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댓가성 글에 대해…

By | 2011-07-13

독이 든 성배

베비로즈 사건은 그냥 강건너 불구경 정도로만 생각하고 ‘뭐 그런사람도 있지’라고 넘어가려고 했다. 이미 강건너 벌어지고 있는 화재에 대해 한 두명의 블로거가 선도 폭격기가 되어 폭탄을 투하했고, 그렇게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별별 언론들과 블로거 연합군들이 대거 몰려가서 베비로즈 진영에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던 바,  구태여 나까지 폭격기를 몰고가서 폭탄하나 더 떨어뜨리고 온들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나…하는 심정에서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런 저런 논쟁거리가 생겨나고 블로거의 자질론까지 나오면서 결국 블로그라는 매체는 이제 내리막길인 것 같이 표현되는데 대해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을 슬슬 준비하던 대학생시절 난 내 시간의 대부분을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냈다. 그 시절이 거의 20년 전이었고 그들 중 절반은 직간접적으로 음악과 관계있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당연히 그들은 음악이 좋아서 그것을 직업으로 선택했고 그들 눈에는 나 역시 당연히 그럴것으로 생각했나보다.  자주 출입하던 도어즈의 단골손님들이자 술친구들이 졸업을 하면 뭘 할거냐고 물어왔다. 난 그 당시 음악감상써클의 이런 저런 허드렛일을 하는 직책을 맡고있거나 1년에 한번, 아니면 계간으로 내는 음악동호회지를 발간하는 편집장 역할을 여러군데서 맡기도 했었다.  나나 그들이나 연주인이 아니어서 실제로 할 수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음악에 대해 글을 쓰거나 레코드샵을 운영하거나 음반회사에 취직하거나 돈이 좀 있으면 도어즈 같은 음악이 좋은 맥주집을 운영하는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어느날 그저 그런 그룹의 신보가 나왔길래 그래도 구입해서 비닐을 뜯어보니 LP속지의 음반해설에서 낯익은 이름이 보여 반가웠다. (음반 해설을 쓰는 것은 우리들의 주요 수입원중 하나였다) 바로 나랑 술집에서 자주 마주치는 K가 쓴 앨범속지였는데 그 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릴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앨범은 분명 평소 K가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았던 앨범인데도 불구하고 해설지는 극찬과 미사여구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후 그 술집에서 K가 혼자 바에서 맥주를 걸치고 있길래 옆에 앉아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앨범속지 얘기를 꺼내자 마자 K가 내 속을 알고 있다는 듯 착찹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앨범은 별로지. 그런데 음반회사는 앨범을 많이 팔아야 하니 부정적인 의견은 실을수가 없어.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걸 써준거지. 그 해설지가 내 첫 작품이니 그런 메이저 음반사에 잘보여야 했거든”

K는 먹고살기 위해 그런 글을 쓰는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했고 그날 K의 얘기가 내 진로에 결정적인 자극을 주었던 것 같다. 아~ 그래 음악이 직업이면 좋겠지만 그것이 직업이 되면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과 싫어도 싫다고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겠구나. 결국 내 자존심을 빵과 바꿔야 하는 가장 싫은 순간이 오겠어… 1년쯤 후 내가 엘지그룹에 IT기획자로 입사한다고 그 술집의 친구들에게 얘기하자 다들 놀라 입을 반쯤 벌렸고 곧바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난 그때 돈은 회사에서 벌고 음악에 대한 얘기를 할때는 빵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나의 이 에피소드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내 자세가 어떠했는가를 얘기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이 뜻있는 블로거들의 기본 자세였고 이들은 언론사의 기자들이 밥줄과 편집에 대한 방향과 정책, 압력, 광고 등에서 줄을 타고 있을 때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게다가 특정 분야의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미군단과 같은 블로거들은 애초부터 기자들이 넘어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뜻있는 블로거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고 그 때문에 블로거들은 긍정적인 의미의 집단화, 세력화가 되지 못했다. 바로 그 때 언론사들의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팽배해 있었다. 질과 양적인 면에서 블로그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대중들이 원하는 바와 더 가까웠고 그들은 진실을 거침없이 말했기에 대중으로부터 환영받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발빠른 오버그라운드(Over-Ground)의 세력들은 자신들 스스로 실력을 더 키우기 이전에 언더그라운드에 머무르고 있는 블로거들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어찌보면 이는 기존 언론사에겐 굴욕적인 태도로 보여질 수도 있었다.  해외언론, 가령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오버그라운드의 메이저사들이 공개적으로 블로거를 모집하고 나섰고 이제 다른 언론사들도 개미군단을 경쟁적으로 모집하고 나섰다. 이건 포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제공한 기회는 언더그라운드에 머물고 있는 블로거에겐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할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한편 포털들은 벌집을 지을 구상을 한다. 이건 상업적으로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세상에 떠도는 벌들에게 공짜로 벌집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은 공짜로 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벌집에 축적된 양질의 정보를 마치 자기것인양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당장 포털에 들어가서 무엇이든 검색해보라. 아마 검색결과로 나온 것들 중 유용한 대부분은 그 벌들이 채집한 묻고답하기, 블로그, 카페에서 나온다. 그리고 포털은 광고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벌들이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꿀만 벌통에 남겨두었다. (매년 벌어지는 Top블로거 1000선정 같은 작은 명예 따위가 벌들에게 주어지는 전부이다)  기업들은이 즈음 자신들의 거짓말은 이제 소비자들에 의해 일일히 검증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우회경로가 필요했다. 기업들 역시 언론과 포털이 벌집을 운영하는 것을 봐서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파워블로거로 위촉하고 그들을 내세웠다. 소비자(=일반 벌들이기도하다)들은 그런 소신있는 블로거들을 신뢰한 것이지 그 기업을 신뢰한게 아니었다.  그 블로거가 가지고 있는 유명세가 사실 실제 가진 실력 이상으로  포털과 언론, 기업에 의해 부풀려진것도 모르고 말이다.

이들은 블로거들의 타락을 부추겼다. 그들은 자신이 타락해 가는지도 몰랐다. 돈과 명예를 위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반, 잘 모르는 음반에 얼마든지 미사여구를 동원할 준비를 갖추었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기가막인 것은 이들의 성공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몇몇은 처음부터 상업적인 목적으로 낚시성 글을 쓰고 저명한 블로거들이 쌓아놓은 지식을 무단으로 복제해 가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언론에서 베비로즈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기업과 포털들이 나 몰라라하고 딴 곳을 쳐다보고 있는 이 상황에 사실 분통이 터진다. 블로거 스스로의 자정노력에 앞서 건강하고 윤리적인 토양을 일반 대중에게 제공했어야 할 그들이 이 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이다.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황야에서 예수에게 부귀영화를 보여주며 시험에 들게한 악마처럼 블로거들을 이용하려 마음먹는다면 예수가 아닌 연약한 블로거들은 계속 그 시험에 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블로거들이여 스스로 각성하라.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자신의 진실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라. 당신이 블로그로 돈을 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게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의 첫번째가 돈인지, 아니면 자신의 소신과 진실성이 우선이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돈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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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블로거의 댓가성 글에 대해…

    1. demitrio Post author

      감사합니다~ 저도 덕분에 2년만에 다시 읽네요 ^^ 생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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