 물론 봤다.  말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결과를 검색해보니 완패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는데 그게 왜 그렇게되었는지 짐작이되었다. 말리전 및 프랑스전에서도 드러난 문제중 하나였는데 중앙미드필더진이 조금 허술해 보인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말리는 확실히 같은조에서 다른 팀에 비해 클래스가 하나정도 낮다는 사실이 입증된 터라 우리와의 경기를 통해서는 약점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전에서는 그게 확연히 눈에 밟혔다.

특히 프랑스전 후반전은 홀딩미드필더의 부재가 내내 안타까웠는데 프랑스 친구들은 일단 중앙미들을 저항없이 통과하여 자유롭게 볼 배급을 했고 우리는 거의 그것을 사전에 저지해 내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위기상황을 노출했다.  프랑스전은 스코어는 3:1이지만 사실 경기내용은 스코어만큼 차이가 난 경기가 아니었고 카쿠타란 친구도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에서도 그리 출중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오히려 그가 교체되고나서 프랑스 미들진영의 움직임이 더 활기차 지는 것을 목격하였었다. 어쨋든 그 경기는 흐름상 동점골이 터지고 난 후 역전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 직후 중앙미들진이 헐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중앙침투를 허용하자 측면수비진까지 할 수 없이 중앙으로 모여들었고 당연히 프랑스는 양측면까지 넓게 활용하면서 한국팀의 수비진을 우린하기 시작, 결국 운이 좋긴했지만 다시 재역전골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나는 최전방에 이종호를 조기에 투입, 프랑스 최종수비 2명이 역습을 의식하여 전진하지 못하게 묶어두고  중앙미들진을 강화하여 선수비 후역습 패턴으로 카운터를 때려주길 바랬지만 교체카드도 늦었고 교체선수도 최전방 공격진이어서 오히려 추가골 까지 얻어맞고 만다.

이런걸 보면 정말 축구는 흐름의 경기인게 맞다. 프랑스가 유럽지역 우승팀이라 하는데 내가 봤을땐 다시 맞붙는다 해도 그리 두려운 상대가 아니어서 16강에서 만날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역시 해볼만 하다 생각된다. 다만 16강전의 열쇠도 중앙미들진의 운용이 아닐까 싶다. 아마 이광종 감독 역시 이 부분을 고민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경기에서 그 부분에 대한 대안 찾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을 포지션 교체 등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20세 이하 대표팀은 어찌되었든 재능있는 인재가 많은 대표팀으로 보여진다. 양측면 날개들도 그렇고 윙백들도 그렇고 말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킥력이 10년전의 대표팀과는 비교가 안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16강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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